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양대 전자 부품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5G 스마트폰 덕분이다.
특히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은 작년 4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연간기준 삼성전기 매출을 제쳤다. 삼성전기는 덩치싸움에선 밀렸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 LG이노텍을 앞서며 내실을 챙겼다.
두 회사의 올해 전망도 밝다. 올 1분기 아이폰12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1'이 조기 출시되면서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장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 LG이노텍, 삼성전기보다 '덩치' 커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4분기 연결 기준 25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864억원으로 17% 증가했다. 5G 통신시장 확대에 따른 고부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패키지 기판 판매가 늘었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의 공급이 확대된 덕분이다.
다만 지난 3분기와 비교하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6%, 매출은 18% 각각 감소했다. 회사 측은 "연말 재고조정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환율 등의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작년 4분기 매출(3조8428억원)과 영업이익(342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3%, 37.9% 증가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3.4%, 영업이익은 215.9% 급증했다. 이는 아이폰 신작 출시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미뤄지면서 신작 출시 효과가 4분기에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이 카메라를 5개까지 늘린 아이폰12를 출시하면서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광학솔루션 부문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스마트폰용 트리플 카메라, 3D 센싱모듈 등 고성능 제품이 실적을 견인했고, 5G 통신용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기판과 차량용 모터, 조명·파워모듈 등 전장부품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아이폰12' 효과 등에 힘입어 LG이노텍은 연간 매출 기준 삼성전기를 앞질렀다. 지난해 LG이노텍 매출은 9조5418억원으로 2019년보다 19.6% 증가했다. 삼성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8조2087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내실은 삼성전기가 여전히 더 좋다. 작년 LG이노텍의 영업이익(6810억원)은 전년동기대비 42.9% 증가했지만, 삼성전기 영업이익(8291억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삼성전기(10.1%)가 LG이노텍(7.1%)를 앞선다.
◇애플이 먹여살렸다
두 회사의 주력 사업을 보면 '애플' 효과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기의 핵심 사업부문인 컴포넌트 부문 매출은 96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5% 증가했다. 컴포넌트는 주로 MLCC에서 수동소자(전기 회로에서 전기적 에너지를 소모·저장·전달하는 소자)를 담당하는 사업. 지난 4분기 컴포넌트 부문 매출이 24% 넘게 증가한 것은 MLCC 영향이 컸다. 자동차 신모델, 5G 스마트폰 등으로 MLCC 시장은 커졌다.
아이폰12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기 전체 매출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애플이 최초 5G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삼성전기가 애플에 공급하는 MLCC도 2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기판 부문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기판 부문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3% 성장한 5579억원이었다. 삼성전기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애플에 RFPCB를 공급하는데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에 처음으로 전 모델에 OLED 패널을 탑재했다.
삼성전기 측은 "OLED용 RFPCB 공급 확대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용 및 CPU(중앙처리장치)용 고부가 패키지기판 호조 덕에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이폰12 흥행 효과를 제대로 본 곳은 LG이노텍이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며,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과거 매출의 20%를 차지하던 LG전자 스마트폰 비중은 현재 5%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의 4분기 매출액은 3조5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고, 전 분기 대비로는 110% 급증했다. 이는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의 연간 매출(6조7788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수출액은 통상 11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아이폰12 시리즈 양산 시점이 한 달 밀린 것을 감안해 12월부터 수치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11월 대비 성장했다"며 "그만큼 아이폰 출하 모멘텀이 강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작년 이어 올해도 '웃음꽃'
삼성전자와 애플이 본격적인 스마트폰 경쟁에 돌입하는 올 1분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애플의 아이폰12 판매량 호조가 적어도 올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1를 한 달 빨리 내놓으면서다.관련기사☞삼성전자가 '갤럭시S21' 앞당겨 내놓는 까닭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경우 애플 아이폰 신제품 판매 호조가 1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센서시프트 및 라이다 스캐너 채용 모델(아이폰12 프로)의 판매 증가가 호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삼성전기는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납품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7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전기는 "세트업체들의 보급형 스마트폰 고사양화 니즈에 맞춰 작년부터 공급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보급형 중 고사양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모듈 부문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스마트폰 신작 출시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비수기(통상 2·4분기) 보릿고개를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동력 중 하나가 카메라모듈"이라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조기 출시됐고, 올해 보급형 스마 트폰용 카메라 시장에도 재진입해 카메라 실적 반등이 주목된다"고 짚었다.
양사 전장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삼성전기는 올해 자동차 수요 회복에 따라 공급 확대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1분기 전장용 MLCC 매출이 전년 동기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이노텍은 2017년 이후 4년째 적자 늪에 빠져있는 전장부품사업부가 올해 분기기준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LG그룹이 전장 사업에 속도를 내는 점도 기회요인이다. 관련기사☞영업익 '3조' 뚫은 LG전자…車까지 가세한다
노경탁 연구원은 "차량 전장화 및 자율주행 트렌드 가속화로 차량용 모터, 파워, LED, 통신모듈, 전 장카메라 등 전장부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매출 확대에 따라 연내 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