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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은 옛말…한솔피엔에스 '골판지' 사업 꽂혔다

  • 2022.06.22(수) 14:33

택배시장 호황에 박스 제조사 인수
주력 지류유통 사업과 시너지 기대
종이포장 좌절 후 8년만에 재도전

한솔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한솔피엔에스(PNS)가 택배용 골판지 박스 사업에 투자금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관련 제조사 한솔비에스(옛 지즐)에 대한 지분 투자 이후 8개월만에 운영 자금을 추가로 대면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온라인 쇼핑 성장에 힘입어 포장용품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솔피엔에스가 한때 접었던 종이 포장(패키징) 사업에서 또 다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골판지 제조사 '지즐'에 추가 자금 대기로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피엔에스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한솔비에스가 추진하는 3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한솔피엔에스는 지난해 10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한솔비에스의 지분 80%를 48억원에 사들이고 계열 편입한 바 있다. 이번 추가 투자로 한솔비에스의 지분은 87%로 확대된다. 

한솔비에스는 2004년에 '지즐(zizle)'이란 사명으로 설립한 제조사다. 이 회사는 포장 재료로 쓰이는 골판지를 전문으로 다룬다. 절단면의 종이 분진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나 정밀 부품 업체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설립 초기인 2004년부터 일본 현지법인을 통해 골판지 박스를 수출하는 등 국내 보다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골판지 제조 뿐만 아니라 패키지 용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쇼핑몰 에이앤박스(ANBOX)도 운영하고 있다. 

한솔피엔에스는 지난해 한솔비에스에 대한 지분 취득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택배 포장 용품 시장에 발을 내딛였다. 이 시장은 택배 및 식품과 배달 서비스의 물동량이 확대되면서 꾸준한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시장 규모는 약 14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룹 전산실, 포장 사업 진출한 사연

한솔그룹의 시스템통합 계열사인 한솔피엔에스가 전공인 IT 서비스와 거리가 먼 종이 포장 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보통 한솔피엔에스와 같은 시스템통합 업체들은 그룹의 '전산실'로 불린다. 태생적으로 그룹 계열사의 IT 부문을 통합해 만들어졌으며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으며 성장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1975년 광림전자란 사명으로 출발한 한솔피엔에스도 1995년 한솔그룹에 편입(한솔텔레컴으로 사명 변경)한 이후 계열사들에 대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거나 IT 아웃소싱을 맡으면서 사세를 키웠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은 2008년 종이 포장 분야에 손을 대면서다.

당시 한솔피엔에스는 생필품이나 의약품, 산업용품 등으로 포장 산업이 확대되자 이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엇보다 한솔그룹의 출발점이자 근간인 한솔제지가 패키징(포장) 용지 등을 다루는 종합제지 회사라는 점이 SI 계열사 한솔피엔에스의 변신을 이끌었다. 지금의 사명인 한솔PNS(Packaging and Solution)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패키징과 솔루션' 양대 사업의 기반을 다진 것도 이 때다. 

5년만에 종이 포장 사업 접어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한솔피엔에스는 전공인 IT 서비스로 축적해온 솔루션과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패키징 사업에 접목, 이른바 '토탈 포장 솔루션'으로 미래 먹거리를 모색했다.

주요 거래처인 존슨앤존스와 암웨이를 확보하면서 반년만에 매출 66억원(전체 매출 비중 16.7%)을 차지하는 등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한솔피엔에스는 영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계열사였던 서울지류유통을 흡수합병(2009년)하면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도 했다.

한솔제지 등 제지 계열사로부터 인쇄용지나 산업용지 등을 받아 유통하는 이른바 '지류 유통' 사업으로 매출 외형을 이전 보다 크게 불렸다. 

그러나 한솔피엔에스가 야심차게 진출한 종이 포장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대만큼 뚜렷한 재무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결정적으로 종이 포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한솔피엔에스는 신사업 진출 5년만인 2013년에 결국 해당 부문을 접었다. 

조용하던 한솔피엔에스, 작년부터 신사업 본격화 

종이 포장 사업을 떼어낸 이후 한동안 시스템통합과 지류 유통 두가지에 집중하던 한솔피엔에스가 모처럼 신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작년 하반기에 스마트팩토리 전문기업 코에버정보기술과 골판지 제조사 한솔비에스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특히 한솔비에스 인수를 계기로 8년여만에 패키징 용품 시장에 재진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솔피엔에스는 기존의 지류 유통 사업을 통해 확보한 유통망을 패키징 용품 신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1분기 한솔피엔에스 연결 매출(743억원) 가운데 지류 유통 매출은 624억원이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8%에 달한다. 

코에버정보기술 인수를 계기로 스마트팩토리도 기존 IT 부문의 기술 역량 및 아웃소싱 사업과의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 

회사측은 "지즐에 대한 지분취득을 통해 온라인 패키징 용품 시장 및 패키징 용품 시장에 진출, 기존 지류유통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사업규모 확장은 물론 매출증대를 목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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