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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과 R&D 함수]➁'제각각' 투자비중 공시에 커지는 불신

  • 2022.12.05(월) 06:50

'정부보조금' 포함 VS 차감…개발 실패시 일부 반납
타사 제품 대신 판매한 '상품'도 매출액 포함 '거품'
"불투명 회계처리로 불신 확대…상세기준 마련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연구개발(R&D) 활동이 본격화한 건 지난 1987년 물질특허가 도입되면서다. 이를 계기로 신약 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R&D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요소이자 미래 비전이 됐다.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에 거는 기대는 투자자들에게도 이어졌다. 하지만 핑크빛 미래를 꿈꿨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치판단을 좌우하는 R&D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기업의 가치판단에 있어 가장 기본 척도는 재무제표다. 제약바이오 역시 기업 재무제표를 통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과 R&D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회계 상의 반영에서 다른 산업과는 큰 차이가 있는 데다 각 기업별로 극심한 격차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D 회계처리 지침 강화에도 허점 속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투자비용은 큰 틀에서 비용으로 처리하거나 무형자산 인식으로 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무형자산은 물리적인 실체는 없지만 미래에 경영상 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R&D 비용을 비용 처리할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하지만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과거에는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많았다. 그러나 신약 개발이 임상 도중 실패하면 자산화한 금액을 모두 손상차손해야 하고 이는 수익성을 뒤흔들었다. 결국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는 의약품 유형별로 개발비 자산화 가능 단계를 제시한 '제약바이오 R&D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마련하고 이후 부족한 부분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 

신약의 경우 이제는 명확하게 임상 3상 승인 이후 비용부터 무형자산으로 포함할 수 있고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제네릭은 생동성시험계획 승인, 진단시약은 허가신청 및 외부 임상신청 등 제품 검증을 한 상태부터 무형자산으로 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회계에는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보조금 포함 VS 차감, R&D 투자비율 '격차 극심'

비즈니스워치가 지난해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로 정부로부터 일부 R&D 비용을 지원받은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의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을 살펴본 결과,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셀리드, 대웅제약, 유바이오로직스, 신풍제약 등 6곳은 정부보조금을 포함한 R&D 비용으로 R&D 투자비율을 계산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지난해 정부와 외부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건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코로나 국산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 등에 사용된 정부지원금은 약 521억원이었다. 해당 금액을 포함할 경우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10.7%였지만, 정부지원금을 차감한 후에는 5.1%로 줄었다. 

셀리드의 경우 매출이 1억원에도 못 미쳐 R&D 투자비율이 1772%라는 엄청난 수치가 나왔다. 셀리드가 지난해 정부보조금으로 R&D에 투자한 금액은 87억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15%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차감 후에는 절반 수준인 816.9%로 감소했다. 

대웅제약은 정부보조금을 포함한 데다 별도 매출액으로 R&D 투자비율을 산출했다.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연결 매출로 계산하거나 연결과 별도 매출별 R&D 투자비율을 모두 기재하고 있다. 별도 매출액은 연결 매출액보다 적기 때문에 R&D 투자비율이 더 크게 나올 수밖에 없다. 대웅제약의 재무제표상 R&D 투자비율은 16.7%였지만, 일반 기업들처럼 연결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부보조금을 차감했을 때는 14.5%로 줄었다. 이밖에 유바이오로직스, 신풍제약 등도 적은 금액이지만 정부보조금을 R&D 투자비율 산정에 포함했다. 

개발 실패시 정부보조금 일부 반납…'손상차손' 처리

반면 셀트리온,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아이진 등 4곳은 정부보조금(외부지원금 포함)을 차감한 후 자체 R&D 비용만으로 R&D 투자비율을 계산했다. 그동안 정부보조금 금액이 크지 않아 R&D 투자비율에 1% 내외의 차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 제약바이오 기업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정부지원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국산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과 국산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성과를 냈다. 문제는 개발에 실패시 정부지원금의 일부를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 실패시 지원금을 반납할 경우 손상차손으로 처리해야 하는 데다 자체적으로 투자를 부담한 게 아닌 비용을 R&D 투자비율에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예외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 등은 우리나라 정부 외에 빌&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지원금은 개발 도중 실패하더라도 반납하지 않는다. 

매출액에 타사 제품 판매한 '상품매출'도 포함

뿐만 아니라 재무제표상 매출액 표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매출은 크게 제품과 상품으로 나뉜다. 제품 매출은 자체 개발 및 판매했을 때 발생하고, 상품 매출은 글로벌 제약사나 국내 다른 제약사 등 타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도입, 판매한 매출이다. 쉽게 말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제품 매출, 대신 생산 및 판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의 코로나 백신은 상품 매출로 잡힌다. 

상품 매출은 실제로 발생한 매출이 아닌 '거품' 매출이라는 얘기다. 상품 매출에서 실제로 수취하는 금액(수수료)은 평균 10~20%로 알려져 있으며 불법 리베이트와 세금까지 포함하면 최대 50~6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전통제약사 사이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형 품목 도입 경쟁이 치열한데 도입 판매하던 품목의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일부 기업은 재무제표 매출액에서 제품과 상품 매출을 구분하지 않아 도입 품목 의존도를 판단할 수 없다. 이는 부풀려진 실적으로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회계처리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시와 회계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이해도를 반영해 보다 상세한 회계처리 기준을 제시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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