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업체 3곳이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고점을 찍었던 해상운임과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이 줄어서다.
타이어 업계는 올해 상반기도 견조한 자동차 판매량에 힘입어 호실적이 예상된다. 걸림돌도 있다. 최근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타이어 업계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타이어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 3사, 나란히 '함박웃음'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조158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전년 동기(7058억원) 대비 64.2% 늘어난 수치다. 추정대로라면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지난해 각각 3275억원, 1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했다.
타이어 3사의 호실적은 물류비와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하락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엔데믹 당시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급등했던 해상 운임이 지난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해서다.
실제 2022년 1월 5109.6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000선까지 떨어졌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 15개의 항로 운임을 반영하며, 해상 운임을 나타내는 대표 지수다.
타이어 원재료인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가격도 하락했다. 한국타이어가 공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매입한 천연고무 톤(t)당 가격은 지난해 말 241만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08만원으로 13.7% 내려갔다. 이 기간 합성고무 t당 가격도 286만원에서 264만원으로 7.7% 하락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역시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카본블랙 등 원재료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내려갔다고 공시했다.
고인치 프리미엄 타이어와 전기차용 타이어 등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도 실적 성장에 한몫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를 탑재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실적이 성장한 것은 해상 운임과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또 완성차 업체가 고인치 휠 적용 비율을 늘리면서 이에 맞는 고부가 타이어 매출이 증가한 점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호실적 기대 속 불안 요소도
타이어 3사의 호실적은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신차용 타이어(OE)도 견조한 판매량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 제품인 윈터타이어 판매가 증가하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료비와 물류비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타이어 업체들의 이익 성장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타이어 수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판매량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최근 해상 운임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홍해 인근에서 친이랑 예멘 반군이 민간 선박을 향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운송 업체들이 반군의 공격을 피해 홍해 대신 남아프리카를 경유하는 우회로를 택하면서 운송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1759.58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504.59(40.21%) 증가한 수치다. SCFI가 17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14개월만이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도 타이어 업계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377만대로 전년 대비 30.6% 증가했다. 다만 2022년 판매량 증가율(56.9%)에 비해선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자 타이어 업체들은 전기차 타이어 관련 투자 규모 축소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1월 신규 타이어 중 전기차 공급 비중을 당초 20% 수준에서 15%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기준 총 투자금액도 1조원에서 5000억원까지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상 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타이어 선적은 몇개월 이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악영향이 없겠지만 이런 추이가 계속된다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도 전기차용 타이어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타이어 업체들 입장에선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