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각에 돌입하는 동양증권이 1500억원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증자 대상은 ‘동양증권 최종 인수자’다. 동양증권을 인수하려면, 기존 대주주 지분(27%) 매입과 함께 이번 증자에도 참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말 터진 '동양 사태'로 영업력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불완전판매 보상금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번 증자까지 참여할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23일 동양증권은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대상은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을 최종적으로 인수하는 회사다.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이날 공개매각을 공고할 예정인 가운데, 매각 조건을 추가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회사 측은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대주주(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증권 지분과 유상증자를 연계했다”며 “회생계획 인가 전 조기 매각 절차”라고 밝혔다.
이번 유증으로 보통주 7142만8571주가 새롭게 발행된다. 신주 발행가는 액면가(5000원)보다 58% 할인된 2100원이다. 주주총회(3월14일)에서 승인(액면가 이하 증자 관련)을 받아야 하는 관문이 남아있다.
회사 관계자는 “할인발행은 동양증권에 관심 있는 후보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이라며 “매각 과정에서 인수자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대주주 지분을 매입하고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동양증권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양 사태’ 이후 재무상황이 악화된 동양증권의 이번 증자에 선뜻 나설 인수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양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187억원에 이른다. 작년 4~6월 72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7~9월에는 자회사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상각 처리하면서 1816억원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동양사태’가 터진 10~12월에는 영업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143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3월 14조5775억원에 이르던 자산은 동양사태를 거치면서 5조9088억원(12월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자본도 1조3104억원에서 9664억원으로 줄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동양증권에 대해 “영업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고, 충분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적자 구조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동양그룹 부실 기업어음(CP)·회사채 판매에 대한 보상 규모가 동양증권의 값어치를 더욱 떨어트리고 있다. 한신평은 보상 규모가 최소 1339억원에서 최대 631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안에 결정되는 불완전판매 배상비율에 따라 동양증권의 가치는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