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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주의보]④ 포트폴리오 새판 짜기

  • 2013.09.30(월) 09:38

유동성 축소로 시장 부담..출구전략 과정서 불확실성 키워
경기회복 동반하면 위험자산 선호 강화..선진국 주식 등 유망

출구전략은 시장 유동성 축소를 의미한다. 수급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동안 넘쳐나는 자금 덕분에 주식과 채권 모두 강세를 누렸으니 이를 다시 거두는 것은 분명 두 자산 모두에게 마이너스(-)다. 실제로 1994년 출구전략 충격은 금리 급등에서 시작됐다.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값이 곤두박질치고, 주식 등 다른 시장으로 파급효과가 순식간에 전이된 것이다. 최근 역시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나오자마자 미국 금리가 크게 뛰었고 이머징 채권과 주식 모두에 부담을 줬다.

 

그렇다면 출구전략이 시장에 피하고 싶은 악몽이기만 한 것일까. 교과서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 또한 시장이다. 수급 앞에 장사가 없다지만 다른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뉴 애브노멀(뉴 노멀 시대에 예측이 약간 어려워졌다면 뉴 애브노멀 시대는 예측 자체가 어려워졌음을 의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예측이 힘들어졌지만 기회 찾기도 지속되고 있다.

 

◇ 유동성 축소로 채권·주식 동반강세 막내리나

 

최근 5년간 양적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주식이 아닌 채권이었다. 미국 채권 금리는 양적완화 덕분에 사상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수년간 저금리 시대가 이어졌다.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수익을 그만큼 낮추지만 채권의 장부가치는 크게 오른다.

 

최근 양적완화 축소 소식에도 금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 연기가 시사됐을 때도 금리는 급락했다. 출구전략은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안전자산인 채권에 악재다. 따라서 출구전략 이후에 채권에 투자한다면 자본수익보다는 금리 상승을 통한 이자수익을 노리는 것이 맞다. 

 

출구전략 초기에는 주식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은 양적완화를 토대로 오른 부분도 상당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위험자산 선호 강화에 선진국 주식 유리..단기 불확실성 감안해야

 

하지만 경기회복 측면에서 본다면 출구전략은 주식에 긍정적이다. 전문가들도 양적완화 축소 초기에는 주식시장이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선진국 주식시장이 계속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 주식시장으로도 자금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신흥국의 경우 주식, 채권할 것 없이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달러화 자산 비중을 늘리거나 현금비중을 높이는 것이 조언된다. 또 일부에서는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대전환(Great Rotation)'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런 흐름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지는 않다.

 

과거 출구전략 개시 직후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했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랠리를 펼친 경우가 많았다. 1994년에도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지만 2000년까지 장기적인 흐름 상으로는 미국 증시는 상승했다. 2004년 7월 출구전략 후 3년 뒤에도 주가는 크게 올라있었다.

 

다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노릴 만큼 여유롭진 않은 시장 참가자들도 많다. 출구전략 직후 일시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다.  또 최근 주가가 실물 경제를 앞서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출구전략은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주가와 경제는 산책 나온 주인과 강아지 같다는 속설처럼 결국 시장은 실물이라는 펀더멘털에 수렴하게 된다. 그간 산책 나온 강아지가 주인보다 앞서 달려갔다면 펀더멘털인 주인에게 돌아올 것이라게 최근 증시 강세를 바라보다는 비관론자들의 입장이다.

 

▲ 출구전략에 따른 자산가격 영향의 예(출처:메리츠종금증권)

 

◇ 금 시대 이미 주춤·원자재도 당장은 부담

 

경기 회복에 준할 때 원자재 투자가 매력적일 순 있다. 하지만 당장은 신흥국 자산과 같은 맥락에서 비중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그간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돈이 신흥국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전반을 끌어올렸다. 물론 원자재 역시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

 

금 역시 양적완화가 한창일 때 인플레이션 우려로 각광받았지만 출구전략 이후에는 위험자산 선호가 커지고 달러도 강세를 보이면서 금의 입지에 부담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적완화 축소 논의에 앞서 연초 금값은 이미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여기에는 중국과 인도 등 주요 금 소비국의 수요 부진도 있었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금의 인기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버냉키 쇼크 이전에 이미 금값에는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반영이 된 것이다.

 

시장에는 출구전략 외에 변수가 무한하다. 당장 미국 부채한도 상향 협상은 연준의 출구전략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줬다. 금리가 너무 급하게 오른다면 연준은 출구전략 카드를 다시 집어넣어야 할 수도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물론 금리인상, 연준의 보유자산 매각으로 이어지는 시기 또한 명확치 않고 각각의 과정에 따라 시장은 크게 반응할 수 있다.

 

대체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고 이후 완만하게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것이 시장이 가정하는 시나리오다. 2015년말까지 이어진다고 본다면 실제 출구전략 과정을 보면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유념해야 한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출구전략 시 위험자산 강세를 예상하며 과거 미국 출구전략 당시 자산별 평균 성적을 분석했다. 연간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았던 것은 원자재(25.6%)였고 부동산(6.4%), 주식(1.75), 채권(-8.2%)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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