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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 논란 넷플릭스 망소송 패소…자사요금 올릴까?

  • 2021.06.25(금) 19:25

1심 재판부 "연결상태 유지 대가 지급해야"
넷플릭스 "망 사용료 강제 사례 없어" 반발
SK브로드밴드 장기전 예상, 반소 카드 고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인터넷 사업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넷플릭스는 '접속(access)'과 '전송(delivery)'을 구분하며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둘을 '연결성' 개념으로 종합해 넷플릭스에게 부채가 있다고 판단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하면서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통신사에게 적지 않은 망 사용료를 내야할 처지에 몰렸다.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사용료만 300억원에 육박한다. 자칫 넷플릭스 이용자의 서비스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기의 재판' SKB 손 들어준 법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25일 넷플릭스 한국법인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확인을 요구한 'SK브로드밴드에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부분을 기각했다. 아울러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걸 확인해달라는 부분에 대해선 각하했다. 각하는 소의 요건이 불충분해 수리 자체를 거절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접속과 전송, 이원적으로 구분한 최초의 사업자다. 넷플릭스는 자사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직접 접속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대해 접속료만 지급하면 되고 접속 이후 트래픽을 전송하는 다른 ISP에 대해, 즉 '간접 접속한 구간'에 대해선 전송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원칙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말은 같은 ISP라 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 같이 하위 등급의 사업자에게는 별도의 망 이용요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주장에 일침한 재판부

보통 ISP 사이에도 등급이 존재하는데 얼마나 넓은 영역에서 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느냐에 따라 등급(Tier)을 구분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AT&T와 버라이즌, 스프린트 등은 가장 높은 등급(Tier-1)이며 SK브로드밴드와 KT 같은 업체는 그 다음 등급(Tier-2)에 속한다. 이러한 낮은 등급의 ISP는 높은 등급에 사용 요금을 지불하고 높은 등급들의 거대한 인터넷 망에 접속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자국 내 ISP 등에 접속료를 이미 지급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 같은 하위 ISP에 별도의 망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가 이용자(고객) 또는 다른 ISP에 연결하는 행위는 '전송'에 해당하는 만큼 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자체 전송 기술을 통해 인터넷 트래픽을 획기적으로 경감시켰기 때문에 굳이 전송료를 따로 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1조원 가량을 들여 개발한 이른바 '오픈커넥트'란 기술이 트래픽을 무려 95% 경감시키므로 전송료를 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ISP를 통해 '연결 상태'를 유지한다면 마땅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넷플릭스는 피고를 통해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주장한 '망 중립성' 개념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판단도 더해졌다. 재판부는 "(연결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나,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적시했다.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SK브로드밴드의 수입이 늘었지만, 넷플릭스가 내야 할 망 사용료에 비해선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SK브로드밴드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 급증으로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에서 지난해 6월 600Gbps로 12배 급증했다. 넷플릭스가 지불해야 할 망 사용료 추정치 역시 2017년 15억원에서 지난해 272억원으로 뛰었다.

이날 판결 직후 SK브로드밴드 측 강신섭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측은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민법의 법리를 뛰어넘는 논리를 많이 폈다"며 "법원이 그런 부분에 대해 냉정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판결은 재판장이 작성한 판결문을 읽으면서 빠르게 마무리 됐다. SK브로드밴드 측에선 변호인 2명이, 넷플릭스 측에선 소송 대리인인 김앤장 관계자 다수가 재판장에 들어갔으나 재판은 3분만에 끝났다.  

굽히지 않을 넷플릭스…장기전 조짐

넷플릭스와 ISP의 법정 다툼은 장기전으로 흐를 조짐이다. 법원이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 지급 의무를 인정했으나, 계약을 체결할 의무나 사용료 규모에 대해선 사업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겨둔 탓이다.

재판부는 "계약 자유의 원칙상 계약 체결을 할지 말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서 체결하라 말아라 그렇게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항소 가능성이 높다. 이날 넷플릭스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 기관도 CP로 하여금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항소 여부는 법원의 구체적인 판결문을 확인하고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법원이 망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할 근거는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패소하더라도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이번 재판 결과를 근거로 반소를 제기하는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낸다면 이용자의 서비스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만 해도 2019년 기준 연간 700억원대, 카카오는 300억원대 사용료를 납부한 바 있다. 작년 말 기준 이들의 트래픽은 넷플릭스의 4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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