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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어 유튜브도 망사용료 낼까

  • 2021.07.10(토) 08:30

[취재N톡]
글로벌 OTT 망 사용료 지불 의무 판결
트래픽 1위 구글에도 적용? '언감생심'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소송을 아시나요? 아마 유·무선 인터넷 시장에 관심이 많은 분보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분이 혹시 월 구독료가 오를까봐서 더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 같은데요.

이름하여 '망 사용료 분쟁'에서 1심 재판부는 지난달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넷플릭스가 '우린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 줄 것 없다'는 법적인 확인을 받고자 제기한 소송에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것인데요.

여기서 망 사용료는 소소한 수준의 금액이 아닙니다. SK브로드밴드가 추산한 '넷플릭스로부터 받아야 할 망 사용료'는 4년 누적 기준 272억원에 달합니다.

▷관련기사: 무임승차 논란 넷플릭스 망소송 패소…자사요금 올릴까?(6월25일)

재판 기사를 보시고 이런 질문도 많이 주셨습니다. '왜 내가 홈인터넷 요금을 내고 넷플릭스를 보는데, 넷플릭스가 또 SK브로드밴드에 돈을 줘야 하지?' 이것인데요. 이는 인터넷 산업이 양쪽 시장이라는 점을 간과한 질문입니다.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뿐만 아니라 'B2B'(기업간 거래) 사업도 중요하단 것인데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터넷제공사업자들은 초고속 인터넷 망을 깔아놓고 일반 가정 및 기업·기관에 이를 각각 서비스합니다.

기업·기관에게서(B2B) 망 사용료를 받기에 개인 소비자에서(B2C) 현재 수준의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B2B 시장이 무너질 경우 B2C 시장으로 요금 부담이 전가된다는 뜻입니다.

최근 업계의 관심은 넷플릭스에 이어 구글로 향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고화질 데이터를 전송하는 넷플릭스가 너무 많은 트래픽을 전송하면서 자사 초고속 인터넷 망에 부담을 주고 속도를 저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넷플릭스는 작년 기준 국내 인터넷 전체 트래픽의 4.8%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구글의 트래픽은 무려 25.9%에 달합니다. 구글이 운영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유튜브 때문인데요. 네이버·카카오가 1%대인 걸 고려하면 참으로 어마어마하죠.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보다 구글에게 먼저 받아야죠. 이번 재판 결과로 법적인 근거도 마련했겠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글로벌 OTT 사업자들에 줄소송을 걸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망 사용료를 지불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일단 구글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들에게 망 사용에 대한 대가로 '금전'은 아니지만, 이를 대체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짜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고 무언가 물밑 협상이 오간 것인데요.

인터넷사업자들은 금전으로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언감생심' 소송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입니다. 26%에 달하는 막대한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기업을 적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송출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소비자 불만은 어마어마하겠죠.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트래픽이 넷플릭스의 6배에 달하는 수준이라 감히 손을 못 대는 상황"이라며 "통신 3사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바른 선례를 만들어놓자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글과 갈등을 빚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완승'을 거둔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죠. 1심 결과에 넷플릭스가 항소한다면, 2심, 3심, 대법원 재판까지 싸움이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거든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화해'를 요청하고 일정 수준의 사용료를 지급한다면, 그 나름대로도 글로벌 OTT들이 바짝 긴장할 계기가 되겠죠. SK브로드밴드의 외로운 싸움이 인터넷 시장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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