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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주의보]① 비관론자의 경고

  • 2013.09.25(수) 11:09

파버, 폭락장 경고..`역발상 투자` 통할까
과열 우려·출구전략 사이서 `균형된 시각` 필요

`9월 위기설`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은 순항 중이다. 위기설의 중심에 있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한템포 늦춰지며 오히려 훈풍을 불러오고 있다. 이머징과 차별화된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사재기`가 한창이다. 비관론자들의 설 곳이 한층 좁아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분명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결국엔 출구전략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점이다. 위기 이후 쉴새 없이 풀려났던 유동성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 과정은 순탄할 수도,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10월8일 '닥터둠'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마크 파버 리미티드 회장)를 초청, 국내 유명 경제학자들과 함께 출구전략이 글로벌 시장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파버의 비관론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앞으로 불어닥칠 출구전략은 국내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점검해본다.[편집자]

 

"시장 상승세는 상승장의 마지막 단계에 가장 가파르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 단계에서 편승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정점 근처에서 빠져나오기란 불가능하다. 한번 투자열풍이 불면 투자자는 파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열풍이 휩쓰는 가운데 눈앞의 이익을 놔두고 시장에서 빠져나와 그동안 확보한 이익을 지키는 투자자를 나는 별로 보지 못했다." - 마크 파버의 '내일의 금맥'中

 

파버의 글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위기 직전의 비이성적 과열과 그 결말은 이제 시장에서 제법 익숙한 화두다. 5년전 위기를 벌써 까먹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과거의 위기에 비춰보면 현재 시장은 과거보다는 분명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은 위기 직전 고점은 물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표면 상으론 경기 회복 기대가 작용하고 있지만 그 밑에는 3차례의 양적완화가 풀어놓은 유동성의 강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이 흐름을 거스를 출구전략이 계속 논의되는 시점에서 비관론자들의 경고는 곱씹어볼 만 하다.

 

◇ 위기 예측한 닥터둠, 견조한 장서 폭락장 경고

 

1987년 무더위가 끝나갈 무렵.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700포인트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10월 다우지수는 1740포인트가 깨지며 36% 급락한다.1000포인트에 가까운 낙폭 중 절반 이상인 508포인트는 10월19일 블랙먼데이 단 하룻사이에 빠졌다. 활기가 넘쳤던 월가는 실의에 빠졌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주식 '대학살'로 표현했다. 대폭락한 주가를 회복하는 데는 2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블랙먼데이가 일어나기 직전 한 투자자문사가 대폭락을 경고한다. 고객들에게 주식을 매도하라고 조언한 뒤 일주일 후 증시는 진짜로 폭락했다. 이후 시장은 그를 '닥터둠'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파버 이야기다.

 

그 뒤에도 파버의 예언은 적중한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2000년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 등 신흥시장 호황을 미리 예견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서서도 위기를 경고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미국 증시는 20%나 올랐지만 최근 주식시장 강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 6~7월 시장은 이미 한차례 부침을 겪었다. 출구전략에 앞서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시작되면서 이머징 시장이 요동쳤다. 그동안 고금리를 좇아 신흥국에 몰려들었던 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신흥국에선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갔다. 공교롭게 올 봄 파버는 신흥국 시장이 위기를 예견했다.

 

 

◇ 역발상 투자철학 이번에도 통할까

 

'닥터둠'이라고 비관론만을 견지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닥터둠인 동시에 `닥터붐`의 면모도 종종 보여왔다. 2007년 가을엔 금 1000달러 시대를 예견했고 2009년 봄 급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항상 일방향은 아니란 얘기다. 2012년 초까지만해도 여전히 어두운 경제 전망에도 불구, 주식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외쳤던 그다. 그런 그가 다시 `닥터둠`으로 변했다.

 

파버의 투자철학 중 하나는 경기변동에서 투자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는 경기순환 주기를 분석하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기주기가 훨씬 빠른 신흥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또 다른 투자철학은 바로 단기투자다. 파버는 "어떤 위대한 투자행위도 영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치투자자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성공적인 투자는 자산을 오래 묵혀두는 것이 아니라 고평가 자산에서 저평가 자산으로 시의적절하게 갈아타야 한다는 논리다. 파버는 무턱대고 하는 장기투자보다는 '갈아타기'가 좋은 방법이라고 누누히 말해왔다. 신흥국가치를 높이 사면서도 빠질 땐 빠지라고 조언한 것이다.

 

파버는 투자자들이 대형 재료에 들떠있을 때 또 다른 곳에서 기회가 생겨난다며 황무지에서 큰 수익을 찾는 '역발상'을 평생의 투자철학으로 삼고 있다. 다른 한 명의 비관론자인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마저도 주식 강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그가 바라보는 곳은 한결같다.

 

◇ `양적완화가 만든 주식시장 거품` 일관된 경고

 

파버는 지난 8월 1987년의 폭락장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그의 전망이 맞을지 주목하고 있다. 2012년 중반부터 최근까지는 다소 엇박자다. 파버는 20%의 주가 조정을 예상했지만 미국 증시는 이후에도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 

 

파버는 현 경제 상황이 1987년 폭락장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처럼 뉴욕 증시가 연초대비 크게 올랐지만 기업 수익은 그만큼 개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블랙먼데이 당시에도 주가지수가 올랐지만 신고가 종목은 감소했고, 지금도 주가는 신고가지만 신저가 종목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파버는 양적완화가 만든 거품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경고해 왔다. 지난 3월 그는 연준의 출구전략은 없다며 애초부터 출구전략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연준이 양적완화에 깊이 몰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최근 연준은 양적완화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시장에 혼란을 줬다. 

 

FOMC 회의 이후에도 파버는 "연준의 양적완화 지속에 따른 수혜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만 볼 것"이라며 "돈을 계속 찍는 것은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존 논리를 유지했다.  금 예찬론자인 그는 금을 여전히 신뢰하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으로 금값마저도 상당한 거품이 끼었다고 일갈했다.


파버의 주장은 결국 거품이 낀 주식시장이 실물 경기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는 연준조차도 출구전략 전단계인 양적완화 축소를 놓고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6개월전 이머징 증시 고평가를 우려했던 비관론자의 말은 시장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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