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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피해라' 부품업계, 특화제품에 '승부수'

  • 2020.01.14(화) 07:41

SKC·코오롱 불투명필름 철수…폴더블 소재 필름 '전력'
LG이노텍·삼성전기, 스마트폰 기판 철수…신제품 '투자'

"앞으로 너희들은 중국 때문에 어떻게 하냐…" 2010년대 초 국내 주요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사자들이 선배들로부터 종종 들었다는 얘기다. 당시 중국이 무서운 경제성장 속도에 힘입어  이른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산업)' 자급자족에 나설 경우 한국 기간산업이 위태로워질 것이란 우려다.

당시 선배들의 걱정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최근 회로 선폭 3나노대 반도체 제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 20나노대가 주력인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는 여전히 까마득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의 '기술굴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부품 업계는 이런 중국을 의식해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은 사업 부문을 정리해 여유자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입해 기술문턱을 한 단계 더 쌓는 '중국 따돌리기' 전략이다.

◇ SKC와 코오롱 '색있는 필름 빼고 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SK그룹과 코오롱그룹 화학사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접히는 정보기술(IT) 기기 부품에 꽂혔다. 두 회사는 색깔없는 폴리이미드(CPI) 필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들은 반대로 색깔있는 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부를 떼내 만든 합작사 SKC코오롱PI 지분 전량 54.07%를 각각 3040억원에 매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PI 필름은 굴곡진 제품 내부에 쓰이는 연성인쇄회로기판,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빼주는 방열시트 등에 덧댄다.

PI 필름은 11년간 양사 협력의 상징이었다. 2005년 각자 사업에 진출한 이래 2008년 합작사 설립, 2014년 코스닥 시장 상장에 이르렀다. 미국과 일본 기업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SKC코오롱PI는 경쟁력을 끌어 올려 지난해 시장점유율 30%로 1위에 올랐다.

그런 PI 필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래 경쟁력 때문이다. PI 필름은 개발된지 50여년이 넘어 기술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선발주자였던 듀폰과 도레이, 가네카, 우베에 이어 최근 중국업체들도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설비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더라도 시장 참여자가 늘면 그만큼 이윤도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색깔을 뺀 CPI 필름은 상대적으로 유망 업종이다. 우선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PI 필름에서 색을 빼고 접었다 폈다 해도 자국이 남지 않도록 하는 하드코팅 등 별도 공정이 필요해 후발주자 진입을 차단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화웨이 메이트X 등 접히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화면 전면부에 유리 대신 쓰일 부품으로 주목 받아 성장성도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접히는 폰, 노트북, 텔레비전 등에 탑재되는 구부릴 수 있는 화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4400만대에서 오는 2023년 5억6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PI 필름 사업을 팔고 CPI에 몰두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실제 SKC는 지난해 10월 850억원을 들여 충북 진천공장에 생산설비를 준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경북 구미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CPI 필름 양산에 들어갔다. 고객사는 화웨이와 모토로라로 알려졌다.

◇삼성과 LG, '더 정교하게'

스마트폰 내부 구조/사진=삼성전기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현실화된 중국의 공세에 떠밀려 스마트폰용 인쇄회로기판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말 삼성전기는 주력 중국 쿤산 공장 청산, LG이노텍은 사업철수를 공시했다. 인쇄회로기판은 납땜을 하고 부품을 붙이는 넓찍한 판으로, IT기기내 카메라 등 부품들이 전기신호를 서로 전달하는 경유지 역할을 한다.

주된 원인은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인쇄회로기판은 기술이 덜 집약된 제품으로 생산이 용이하다.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이 원가절감을 무기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용 인쇄회로기판 올해 3분기 가격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속 전년 대비 11.5% 떨어졌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같이 더 높은 기술력을 지닌 제품에 집중한다. 두 회사는 반도체 기판에 주목한다. 반도체 기판은 메모리 반도체 D램, 낸드플래시 등에 쓰인다. 위에 올라가는 부품이 사람 머리카락 굵기 10마이크로미터보다 1000만분의 1 가량 얇은 10나노미터에 이르는 만큼 회로간 간섭방지 등 제품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해 고난도 기술력이 필요하다.  

삼성은 연성인쇄회로기판, LG는 피사체에 반사된 빛이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증강현실 등을 구현하는 비행시간거리측정(TOF) 센서 등 중국이 아직 추격하기 힘든 분야에 발빠르게 사업중심을 옮길 계획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결국 얼마나 빨리 높은 기술력으로 차단막을 쳐 시장을 선점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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