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의 등장과 함께 ‘탈 것’에 대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 핵심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과 ‘자율주행’이다.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이에 비즈워치에서는 전장과 자율주행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려한다. [편집자]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 ’ 탑재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45%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은 해당 신시장 선점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생각이다. 앞서 LCD(액정디스플레이·Liquid Crystal Display)에서 OLED로 스마트폰 시장의 기술 전환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전장의 OLED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삼성 혁신 기술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관심
현재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은 LG와 삼성이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0%, 42.7%였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초창기 단계인 만큼 안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양사는 롤러블·폴더블·슬라이더블 등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이며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기술 개발로 시장에 쐐기를 박겠다는 생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장 사랑은 최근 열린 ‘IAA(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 모빌리티’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뮌헨서 열린 ‘IAA 모빌리티’는 세계 3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자리에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전동화 장비 수주전에 적극 나섰다. 당시 부스엔 전장과 관련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이 총동원됐다.
전시 테마는 ‘세이프 드라이빙 센터(Safe Driving Center)’였다. OLED와 LCD 중 어떤 디스플레이가 안전 주행에 유리한지 직접 체험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들어 ‘야간에 차량 주변으로 뛰어든 검은 고양이’를 OLED와 LCD에서 각각 확인하고 어느 디스플레이에서 더 눈에 띄는지 비교하는 방식이다.
통상 OLED는 LCD 대비 어두운 배경 속 검은 색상의 사물 경계를 분명히 표현해내는 성능이 우수하다. LCD는 백라이트가 항상 켜져 있어 빛의 간섭을 피하기 힘든 반면 OLED는 자발광 방식으로 픽셀 자체를 켜고 끄기 때문이다.
OLED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유기화합물을 이용해 자발광(自發光)이 가능하도록 만든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와 달리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켜고 끌 수 있어 색과 명암비를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빠른 화면 반응속도와 넓은 시야각도 특징이다.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특징도 지녀 디자인 및 폼팩터 혁신에 적합하다. OLED는 LCD보다 화질·무게·두께·소비전력 등 부문에서 우월하다는 평가다.
이뿐만이 아니다. ‘플렉스(Flex) S’를 필두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S자 모양처럼 기기의 한쪽은 안쪽으로, 다른 한쪽은 바깥쪽으로 접히는 멀티 폴더블 OLED 제품이다. 평소엔 스마트폰처럼 휴대하고 차량에 탑승한 후엔 12.4형으로 펼쳐 계기판 등으로 활용 가능토록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같은 기술력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BMW·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의 협력을 공고히하고 향후 더 많은 완성차 브랜드에 삼성데스플레이의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생각이다.
LGD, 업계 최초·최고 기술 선도 명맥 잇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차량용 OLED 양산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20년째 협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OLED 10년 역사를 쌓아온 LG디스플레이는 기술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학술대회 ‘IMID’에서 선보인 ‘18인치 차량용 롤러블 OLED’가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18인치 차량용 롤러블 OLED는 업계 최초 개발이자, 국내 최초로 공개된 제품이었다.
18인치 차량용 롤러블 OLED의 핵심은 탠덤 소자 구조를 롤러블 패널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보다 밝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했다. 10만번 이상 말았다 펴도 매끈한 화면을 유지한다. 영하 40도부터 영상 85도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는 내구성까지 갖췄다.
‘K-디스플레이 2023’에서는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34인치 초대형 ‘P-OLED’를 내놓기도 했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정보를 선명하게 제공해 주행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P-OLED는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을 기판소재로 사용해 구부리거나 휘는 등 형태 변화가 자유롭다. 픽셀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고급스럽게 색을 재현한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향후 초대형 OLED와 슬라이더블·롤러블·투명 OLED 등 디스플레이 폼팩터 혁신을 통해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김병구 LG디스플레이 오토 사업 그룹장(전무)은 “탄탄한 고객구조, 차별화된 기술력, 안정적인 공급 역량과 품질 그리고 전용 팹(Fab) 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장이 급속도로 우상향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OLED 패널 매출은 2억6960만달러(약 3599억원)로 전년 대비 38.6% 증가할 전망이다. 오는 2029년에는 13억9041만달러(약 1조856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확산으로 자동차 내 안내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점차 대형화·고해상도화 되는 추세다. 따라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시장 특성상 시장을 선점해 지속적인 수주가 이뤄진다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 분야"라며 "오랜 업력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가, 저품질의 중국 제품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고 시장 지배력을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것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④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