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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법 찾는다

  • 2022.05.06(금) 07:00

제주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가보니
사용후 배터리 검사부터 재사용까지

제주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내부에서 배터리 모듈 검사가 진행되고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제주=김동훈 기자] "여기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전류가 아직 남아 있어요. 터치하면 진짜 한방에 가요. 절대 건들지 마세요."

4일 제주시 첨단로 소재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들어서자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은 감전 위험을 이같이 거듭 경고했다. 

이 팀장의 경고뿐 아니라 센터 내부 곳곳엔 '출입금지'·'감전 위험' 등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팩과 모듈이 곳곳에 쌓여 있어 혹시 몸이 닿을까 겁이 날 정도다. 

게다가 배터리 검사실에선 성능 검사가 진행되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 위험성은 소리로도 감지되는 수준이다.

제주테크노파크가 이렇게 위험한 전기차 배터리를 가득 쌓아둔 이유는 무엇일까.

사용한 배터리 수거부터 재사용까지

제주테크노파크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 전주기 체계'를 구축 중이다.

제주지역 에너지 분야 일자리 창출과 사용후 배터리 산업 관련 기술·장비활용 지원 등을 통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이같은 체계 구축은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센터는 사용 후 배터리의 수거와 수거된 배터리 성능에 대한 각종 검사, 등급 분류, 상태별 활용 분야 발굴에 이르는 체계를 선행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제주첨단과학단지 4000㎡ 규모 부지에 국·도비 등 415억원이 투자되고 있다.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사진=김동훈 기자

제주 전기차 배터리는 모두 이곳에서 재탄생

이날 방문한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2019년 6월 개소했다. 현재 구축중인 안전성 시험을 위한 '방폭동'은 올해 완공 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회수된 전기차 배터리는 250개 정도. 이 팀장은 "제주에서 나온 전기차 폐배터리는 전부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센터 내부를 돌아보면 전기차에서 떼어낸지 얼마 되지 않은 배터리 팩부터 팩에서 분리한 모듈까지 '회수부터 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팩의 경우 잔존가치, 안전성 등을 측정하기 위해 충·방전 실험을 48시간 동안 진행하고, 모듈 단계에선 24시간 동안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 때문이다. 센터에서 검증한 배터리에서 화재 등 문제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팩 단계에선 90% 정도를 다시 쓸 수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팩을 모듈로 분리해보면 일부 모듈은 쓰지 못하는 수준인 점이 발견된다.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 팀장은 "배터리 팩이 입고되면 육안으로 외관을 검사하고 안정 복장과 장비를 갖춘 뒤 안전 검사가 진행된다"며 "잔존가치를 팩, 모듈 단계 모두에서 평가해 등급을 분류한 뒤 새로운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검사 과정에서 쓸 수 없는 배터리도 파악된다. 이 팀장과 함께 밀폐된 모듈 검사실에 들어가 보니 부풀어 오른 배터리 모듈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팀장은 "배터리는 습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부풀어 오른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크다"며 "국내의 경우 도로가 울퉁불퉁한 탓에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사용 배터리는 현재까지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 가로등, 농업용 운반차 등 8건이 개발돼 실증 운영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내부에 배터리 팩 등이 적재돼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제조사 BMS 공개·제도 개선 필요"

애로 사항이 없지는 않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마다 다른 까닭에 발생하는 비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팀장은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 BMS를 새롭게 개발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며 "이는 제조사가 BMS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배터리를 재활용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BMS 개발에 따르는 비용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른 제조사들이 만든 BMS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이 팀장의 제언이다.
 
배터리 재사용과 관련한 전반적 시스템 구축도 요구된다. 현행법에 따라 제주도에선 폐배터리를 내륙에서 반입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 팀장은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와 지역 내 활용, 다른 지역 반출을 위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이를 수행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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