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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주의보]⑤ 한국 경제 '양날의 칼'

  • 2013.10.03(목) 11:28

경제 펀더멘털 양호..투자 피난처 부각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은 불안 요인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은 한국 경제에 있어 양날의 칼이다.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신흥국의 위기는 당연히 한국 경제에도 위기다.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수출 전선에도 악재가 된다. 만에 하나 부도로 내몰리는 국가가 나오면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 반면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다른 신흥국과는 달리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차별화된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 경제 펀더멘털 양호…다른 신흥국과는 차별화

우리나라는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과는 달리 달러가 풍부한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8월 말 현재 3310억 달러로 세계 7위 규모다. 경상수지도 8월까지 19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달러가 계속 공급되고 있다는 얘기다.

부채비율도 양호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6%로 미국의 108%, 일본의 245%는 물론 인도의 67%, 브라질의 66%와 비교해 크게 낮다. 당장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 비중도 30%를 밑돌면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덕분에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가능성이 거론되던 5월 말 이후 한때 크게 출렁이긴 했다. 하지만 이후엔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 모두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회복했고, 원화 가치도 오히려 계속 오르고 있다. 채권금리가 들썩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안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의 평가도 칭찬 일색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출구전략 공포에 따른 투자 피난처로 ‘코렉시코(Korexico•한국과 멕시코)’를 꼽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을 ‘아시아의 새로운 투자 천국’으로 평가했다.

 



◇ 원화가치 급등…오히려 밀려드는 달러 걱정

오히려 밀려드는 달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2일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26 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6월에 5조원 이상을 내다 판 이후 석 달 연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9월엔 순매수 규모가 7조 6000억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원화도 강세 행진을 보이고 있다.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데다 주식시장 등을 통해 계속 달러가 유입되고 있는 탓이다. 출구전략이 거론된 직후인 6월 24일 1163,5원까지 올랐던 달러-원 환율은 2일 1074.5원으로 7% 넘게 급락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환율 급등이 아닌 급락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환시장 구두개입은 물론 자동차와 정유 등 주요 수출입 기업의 재무담당자를 불러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수출이 주춤하면서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미국이 출구전략에 나서더라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은 제한적”이라며 “국내 시장은 오히려 해외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수출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불안요인 상존…환율 등 변동성 확대 대비해야

다만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흥국이 위기로 내몰리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충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물밀 듯 들어오고 있는 달러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

수출도 걱정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호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GDP가 1%포인트 높아지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2.95%포인트, 전체 수출은 1.4%포인트 늘어난다. 반면 신흥국의 경기침체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화값은 부정적인 변수다. 현재 취약 국가로 거론되고 있는 5개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지난해 7.8%에 달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신흥국의 위기가 확산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내년에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하겠지만 위기가 확산하면 성장률은 2.4%에 그칠 것이란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확대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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