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이 잠정적으로 마침표를 찍으면서, 하반기 시장 반등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2분기에 비해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글로벌 TV 시장에서 양사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삼성·LG, '코로나 직격탄'에 TV 비방전 종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관련 신고건에 대한 심사를 종료했다. 양사가 지난 9월 공정위에 제소했던 신고를 취하하면서 9개월을 지리하게 이어오던 논쟁을 마무리한 것이다.
당시 LG전자는 "백라이트가 있는 삼성전자 TV를 'QLED TV'로 표시·광고한 행위가 거짓·과장"이라며 삼성전자를 신고했고,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삼성의 QLED TV를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하는 비교·비방 광고에 해당한다"고 맞붙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TV 시장에서 진흙탕 싸움을 끝낸 것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유럽·미국 등 주요 국가 가전 시장의 유통 판로가 막히고 공장이 폐쇄되는 등 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2분기 글로벌 TV 시장 출하량(시장 규모) 전망치를 내려잡았다. 지난 3월 내놓은 자료에는 2분기 3876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으나, 최근 3862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19%가량 감소한 것이다.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키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2분기 예상 출하량은 약 1278만대로 지난 1분기에 비해 400만대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분기 36.1%에서 2분기 33.1%로 3%포인트 감소하며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코로나19 영향력에서 벗어난 중국 기업들의 경제 회복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TV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대부분의 소비가 이뤄져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에 비해 피해가 적다는 분석이다. 2분기 중국 기업의 글로벌 예상 점유율은 39.2%로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반전 노린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훈풍이 예상된다. 옴디아는 하반기 글로벌 TV 시장은 코로나 여파로 수요가 대폭 감소했던 상반기 대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최근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 판매점인 베스트바이는 1000개 매장 중 600여개 매장의 영업을 재개했으며, 유럽의 가전 매장들도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반기를 반등의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TV 시장은 연 -8~10% 수준의 역성장을 예상했으나, 삼성전자의 초대형 TV 위주의 적극적인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에 LG전자가 맞불을 놓으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2021년 시장 회복기에 수익성 극대화를 원한다면 지금이 점유율을 올릴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초저가 판매로 65인치 이상의 대면적을 고객의 눈높이로 만들 수 있다면 2021년 8K TV 판매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삼성전자는 QLED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라는 기존 전략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초부터 75·82·85·98인치 등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하반기 역시 초대형 라인업에 지속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해외 주요 가전 매장이 속속 재개장함에 따라 매장에 LG 올레드 갤러리 TV 신제품 전용 진열대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16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인포콤 2020 커넥티드'에 참여해 LED 사이니지, 올레드 사이니지 등 최첨단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간 문제로 지적되던 OLED 패널 공급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다. 광저우 OLED 팹은 현재 테스트 생산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중 양산을 본격화한다. LG전자는 이 시점에 맞춰 48인치 신제품을 포함해 65인치 이상 대형 TV와 8K TV 등 올레드 TV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충환 LG전자 HE사업본부 TV해외영업그룹장(상무)는 "보다 많은 고객이 올레드 TV만의 압도적 화질과 디자인 혁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