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내 타이어 업계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러지(한국타이어)의 부진과 금호타이어의 부활로 요약된다. 업계 1위 한국타이어는 세계 완성차 생산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오너까지 구속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된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기록했다. '가성비'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넥센타이어는 환율 등 경영 여건까지 우호적으로 받쳐주면서 오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1조 2879억원, 영업이익 7876억원을 합작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0.4% 줄었고 영업이익도 2.3% 감소했다.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는 조금 더 부진했다. 3사 합산 매출은 2조 7478억원, 영업이익 168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4%, 10%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신차 판매 감소로 타이어 수요가 줄면서 업계 수익성도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자동차 생산국의 총 생산 규모는 9323만대로, 전년(9897만대) 대비 5% 감소했다.
국내 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2571만대 생산에 그쳤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도 같은 기간 3.7% 줄어 1088만대를 기록했다. 세계 4위 자동차 생산국 독일의 생산량은 5107만대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다. 한국도 1.9% 줄어든 395만대 생산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된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신차 생산이 줄면서 타이어에 대한 수요도 크게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신차 감소에 컨트롤타워 부재까지
업체별로 보면 한국타이어의 부침이 가장 컸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6조8964억원, 영업이익 54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7%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10%대 수준에서 지난해 7.9%로, 2.4%포인트 하락했다.
분기별로는 4분기가 가장 나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떨어진 1조6781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9.9% 하락한 1162억원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4분기 매출은 2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2550억원 보다 8% 감소했다. 중국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 확대 전략으로 인해 전년 대비 8% 증가한 2080억원을 기록했다. 유럽과 북미 지역 매출은 각각 4780억원, 4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하락했다.
한국타이어의 이같은 실적 악화는 신차용(OE) 타이어 공급이 감소한 가운데 교체용(RE)타이어 수요까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가 수입 타이어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는 점이 뼈아팠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신형 쏘나타 가솔린 모델의 타이어로 굿이어와 미쉐린, 피렐리를 선택했다.
오너의 구속으로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해석된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는 지난해 11월 계열사 자금을 빼도리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한국타이어는 작년보다 더 어렵다는 올해 역시,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 프리미엄 신차용 타이어 공급 및 상품 경쟁력 강화 등으로 올해 매출 7조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신규 유통 채널 확보와 OE/RE 간 시너지 강화 등으로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구축하고 해외 각 지역 별 유통 전략을 최적화하는 등 타이어 비즈니스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 3년만에 흑전...고강도 구조조정 효과
금호타이어는 모처럼 웃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36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금호타이어의 흑자 전환은 2016년이후 3년 만이자,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된 지 2년만이다.
비용절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환율 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금호타이어는 매출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재료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모기업과 원자재를 공동 구매하고 있다. 실적이 낮은 해외공장의 가동률을 낮추고 있으며 인건비 절약에도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의 신차용 타이어 수주는 늘었다. 현대차 쏠라티에, 기아차 셀토스가 금호타이어와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아우디 Q5도 금호타이어를 달았다.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연일 하락하는 주가는 여전히 걱정거리다. 금호타이어의 최근 주가는 주당 3800원 수준으로, 더블스타로의 매각 당시 6000원 대에서 반토막 났다.
이에 금호타이어 임원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애 주가 방어에 힘쓰고 있다. 지난 7일 전대진 금호타이어 사장이 자사주 1만주를 매입한 데 이어 김상엽 영업마케팅본부장도 같은 날 7000주를 매입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대외 악재로 인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해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전대진 사장을 필두로 임원들은 경영진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되고자 자사주를 매입했고 앞으로도 주가가 실적 개선에 따른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센, 매출 2조원·영업이익 2000억원 대 돌파
넥센타이어의 질주는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2% 늘어 2조원대 진입에 성공했고, 영업이익은 13.8% 늘어나면서 2000억원 대로 올라섰다.
꾸준한 수출 확대와 높은 국내 공장 생산 비중으로 환율 상승 효과가 더해지면서 실적이 더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이익의 증가 및 외화환산손실의 감소에 따른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글로벌 수요처를 확대하고 연구개발(R&D) 강화에 집중한 것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8년 유럽과 미국 R&D 센터 운영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에는 서울 마곡에 중앙연구소를 열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체코에 연산 300만개 규모 유럽 공장을 준공,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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