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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 매각도 못하는 대한항공 '버려진 땅'

  • 2020.08.31(월) 17:16

대한항공, 호텔 건립 무산된 송현동 땅 매각나서자
서울시 "개발이 안 되는 땅"이라며 공원화 추진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경복궁 인근 알짜 땅인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땅을 소유한 대한항공은 공개 입찰을 통해 제값에 팔고 싶지만 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된데 이어 이 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아야 되는 운명에 처했다.

◇ 18년째 개발 안되는 땅, 팔지도 못한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삼성생명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2900억원에 사들여 한옥 호텔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2002년 삼성이 미국대사관 직원 공관으로 사용됐던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사들인 것까지 포함하면, 18년째 민간 개발이 막혀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복합문화단지 프로젝트는 '7성급 한옥호텔'이 허가 문제에 부딪히면서 좌초됐다. 당시 중부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는 송현동 부지 인근 풍문여고 등 학교와 호텔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심의에서 부결시켰다. 대한항공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2년 패소가 확정됐다.

나대지로 방치된 송현동 부지가 다시 조명을 받은 것은 작년부터다. 2019년 2월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한진그룹 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6월 서울시의회에서 고 박원순 시장은 "시가로 한 5000억원 가지 않을까"한다며 "중앙정부가 매입해 일부는 공원화하고 일부는 전통문화 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입장만 확인했던 양측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장하는 작업에 들어가자 서울시가 공원화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매각 작업은 흥행에 참패했다. 대한항공은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 제출했으나, 서울시의 문화공원 지정 의사가 공표되자 입찰마감일(지난 6월10일)에 15개 업체 모두 입찰에 참가하지 않다"고 전했다.

급기야 지난 6월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가 부동산 매각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에도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의지를 계속 보이자 이달 28일 대한항공은 서울시를 향해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의 실질적인 매각을 막는, 사실상 위법성 짙은 알박기"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알박기'에 나선 근거로 지난 6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오간 질의응답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18일 서울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이성창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장은 "어떤 시설을 먼저 고민해서 집어넣겠다고 하면 그 시설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도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먼저 공적으로 소유하고 그 이후에 진짜 필요한 시설에 대해 다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도시·군계획시설은 집행능력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으로 결정하고 사업시행가능성 등을 고려해 계획을 수립해야한다'는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어떤 시설을 지을지 정하지 않고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 먼저 알박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반면 서울시는 "공원 결정을 위한 기본계획을 이미 수립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공원을 조성(1단계)하고, 이후 공론화를 거쳐 문화시설 건립(2단계)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재원조달은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포함해 지난 6월 열람 공고했다"며 "위반 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개발 안 되는 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6월 이성창 공공개발기획단장은 "또 다른 사람이 (송현동 땅을) 사면 그 사람은 개발이 안 되는 땅을 또 사고,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서울시가 먼저 나서 공원으로 결정하고 공적으로 쓸 테니 그것을 먼저 천명하고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 "민간 재산권 정면 침해"

대한항공이 서울시를 향해 비난 강도를 높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알짜 자산마저 매각이 묶이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감정평가를 기반으로 송현동 부지 매입가로 4670억원 가량을 대한항공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되도록 비싸게 되도록 빨리' 팔아야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예산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서울시의 이 조건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대한항공의 힘을 실어줬다. 최근 경총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은 민간의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서울시를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매입비 5000억원에 개발비까지 포함하면 공원 등 문화시설을 짓는데 1조원 가까이 되는 예산이 투입될 것인데 코로나 정국에서 예산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며 "대한항공이 자산을 팔아 자구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공원과 한 기업의 운명을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내년 치러질 서울시 보궐선거도 변수다. 선거 결과에 따라 송현동 부지 개발 향방이 바뀔 수 있어서다. 다만 선거 전에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용도를 '특별계획구역'에서 '문화공원'으로 바꾸게 되면 선거 이후 송현동 부지의 민간 개발이 진행되더라도 또 다른 특혜 시비가 붙을 수 있다. 그 부담은 또 기업이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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