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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주의보]②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 2013.09.26(목) 14:56

유동성 중독에 빠진 시장..후유증 우려
美연준마저 혼란..시장은 출구전략 대응 채비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10월8일 '닥터둠'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마크 파버 리미티드 회장)를 초청, 국내 유명 경제학자들과 함께 출구전략이 글로벌 시장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파버의 비관론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앞으로 불어닥칠 출구전략은 국내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점검해본다.[편집자]

 

 

"유동성 파티가 끝나간다. 음악이 멈추기 전에 파티장을 떠나라." 최근 출구전략을 앞두고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경고다. 왜 다들 출구전략에 몸서리치는 것일까.

 

출구전략은 본래 전쟁에서 쓰이는 군사 용어다. 작전지역이나 전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철수하는 전략을 뜻한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쓰인 전통적인 말도 아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발이 묶이자 승산 없는 싸움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적용된다. 경기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돈을 다시 흡수하는 과정이다.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서 그동안 풀려나간 돈이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상화를 꾀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위기가 닥치면 중앙은행은 더 공격적으로 위기의 불을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에 나선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에 나서는데 위기의 상처가 워낙 깊은 터라 수년간 반복돼 온 양적완화에도 드러누워버린 경제는 꿈쩍하지 않았다.

 

◇ 멈추지 않은 양적완화..금융시장만 기웃

 

2008년 시작된 1차 양적완화는 2010년 봄까지 1조7000억달러가 투입된 후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연준은 같은해 가을 2차 양적완화에 다시 들어간다. 2010년은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들불처럼 번졌던 시기다. 끝날 법한 혼란은 그치지 않았다. 바로 1년전에도 연준은 3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지난 5년간 미국의 양적완화로 풀려나간 돈은 3조달러가 훌쩍 넘는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3200조원대로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도 무섭게 돈을 풀었고 지난해말부터는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도 가세했다.

 

위기 직후 전 세계는 분명 위기 주범인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만큼은 쉴새 없이 돈이 풀려나갔다. 실물 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금융시장만큼 유동성 덕에 비교적 매끄럽게 굴러간 것이다.

 

전 세계를 놓고보면 오히려 부채가 꾸준히 늘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민간과 가계 부채가 감소했지만 공공부채가 오히려 늘어난데다 이머징 국가들에서는 유동성을 흡수하며 위기이전보다 부채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증시 회복세는 괄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우존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주 나란히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이미 2년전의 일이다.

 

▲ 미국 양적완화 시기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 규모(단위:10억달러)

 

◇ 이머징 혼란은 전초전 불과..오랜 유동성 중독이 불안감 더 키워

 

금융시장이 과열되고 미국 경제도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자 연준의 마음은 갑자기 조급해졌다. 연초만해도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연준은 두어달만에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면서 시장을 아연케했다. 이머징 시장은 빠르게 추락했다. 출구전략의 파급 효과를 여실히 드러낸 결과였다.

 

출구전략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시장은 공포에 떤다. 과거 출구전략 당시 수차례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다. 순조롭게 진행된 경우도 많았지만 1994년 연준의 출구전략 개시 후 닥쳤던 위기는 시장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유동성 흡수를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섰고 주식시장은 10%나 일시에 고꾸라졌다. 물론 일시적인 조정 후 상승장으로 이어진 출구전략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아픈 상처를 더 잘 기억하기 마련이다.
 

시장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대목은 오랜기간 누려왔던 유동성 중독이다. 양적완화가 전례없는 기간동안 이어지면서 시장은 유동성에 일희일비했다. 유동성 축소는 곧 경기회복을 의미하지만, 시장은 당장 코앞에 닥칠 보릿고개가 걱정이다. 시장 상승의 촉매 노릇을 해온 양적완화 축소가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최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예상과 달리 양적완화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또 다른 혼란을 줬다. 양적완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발표 직후 시장은 환호했지만 연준이 이미 양적완화 축소 시그널을 준 후 다시 이를 번복한 셈이 되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설사 양적완화를 지속해도 효과가 예전만 같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앞선다.

 

마크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연준이 출구전략 계획을 미루면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을 혼란케 했다"고 비난했다.

 

연준이 양적완화 유지를 시사했지만 빠르면 10월 중이라도 다시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더 커진 셈이다. 당장 다음달이 아니더라도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개시될 것이란 의견이 아직까지는 대세다.

 

최근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도 "출구전략 연기는 단지 '연기'일 뿐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FOMC 회의 이후 깜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출구전략 시나리오는 빠르면 올해중 시작돼 2015년 중반까지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 논란이 출구전략의 첫 단추를 이미 꿰었고 시장에서는 출구전략 그 너머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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