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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씽킹맵]'LG 팬덤' 꿈꾸는 구광모

  • 2021.01.12(화) 09:46

니즈 세분화로 고객감동 완성…"LG 팬 만들자"
불확실성 속 미래 車사업 준비 가속

2021년 재계는 간단치 않은 경영 환경을 맞고 있다.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풀리지 않았고 주요 기업 내부에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했다. 소의 해, 신축(申丑)년을 호시우보(虎視牛步)로 뚫어야 할 대기업집단 총수들의 머릿속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과제와 판단의 방향을 신년사 등에서 엿보이는 열쇳말과 함께 들여다봤다.[편집자]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훨씬 빠르게 변하면서 고객 안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는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 속 열망을 찾아,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 고객 감동을 키워갈 때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객 가치 실천에 대한 경영 철학은 올해 한층 더 구체화됐다. 단순히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최종 종착점은 'LG 팬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덕후' 만들자… 깊어지는 스마트폰 고민

그의 신년사를 보면 고객 중심 경영 철학 발전사가 드러난다. 2019년 취임 이후 첫 신년사에서 구 회장은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에 있다"고 했고, 지난해에는 "LG만의 고객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여정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나아가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그는 "고객을 세밀히 이해하고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들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는 '초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보다는, 세분화된 고객별 각각의 니즈를 깊고 구체적으로 파악해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이를 점차 확산해 팬층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구 회장의 이같은 고민은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이 대표적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히트작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스마트폰 전환 시기를 놓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사업에 뒤쳐지면서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이미지도 점차 나빠지기 시작했다. 가전 분야에서는 '가전은 LG'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팬층이 확고하지만,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경쟁사들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LG전자 실적에서 MC사업본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며 브랜드 개선 필요성도 커졌다. 지난해 LG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스마트폰 사업부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특히나 적자 동반자였던 자동차 전장 사업이 연내 분기 단위 흑자 전환이 확실시 돼, 이대로라면 스마트폰 사업부만 홀로 골칫덩이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영업익 '3조' 뚫은 LG전자…車까지 가세한다

특히 올해는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사장)가 스마트폰 사업 흑자 전환 시기로 점찍은 해이기도 하다. 권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한 신년 메시지에서 "지난해 성과가 일회성이 아니라 우리의 본질적 경쟁력에 기반한 것임을 입증하는 경영 성과를 일관성 있게 내야 한다"고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다. 관련기사☞ 내년 적자터널 탈출?…LG폰이 잡아야할 두 토끼

권 사장 역시 경쟁력의 핵심을 팬덤에서 찾았다. 그는 신년사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운데 고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LG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미래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실행역량을 높여 질적 성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구 회장과 같이 팬덤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 미래 위한 전기차 '드라이브'

구 회장은 고객 가치 실현이라는 대원칙 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도 착실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대비해 수익성보다는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는 '질 중심 성장'을 꾀하는 방식이다.

최근 드라이브를 건 사업구조 재편도 그 일환이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시켰다. 또 올해 5월에는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5개의 계열사를 분리해 'LG신설지주(가칭)'를 출범시킬 계획이다.관련기사☞ [구본준 분가]1조 지분 넘기고 독립하는 숙부

분할 이후 LG는 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집중하게 된다. 지난해 실적에서도 중심 축에 선 계열사들의 실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1% 늘어난 3조1918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 영업이익 3조원 돌파다.

LG화학도 전통적 '화학' 비수기인 4분기에 의외의 호황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높은 수준의 실적 개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전년 대비 181.4% 증가한 2조52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 1조원대에 가까울 전망이다. 꾸준히 적자폭을 줄여온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는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구 회장은 사업구조 재편과 동시에 전기차 전장사업에도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근 LG그룹은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전장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첫 단계는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는 것이었다. 투자자금 유치를 통해 급격히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적기 대응하겠다는 취지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한 해 조직 안정화에 주력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생산설비 확대 등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몇 년 째 적자를 면치 못했던 LG전자의 전장사업부문도 변화가 가시화했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합작법인이 올해 7월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마그나와의 시너지 기대감에 LG전자는 주식시장에서 12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車전장 죽쑤던 LG전자, 마그나 합작에 '5조 잭팟'

◇ "애자일한 조직문화로 DX 추진 속도"

구 회장은 이같은 사업 전략을 '애자일(Agile, 날렵하고 민첩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상품기획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전문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DX(디지털 전환)도 강력하게 추진한다. 간부나 임원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인공지능(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는 품질과 환경, 안전이 체화된 조직문화 아래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생각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고객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품질·환경·안전이 철저하게 조직문화에 체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진 40여명과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구 회장은 "품질과 환경, 안전은 내 가족이 쓰는 제품, 내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 나가자"며 "이를 위해서는 사장단부터 솔선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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