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찾은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에선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방탄복부터 소방복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는데요. 쇼핑하러 백화점을 찾은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풍경입니다.
바로 이 곳은 효성첨단소재가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팝업스토어인데요. 소개된 제품 중 눈길을 끄는 소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라미드(Aramid)입니다. 이 곳에선 아라미드 원사를 사용해 만든 소방공무원용 가방, 우주복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여러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아라미드가 어떤 섬유길래 방탄복부터 우주복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걸까요.
총알 막고, 500℃에도 안타고
아라미드는 슈퍼섬유의 한 종류입니다. 슈퍼섬유란 화학적인 가공을 통해 생산하는 화학섬유 중에서도 강도·탄성·내열성 등이 우수한 고성능 섬유 소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일반 의류용 섬유보다 질기고 강한 섬유죠.
아라미드를 설명할 때 항상 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400~500℃의 고온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으며, 결속력이 강철보다 5배 강력해 5㎜ 굵기의 실로 2톤(t)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죠.
아라미드가 이렇게 강력할 수 있는 원리는 고분자가 고리 형태로 연결돼 결합 정도가 일반 섬유에 비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또 분자들이 육각형 형태로 벌집처럼 촘촘히 배열되는 규칙적인 결정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덕분에 결합 정도가 총알의 회전 운동 에너지도 흡수하고, 열에너지도 끊지 못할 만큼 강력하죠.
아라미드는 파라계 아라미드(파라 아라미드)와 메타계 아라미드(메타 아라미드)로 나뉘는데요. 파라아라미드는 강한 외부충격에 버틸 수 있는 고강도·고탄성의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방탄복이나 광케이블 소재 등으로 주로 사용되죠.
메타아라미드는 화염과 같은 고열에 강하며, 난연성과 전기절연성이 뛰어납니다. 방화복, 우주복, 방한복과 같은 특수의류소재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라미드는 주로 산업 소재로 사용되는 탓에 실생활에서 마주치기 힘든 섬유입니다. 효성첨단소재가 서울 한복판에 팝업스토어를 차린 이유도 사람들에게 아라미드를 비롯한 슈퍼섬유에 대해 알리기 위해서죠. 효성은 서울 성수동 무신사 매장·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이어 현대백화점 천호점, 디큐브시티점, 부천 중동점, 더현대 대구로 팝업 스토어 전시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효성 관계자는 "사실 아라미드와 같은 슈퍼섬유는 자동차 소재, 방탄복, 방화복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순 없지만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제품들에 사용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슈퍼섬유에 대해 알리고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요 늘어나는 아라미드…생산 늘린다
아라미드는 최근 여러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아라미드는 방탄복과 방화복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광케이블 등 여러 첨단산업 분야에서 재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온라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광케이블 설치량이 늘어났다는 점도 아라미드 수요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데요. 아라미드 섬유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와 뛰어난 인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5G용 광케이블을 내부에서 지지해 주는 보강재 역할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전기차용 타이어에도 아라미드가 사용됩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한 탓에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20% 정도 더 무거운데요. 이 때문에 타이어 마모도 더 빠르죠. 그래서 전기차용 타이어를 중심으로 강도가 높은 아라미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아라미드 수요가 늘자 업체들도 분주히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는데요.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01년 울산 아라미드 생산라인 증설을 마쳤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1200t의 생산량을 3700t으로 늘렸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말까지 아라미드 생산량을 두배로 늘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7500t 수준이던 경북 구미 공장의 아라미드 생산능력을 올해 하반기 1만5000t까지 끌어올릴 계획인데요. 올해 말 양산을 앞두고 사전 마케팅을 펼치고 있죠.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현재 사전 주문량은 증설 후 총생산량의 60% 수준이라고 합니다.
태광산업도 지난해 1450억원을 투자해 아라미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습니다. 현재 1500t 규모인 울산공장의 아라미드 생산량을 오는 2025년 5000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죠.
업계 관계자는 "아라미드 시장은 최근 수요가 늘면서 내부적으론 올해부터 판매자 시장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며 "국내외적으로 생산량이 늘고 있는데 그만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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