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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한국이 수소경제 주도?'…일본이 웃는다

  • 2019.06.05(수) 10:21

[창간6주년 특별기획]일본 도쿄 르포
수소차 상품 경쟁력 '앞서거니 뒤서거니'
투자·정책 지원 집중력은 일본이 압도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판도 갈릴 것"

"수소전기차 하면 토요타 '미라이' 아닌가요? 중국 도시에서도 이렇게 매연 없는 차를 많이 볼 날이 금방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토요타의 자동차 특별전시장 '메가웹'에서 만난 중국인 쑨쉐린(孫學琳) 씨는 미라이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와 함께 온 단체여행 일행들도 유독 미라이에 관심이 많았다. 전시된 수십 종의 토요타 차량들 사이에서 이들이 세심하게 본 차도, 기념 촬영 배경으로 삼은 차도 모두 미라이였다.

도쿄 오다이바 토요타 전시장 메가웹에서 관람객들이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일본이 수소차 종주국?

쑨 씨에게 이보다 앞서 한국이 수소전기차를 양산했다고 하자 "처음 듣는 얘기"라며 오히려 "중국도 한국도 이런 차를 얼른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미래 수소경제 패권을 두고 한국은 스스로를 종주국이라 여기고, 일본을 급추격하는 경쟁자라 강변하고 있지만 제 3국인 인식 속에 수소전기차하면 일본, 토요타인 현실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수소전기차 미라이는 메가웹에 외국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효자였다. 이곳 직원 사이토 씨는 "내국인 방문객들은 주로 자신이 사려는 차를 살펴보고 구매상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국인 방문객 가운데는 미라이 같은 차에 호기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며 "이름처럼 토요타의 미래(未来, みらい)"라고 소개했다.

메가웹은 방문객이 언제든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시승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에게 토요타 수소전기차를 각인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체험도 간단한 현장 예약만 하고 300엔(3300원)의 체험 서비스료만 지불하면 가능하다. 1.2km 정도의 소형 주행코스 내에서 원하는 차종을 골라 몰아볼 수 있는데 그중에 미라이도 있었다.

도쿄 오다이바 토요타 전시장 메가웹에 전시된 수소전기차 '미라이'와 후속 개발 콘셉트카./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토요타 미라이 vs 현대차 넥쏘

이곳에서 직접 살펴본 미라이는 세계서 가장 대중화된 수소전기차라기엔 매력이 부족해 보였다. 이 차는 2015년 출시해 4년여 간 8000대 넘게 팔렸다. 친환경차다운, 진취적 외양을 갖췄지만 나온 지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고 준중형급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의 플랫폼에 차체를 얹은 차여서 활용성도 제한적이었다. 운행을 돕는 첨단 기능도 기본에 충실한 수준이라 할 정도였다.

투싼 수소전기차로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현대자동차가 작년 내놓은 '넥쏘'와 얼핏 비교해도 그랬다. 넥쏘는 최근 수요가 늘어난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몸집을 갖춘데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미라이보다 100km 넘게 긴 611km(미국 공인연비 기준)다. 동력계통 성능과 첨단운전보조기능(ADAS)도 '신상'인 넥쏘 손을 들어줄 만하다.

차값 역시 미라이가 넥쏘보다 부담이 컸다. 내수 기준 미라이는 727만4880엔(7957만원)으로 넥쏘(7220만원)에 비해 비싸게 책정됐다.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다 받으면 미라이는 502만엔(5472만원)에 살 수 있지만 넥쏘는 3720만원으로 가격 장벽이 더 낮다. 토요타는 현재 1회 충전 주행거리 700km 대의 미라이 후속 모델을 개발 중이다. 판매량은 토요타가 현대차를 추월했지만 상품성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팽팽한 상품성 경쟁구도와 달리 수소전기차에 대한 국내외 인식이나 사회적 대중성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저만치 앞서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차 자체보다는 그 밖에서 찾을 수 있었다.

◇ 인프라 격차..수소충전소만 봐도

도쿄 시내 메구로 주택가 사이에 들어선 수소충전소/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비즈니스워치 이돈섭 기자가 메구로 수소충전소 직원 사사야마 씨에게 충전소 운영 현황을 듣고 있다./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이튿날인 28일 도쿄 시내 시나가와역 앞에서 구글 지도 앱을 이용해 무작위로 '수소충전소(Hydrogen filling station)을 검색했다. 반경 5km 내, 택시로 15~20분 안에 갈 수 있는 충전소가 5곳이나 떴다. 서울에 현재 운영중인 수소충전소가 서초 양재동과 마포 상암동 단 2곳 뿐인 것과 완연히 다른 현실이다.

접근성도 서울보다 뛰어났다. 안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폭발 위험을 우려한 규제 탓에 국내 충전소는 거주인구가 적은 곳에 입지가 마련돼 있다. 반면 도쿄에서는 주택가나 시내 한복판 교차로 옆 등 일반 주유소와 다르지 않은 자리에 충전소가 있었다. 백화점 대형병원 등 상업시설 밀집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게 현지 관계자 설명이다.

이 가운데 먼저 찾아간 에너스(ENEOS)사의 메구로 수소충전소는 중층 아파트와 중형 호텔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곳 직원 사사야마 씨는 "주택가에 있다보니 출퇴근 때 손님이 있는 편"이라며 "하루 2~3대, 한 달 100~150대 가량이 충전소를 찾는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수소탱크차가 열흘에 한 번 정도 충전소를 채우는데 당연히 아직 수지타산을 맞추진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소전기차가 점점 늘어날 걸로 본다"고 했다. 안전에 대한 주변 인식에 대한 물음에도 "여기에 일하는 사람들이나 인근 주민들도 별 불안을 느끼진 않는다"고 했다.

도쿄타워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이와타니산업의 수소충전소 시바코엔역점./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이어 찾아간 이와타니산업의 시바코엔역 지점 수소충전소에서는 마침 수소를 채우고 있는 미라이도 만날 수 있었다. 도쿄의 명물인 도쿄타워와 200m도 떨어지지 않아 유동 인구나 차량이 넘치는 위치다. 운전자가 차내에 앉은 채 직원이 충전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는데 3분 남짓 걸렸다. 일반 주유소와 비슷한 소요시간이었다.

두 곳 모두 인근 일반 주유소에 차들이 서너대씩 동시에 들락거리는 것에 비해서는 한산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 운전자들이 어렵지 않게 차를 몰 수 있는 기반시설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본에는 작년 말 기준 도쿄에 14개, 전국에 113개의 수소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이를 내년까지 160개로 늘리고, 현재까지 누적생산 1만대가 되지 않는 수소전기차도 4만대까지 늘려 수소경제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 복안이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5월말 현재 전국 16곳에 불과해 비교가 무색하다.

◇ 내년 이후 '넘사벽' 될라

특히 일본은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명실공히 '수소 올림픽'으로 꾸며 세계에 보여주려 하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에 수소연료전지로 전력을 공급하고, 선수촌 앞에 수소충전소를 세우며, 수소전기차와 버스로 선수들을 수송하는 모습을 지구촌에 생중계함으로써 세계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안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국립 가스미가오카 육상경기장이 내년 재개장을 위해 대보수 공사 중이다./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정부가 힘을 싣는 수소경제의 청사진에 일본 금융권의 돈줄도 자연스럽게 흘러들고 있다. 토요타가 투자 참여한 '미라이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일본 스팍스자산운용의 스즈키 다케시 한국·홍콩 겸임 사장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수소경제 투자상품이 플러스 수익을 낼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가격이나 비용 역시 규제가 점점 더 강해지는 내연기관에 비해 낮아질 것이 확실하다"며 "올림픽을 계기로 갖출 수소 생태계와 이후 생겨날 다양한 기반시설 투자수요가 향후 판도를 갈라 일본 경기의 우상향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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