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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아연독점' 우려에 '기업결합심사' 가능성 급부상

  • 2025.01.15(수) 16:51

법조계, 지배권 변동시 '기업결합' 해당 가능성
국가기간산업에 해당돼 직권심사에 나설 수도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 국내 아연 시장 독점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로 지배권이 변동되면 공정거래법 상 '기업결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연 제련업이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공정위가 직권 심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비즈워치

경쟁제한 우려 시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

15일 제련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MBK·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아연 등 핵심산업소재의 독점 우려가 커지고 가격인상 가능성 등 경쟁제한 우려가 나오면서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과 함께 국내 아연시장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경우 몇 년째 이어진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사모펀드까지 가세하면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철강금속업계에서도 아연괴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면서 산업계 전반에 가격인상 도미노도 우려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해당 가능성 

법조계 일각에서는 MBK·영풍의 고려아연 인수 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주식 취득·소유 △임원 겸임 △합병 △영업양수 △회사 설립 참여 등을 기업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M&A 시도 역시 공개매수를 통한 주식 취득이 이뤄진 만큼 이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지배권 변동을 초래, 공정거래법 상 '기업결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행위 등을 통해 시장의 경쟁 제한이 우려될 경우 심사를 통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기업결합심사' 제도다.  

구체적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 11조에 따르면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인 기업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지분 취득 등을 통한 기업결합 행위를 했을 경우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기업결합 사실을 신고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장기업 지분 취득인 경우 전체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 주식을 새롭게 취득했을 경우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법조계에서는 MBK가 지난해 영풍과 연합한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을 새롭게 취득한 만큼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풍의 경우 기존에도 고려아연 지분을 15% 이상 보유했던 만큼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영풍이 단독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 주체인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 홀딩스를 통해 주식을 취득할 경우 영풍이 기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포함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약정한 만큼 MBK가 '새롭게' 고려아연 지분 15% 이상을 취득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해 공개매수 등을 통해 특별관계인 영풍 측과 공동으로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6.72%에 달한다. 

'경쟁제한성' 발생 시 직권 심사 가능성도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14조 1항 3호에 따르면 MBK의 입장에서 영풍은 경영을 지배하려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기업 결합에 참여하는 MBK의 '특수 관계인'으로 분류된다. MBK가 15%이상 지분을 새롭게 취득한 것이 돼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풍은 이미 15%이상 주식 보유로 신고 의무는 발생하지 않더라도, MBK와 공동으로 확보한 지분을 통해 지배권을 행사하지 않던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권 확보로 시장에서의 경쟁구조가 경쟁제한적으로 변경됐다고 보고 공정위가 영풍의 지배권 확보에 대해 직접 직권 심사에 나설 수도 있다.

공개매수 등을 통한 추가적 지분 취득으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게 될 경우, 영풍을 중심으로 아연 제련시장 점유율이 90% 이상 높아지면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연시장에서 고려아연-영풍 간 경쟁 체제가 사라지고 사실상 한몸인 MBK·영풍 연합의 독점 체제로 재편된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 제9조 3항에 따르면 기업결합으로 특정 회사의 점유율 합계가 시장지배적 사업추정요건(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75% 이상)에 해당하고, 해당 거래 분야 점유율이 1위인 동시에 2위와의 격차가 전체 점유율의 25% 이상 차이날 경우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형식상으론 동일 기업집단에 소속되지만, 경영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돼 상호 경쟁관계에 있었다"며 "경영 통합으로 고도의 경쟁제한성이 발생하게 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와 허가가 필요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직권 심사 가능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2023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디자인 플랫폼 회사 피그마에 대한 M&A 시도 당시 기업결합심사를 직권으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해당 사업자들은 기업결합 신고의무가 없었지만 공정위는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요청해 두 기업의 결합을 심사했다. 

업계에서는 아연 제련업이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데다,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까지 제기되는 만큼 공정위가 직권 심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의 심사가 이뤄지고 시장과 업계의 독점 우려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이뤄지면 당국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규정된 시정 조치는 △(주식 취득 등) 행위의 중지와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 △임원 사임 등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2003년 이후 8건의 기업 결합 심사를 불허하며 이미 취득한 주식을 매각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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