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지속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177억원 영업손실에 그쳤다. 올해 1분기부터 이어진 ‘사실상 적자’가 이번에도 이어진 셈이다.
다만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AMPC를 제외한 영업손실 역시 3개월만 2000억원 이상 대폭 개선됐다.
EV 빈자리 ESS로 메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달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감소한 규모다.
이 기간 영업이익에 반영된 AMPC 금액은 4660억원, 최대치를 기록했다. AMPC를 제외했을 경우 영업손실은 177억원으로 파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분기부터 AMPC를 영업이익에 반영해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1분기 1003억원 △2분기 1109억원 △3분기 2155억원 △4분기 2501억원 등 AMPC 혜택을 받아왔다.
이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AMPC 1889억원·4478억원을 적용, 이를 제외했을 시 영업손실 규모가 각각 316억원·2525억원에 머문 바 있다.
올 3분기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전방시장 수요 약세가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일각에선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영업이익 성장이 눈에 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129.5% 급증, AMPC 제외 영업손실도 전분기 대비 2348억원 개선됐다. 메탈 가격 안정화로 원가 부담이 줄었고 배터리 출하량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위주로 늘어난 덕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ESS 및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증가에 따른 전사 가동률 개선, 메탈가 하향 안정화로 단위당 원가 부담이 감소하면서 IRA 세액공제 효과를 제외하고도 전분기 대비 수익성을 상당히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이 기간 매출은 △북미 합작공장 판매에 더해 주요 유럽 고객사 출하량 확대 △인도네시아 합작공장(JV) 실적 연결 반영 △전력망을 중심으로 한 ESS 매출 성장 등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약 12%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보수적 투자 결단 "내실 다진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분기 수익선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유사하겠지만, 계절적 영향으로 고수익성 제품 판매가 줄면서 4분기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운영 효율화를 통해 손익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능동적 운영 효율화를 위해 북미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시설 유휴 라인은 타 용도로 전환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내년 설비투자(CAPEX) 지출 규모부터 올해 대비 크게 줄인다.
이 부사장은 “배터리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설비 투자를 과거 수준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필요성 및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으로 필요한 부분에만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SS 시장 성장 잠재력은 높아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 일부를 신규 제품 또는 ESS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R&D 투자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중장기 전략 과제도 공식화했다. 다양한 대외 변수에도 흔들림 없는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한 복안이다.
이를 위해 핵심 소재 차별화 및 건식 전극 등 신규 공정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나가기로 했다.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 상용화 등 차세대 전지 개발 목표는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80(지름 46mm·높이 80mm) 배터리도 양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4분기 샘플 양산을 시작해 주요 고객사들과 공급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LG엔솔·파나소닉 '4680 장전완료'…승패 관건은?)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한다. 자원 선순환 체계(Recycling Closed Loop) 구축을 통해 메탈 재활용 사업을 선점하고, 배터리 기반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사업 비중을 확대한다.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등 신규 비즈니스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사장은 "어느 때 보다 급격한 대외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면서도 "치밀한 전략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압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고객가치를 높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