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에는 대한항공이 100%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윌셔그랜드(Wilshire Grand)호텔을 통해서 또 한번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최근 토종 사모펀드 KCGI의 신민석 부대표가 유튜브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한 말이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17.14%를 보유한 2대주주다.
신 부대표는 윌셔그랜드호텔에 대해 "여전히 적자인 상황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왜 KCGI는 윌셔그랜드호텔발(發) 위기를 경고했을까.
월셔그랜드호텔은 미국 LA 다운타운 윌셔(Wilshire)에 위치한 대한항공 소유 호텔로, 현재는 인터컨티넨탈에 위탁을 맡기고 있다. 1989년 대한항공은 미국법인인 한진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이하 HIC)을 통해 이 호텔을 인수한 뒤 2017년 재건축했다. 호텔 층수는 15층에서 73층으로 높아졌다.
2017년 개관식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09년부터 8년간 진행된 호텔 재건축 사업인 '윌셔그랜드프로젝트'에는 총 1조8668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 증자대금 8058억원, 금융기관 차입금 9억달러(1조610억원) 등이다. 당초 1조원 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투자금은 불어났다.
우선 대한한공은 HIC에 2009~2016년 총 8058억원을 유상증자했다. 호텔 재건축을 위해 대한항공이 미국 법인에 직접 투자한 돈이다.
또 HIC는 2012~204년 PF대출 3억달러, 아리랑본드 2억1000만달러, KEXIM(한국수출입은행)보증부채권 3억달러 등 총 8억1000만달러를 차입했다. 이후 2017년 자산담보부차입과 KEXIM보증부채권 등으로 리파이낸싱(재융자)하면서 차입금은 9억 달러로 늘었다.
대한항공은 HIC의 차입금 9억달러 전액에 대해 채무보증을 섰다. HIC가 돈을 빌릴 때 충분한 신용이 없어서다.
이와 별개로 대한항공은 HIC에 1조5545억원의 담보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HIC가 보유한 부동산(월셔그랜드호텔)이 담보로 잡히면서다.
문제는 오는 10월11일 리파이낸싱한 차입금 9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HIC는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또 다시 리파이낸싱해야하는 상황이다.
상환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HIC의 당기순손실은 2017년 770억원, 2018년 1057억원 등으로 재개관한 2017년 이후에도 적자가 쌓이고 있다.
대한항공도 여력이 없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17년 리파이낸싱 당시 557.1%에서 올 상반기 884.4%까지 급증한 상황이다.
리파이낸싱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리파이낸싱도 확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10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HIC의 신용등급(B-)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채권자는 모건 스탠리가 모집한 대주단과 BNP파리바, 다이와 캐피탈 마켓스 유럽, 골드만삭스가 주선한 투자자다. 결국 해외 금융사들이 윌셔그랜드호텔발(發) 대한항공의 위기의 '방아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