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50m의 타원형 경기장 안에서 각각 11명으로 구성된 팀이 수비와 공격을 번갈아하는 크리켓은 한국에선 생소한 스포츠에 속한다. 13세기경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유례 깊은 구기종목이지만 한국에서 크리켓이 보급된 건 얼마되지 않는다. 1993년 대한크리켓협회가 설립됐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처음으로 남녀 대표팀을 내보냈다.
크리켓은 얼핏보면 야구와 비슷하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타자가 한쪽 면이 평평한 방망이로 받아쳐 점수를 내는 경기다. 하지만 점수를 내는 방식이 다르다. 경기장 중앙의 흙이 잘 다져진 직사각형 공간(피치)이 있는데 타자가 공을 치고 반대편 피치까지 달려가면 득점이다. 투수는 피치 끝에 세워진 3개의 나무 막대기(위쳇)를 맞혀 타자를 아웃시킨다.
한국이 16일 새벽 폴란드 우치경기장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올린 다음날 밤 인도는 크리켓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이날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크리켓 월드컵 2019' 경기에서 인도는 숙적인 파키스탄을 꺾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크리켓 월드컵은 4년마다 한번씩 열린다. 우리로 치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경기와 비슷하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 때 크리켓을 받아들인 인도는 종주국을 넘보는 탄탄한 실력과 팬층을 거느린 나라다. 영국에 프리미어리그가 있다면 인도에는 '인디언 프리미어리그(IPL)'라는 크리켓 프로 리그가 있다. 코트라 인도 뉴델리 무역관에 따르면 IPL은 2018년 한해 텔레비전 시청수가 460억회를 상회하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한국인들이 축구 대표팀의 경기로 똘똘 뭉치듯 인도 국민들은 크리켓으로 울고 웃는다.
자연스럽게 돈이 몰린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더프앤펠프스에 따르면 IPL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기준 63억달러에 달했다. 인기 구단인 뭄바이 인디언스는 브랜드 가치가 1억달러로 평가됐다.
IPL이 워낙 상종가를 치다보니 지난 2017년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21세기 폭스사는 자회사인 스타 인디아를 통해 우리돈 2조8000억원을 주고 5년간 중계권을 따냈다.
국내 기업들도 크리켓 인기에 맞춰 적극적인 구애활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2019년 'QLED 8K' TV를 인도에 출시했다. 크리켓 월드컵 2019가 열리는 기간을 활용해 초고해상도 TV의 장점을 적극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은 뭄바이 인디언스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인도 델리 최대 쇼핑몰인 '엠비언스몰'에 가로 5m, 높이 3m 크기의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해 인도와 파키스탄전을 방영했다. LG전자는 "크리켓 경기 중 가장 관심이 높은 인도와 파키스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등 현장 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