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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쩐의 전쟁]'글로벌 공룡 독주 막아라'…돈 쏟는 이유

  • 2021.04.07(수) 18:50

웨이브, 1조원 투자 예고 '사상 최대 규모'
티빙·시즌 콘텐츠 제작에 수천억원 투입
막강 자금력 무장 글로벌 기업과 정면승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화관 관람객이 급감한 반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 OTT 업체의 움직임을 조명해 보고 시장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웨이브와 시즌, 티비, 왓챠 등 토종 OTT 업체들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의 자금을 콘텐츠 제작에 경쟁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 등 '글로벌 OTT 공룡'의 연이은 국내 진출에 대응하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이른바 '쩐(錢)의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투자 각축장 韓 OTT…수천억 우습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 등에 약 1조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이를 위해 대주주 SK텔레콤으로부터 1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기로 했다.

국내 OTT 업계에서 조 단위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웨이브는 기존 확보된 자금을 비롯해 향후 추가 투자 유치, 콘텐츠 수익 재투자 등을 통해 1조원 투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웨이브 뿐 아니라 시즌이나 티빙, 왓챠플레이 등 다른 서비스 운영사들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텔레콤의 경쟁사이자 시즌을 운영하는 KT의 구현모 대표는 지난달 23일 열린 간담회에서 지적재산권(IP) 확보 및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오는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왓챠플레이를 서비스하는 왓챠는 이들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360억원 규모의 적지 않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관련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투자 행렬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기업의 무차별 공습 때문이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절반 이상을 넘으면서 관련 업계의 위기감을 고조, 투자 경쟁을 촉발시켰다.

넷플릭스 월 이용자는 지난 2월 기준 1000만명을 돌파했다. 토종 OTT 4개 서비스 이용자를 모두 합쳐도 넘어설 수 없는 수치다.

하반기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둔 '콘텐츠 왕국'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앞으로도 HBO맥스와 애플TV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의 글로벌 업체들의 무차별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바야흐로 OTT 시장의 빅뱅이 시작된 것이다. 

글로벌 OTT 업체의 자금력은 막강하다. 넷플릭스의 올해 글로벌 콘텐츠 예산은 무려 190억달러(약 21조2500억원)다. 이 가운데 한국 예산은 55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6년에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옥자' 578억원, '킹덤' 120억원 등 3년간 K-콘텐츠 제작에 150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2024년까지 콘텐츠 예산으로 90억달러를,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올해만 80억달러를 편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는 워너미디어의 OTT HBO맥스의 올해 콘텐츠 예산은 70억달러에 달한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소비자 지갑 연다

OTT 운영사들의 투자금은 대부분 자체 콘텐츠 제작에 사용된다. 그만큼 '오리지널' 콘텐츠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을 확인시킨 대표 사례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우주 SF영화 '승리호'를 비롯해 '킹덤'과 '스위트홈'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사실상 국내 안방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넷플릭스 유료 결제액은 약 5173억원으로 전년(2483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나홀로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료이용자 가운데 '넷플릭스 가입시 다른 OTT와 비교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6%에 불과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공급하는 콘텐츠의 '차별성'이 유료 가입을 이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가 사실상 국내 OTT 시장을 휩쓸고 있음에도 후발 주자들이 뛰어드는 것은 그만큼 시장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OTT 시장은 지난해 7801억원으로 넷플릭스가 진출한 2016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영화관에 가는 대신 거실 TV나 스마트폰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세계적으로 K 콘텐츠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도 쾌속 성장하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우리 돈으로 78조원으로 전년(73조원)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면서 콘텐츠 제공에 있어 OTT 서비스가 2차 윈도우가 아닌 1차 윈도우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며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이 경험은 시장 변화를 가속화하고 중장기적인 변화의 수준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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