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의 4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패널이 필립스에 납품된다. 업계 최고 수준의 화면 밝기 및 에너지 효율 극대화 등 뛰어난 성능에 기반했다. 앞서 성사된 파나소닉에 이어 이번 필립스와의 납품 계약 등은 패널 공개 3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다. 올레드 중심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고객사 확대에 보다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연이은 고객 유치…최고급 기술력 통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필립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025년 TV 라인업'을 공개, LG디스플레이 4세대 올레드 패널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3세대 패널이 탑재된 기존 모델도 올해 판매를 이어가지만, 더는 출시할 계획이 없다는 게 필립스 측 입장이다.
해당 계약 관련 구체적 규모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글로벌 올레드 TV 시장 내 주요 기업들을 연이어 고객사로 유치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올레드 TV 시장 점유율은 △LG전자 52.4% △삼성전자 23.7% △소니 11.0% △필립스 4.4% △파나소닉 3.7% 등이다. 이번 필립스와의 계약으로 LG디스플레이는 이중 소니를 제외한 전 기업에 4세대 패널을 납품하게 됐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4세대 올레드 TV 패널을 LG전자 외 삼성전자, 파나소닉 등 주요 TV 업체에 공급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월 개최된 'CES 2025'에서 LG전자와 파나소닉은 각사 2025년형 TV에 해당 패널을 채용해 선보인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력을 무기로 연이은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현재 올레드 TV 패널을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42인치부터 97인치까지, 또 8K TV까지 모든 제품군을 구축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최근 공개한 4세대 패널은 프리미엄급 올레드 TV에 특화됐다. 특히 인공지능(AI) TV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AI TV는 실시간 콘텐츠를 분석하는 업스케일링을 통해 최대 8K 이상의 초고화질을 구현한다. 때문에 높은 휘도(화면 밝기)와 에너지 효율을 모두 갖춘 패널이 필수적이다.
LG디스프레이의 4세대 패널은 업계 최고 수준 휘도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 휘도는 '4000니트(nit·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로 기존 대비 33% 향상된 수치다. 휘도가 높을수록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표현이 가능하다.
최고 수준의 휘도 구현에는 적녹청(RGB) 소자를 독립적으로 쌓아 빛을 내는 '프라이머리 RGB 탠덤' 구조가 핵심 역할을 했다. 기존 대비 한 개 층을 추가하고 생산되는 빛의 양을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단순 밝기만 높인 것이 아니라 색 표현력을 강화해주는 컬러 휘도도 개선했다. 빛의 3가지 기본색인 적·녹·청색 소자 모두 개별 층으로 분리, 색 순도를 높임으로써 컬러 휘도는 2100니트를 달성했다. 직전 세대 대비 40% 개선된 수준이다.
전력 소모가 급증하는 AI TV에 맞춰 에너지 효율도 극대화시켰다. 소자 구조 및 전력 공급 체계 개선을 통해 패널의 온도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에 기존 대비 에너지 효율은 약 20%(65인치 기준) 개선됐다.
올레드 경쟁력 기반 흑전 가능성 ↑
업계 내에선 "올레드 초격차에 방점을 찍은 LG디스플레이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액정디스플레이(LCD)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올레드 중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철동 사장은 지난 1월 16일 열린 '4세대 대형 올레드 신기술 설명회'에 참석해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 자체가 정체돼있고 공급도 과잉돼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성장할 수 있다"며 "올레드를 중심으로 기술 및 원가를 지속 혁신,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내 올레드 패널 점유율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 실적 개선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올레드 시장 규모는 534억달러(78조3500억원)로 전년 대비 25.6% 증가했다.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은 39.9%. 전년 대비 3.9%포인트(p) 늘었다. 같은 기간 LCD 시장 비중이 58.9%로 전년 대비 4.2%p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오는 2028년께 올레드 시장은 647억달러(94조9700억원)로 성장, LCD 시장과의 비중 격차는 12.2%p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증권가 내에선 LG디스플레이의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54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선 올 1분기부터 흑자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크게 축소, 1분기 영업이익은 소폭 흑자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레드의 경쟁력 개선 및 비용 구조 개선을 통해 올해 증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