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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주의보]③ 선진시장 vs 이머징마켓

  • 2013.09.27(금) 11:34

선진국 회복이 출구전략 물꼬..QE 수혜 누린 이머징 직격탄
위기 후 이머징 주도에서 권력구도 재편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10월8일 '닥터둠'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마크 파버 리미티드 회장)를 초청, 국내 유명 경제학자들과 함께 출구전략이 글로벌 시장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파버의 비관론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앞으로 불어닥칠 출구전략은 국내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점검해본다.[편집자]

 

5년전 위기는 전 세계 경제 질서를 뒤바꿨다. 진원지인 미국은 맨 앞에서 진화에 나섰지만 한참동안 위기 주범이란 낙인을 지우진 못했다. 유럽도 숨겨진 문제들을 하나 둘씩 드러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의 몰락에 이은 유럽 대제국의 굴욕이었다.

 

그 사이 신흥국들은 기세를 뽐냈다. 선진 7개국(G7) 중심의 구도는 주요 20개국(G20)으로 재편됐다. 경제 권력의 무게추가 이머징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신흥 경제국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자국으로 흘러들며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선진국이 부진한 사이 중국 경제는 보란듯이 무서운 성장세를 지속하며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반열에 올랐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이머징의 반격은 여기까지다. 불과 5년뒤 세계 경제가 부진의 늪을 서서히 빠져나오면서 이들의 운명도 다시 뒤바뀔 조짐이다. 이머징의 선방은 위기의 여파에서 자유로운 덕도 있었지만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려나간 유동성의 효과도 컸다. 출구전략은 이머징이 누렸던 권세를 다시 선진국에 되돌려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양적완화 축소 논란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 계기가 됐다.

 

◇  선진국 회복세·이머징 자금이탈, 뚜렷한 대비

 

어두컴컴했던 터널 속에서 미세한 빛이 보인기 시작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경제 회복세가 약하게나마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이 세계 경제 호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도 마침내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며 돈 냄새를 맡은 글로벌 자금이 발빠르게 몰려들고 있다.

 

이와 달리 이머징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OECD는 특히 기존의 더딘 성장에 더해 앞으로도 이머징 국가의 성장둔화를 이끌 요인으로 금리 상승을 꼽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되면서 금리가 오르자 주요 이머징 국가들의 시장 불안과 자금이탈로 이어지며 성장을 더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의 경제 회복세는 반갑지만 그동안 인위적으로 일어났던 유동성 수혈은 서서히 멈출 때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가장 먼저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자 이머징 시장은 지난 6~7월 사이 큰 혼란에 빠졌다. 그간 유동성 홍수가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볼멘 소리를 해왔던 이들이지만 통화약세 덕분에 수출을 늘리고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며 성장에 도움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금융위기 이후 이머징으로 순유입된 민간자본 규모. (단위:조달러, 출처:FT)

◇ 이머징, 위기 이후 행보에 떳떳한가

 

문제는 이머징 국가들이 전례없는 호기를 이용해 또다른 위기를 예방할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체질을 개선했냐는 것이다.

 

현실은 냉정했다. 유동성 파티를 즐기기만 했던 브릭스 국가나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은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나오자마자 그 값을 치렀다. 최근 이머징 급락을 주도했던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막대한 대외부채와 경삭적자를 떠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신흥국들이 유동성이 호황을 이룰 때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나서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흥국이 흔들리자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선진국에서 이머징으로 넘겨졌던 바통이 다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구전략을 앞둔 이상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7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브릭스로 대표되는 이머징 국가들이 지난 10년간의 급속한 성장 시대를 접고 성장률이 급감하는 '대감속(Great Deceleration)'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 이머징 시장 덕분에 버텼지만 이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선진국의 부활이 절실하다고 분석이다.

 

최근에는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 사이의 임금갭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머징 시장이 누려왔던 장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임금보고서에서 2030년쯤에는 이머징과 선진국 간 임금 격차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 최근 이머징마켓 펀드의 주간별 자금 유출입 규모(단위:10억달러, 출처:FT)

 

◇ 화려했던 날 다시 돌아올까

 

이머징의 화려한 날이 모두 지났다고 단언하긴 이르다.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는다면 이머징은 수출 증가를 통해 이에 편승할 수 있다. 출구전략은 경제 회복이 바탕에 깔려있는 조치이기 때문에 본질에 충실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위험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낙관론자들은 양적완화 축소 논란에 따른 충격이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 다만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의 상황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최근 양적완화 축소 논란에서는 과거와 달리 이머징 간 차별화가 뚜렷했다. 1990년대 외환위기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이 이미 나선 일부 이머징 국가들은 갑작스러운 소나기에서 비껴간 것이다. 한국 역시 오히려 양적완화 축소 논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국가 중 하나다.

 

이머징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그동안 이머징 축에 들지 못했던 차기 주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프론티어 마켓으로 대변되는 아프리카나 동유럽 등은 견조한 흐름을 과시했고 과거보다 안정되면서 차기 성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최근 케냐의 쇼핑몰 테러는 프론티어 시장의 리스크를 재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웰스파고펀드운용 스트래티지스트는 "프론티어 시장이 더 빨리 성장은 하겠지만 이머징보다 정치적인 위험이 더 큰 것도 여전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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