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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CF 2014]"위기의 한·중·일, 경제부터 합치자"

  • 2014.09.04(목) 16:05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박제훈 사무총장 인터뷰
“위기 때 협력체제 구축..아시아 지금이 기회”
'올해 포럼 통일과 스포츠로 하나 되는 아시아'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ECF)이 오는 18~20일 인천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통일과 아시아지역통합–아시안게임 개최를 기념하며’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19일)과 동시에 열리는 이번 포럼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남북 통일에 대한 열망을 논하는 자리다.

 

포럼에 앞서 AECF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지난달 26일 만났다. 그는 ‘아시아 경제공동체' 특히 한중일 3국의 경제통합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과 열정을 가져왔다.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을 6회째 이끌어 온 동력도 여기서 비롯된 듯 하다. 아시아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한 그의 꿈과 실천 방안을 들어봤다. [대담 = 조용만 편집국장, 정리 =안준형 기자] 

 

▲ 아시아경제공동포럼 사무총장인 박제훈 교수가 비즈니스워치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협력체제는 위기 때 구축된다.”

박제훈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흔히들 사람들은 사회가 안정될 때 사회통합이 이뤄진다고 얘기하지만, 위기 때 이를 타결하기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개념을 ‘위기이론’(crisis theory)이라고 불렀다.

지난 2011년 설립된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이 그 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정상이 모였다. 신사참배, 역사문제, 영토분쟁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3국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계기는 바로 경제 위기였다.

그는 “현재 TCS가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아시아 통합의 큰 초석이 놓여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아시아 통합을 위한 또 한 번의 적기다. 영토와 역사를 둔 한·중·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헌법 해석 변경을 선언했다. 이제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3국 정상은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잘못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등장한다”며 “지금은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 박제훈 교수(오른쪽)가 조용만 비즈니스워치 편집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꼬인 외교·안보·역사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경제’다. 박 교수는 유럽연합(EU)의 토대가 된 유럽철강석탄공동체(ECSC)를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유럽 지식인들은 또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혔다”며 “무기를 만드는 핵심 자재인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관리하자며, 1950년 ECSC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ECSC는 이후 경제에 무게중심을 둔 유럽경제공동체(EEC)로 바뀌었다.

그는 “현재 한·중·일 FTA가 논의가 되고 있는데, 한중 FTA가 먼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 일본은 그냥 있을 수 없다.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중일 협력이 상당히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한·중·일 경제 통합 과정에서 미국은 한발 물러서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치·안보는 경제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며 “한·중·일의 경제 문제에는 미국이 빠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6자회담 등 안보는 미국의 기득권이 너무 커 같이 참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경제 공동체에 앞선 과제도 있다. 바로 한반도의 통일이다. 통일은 올해 포럼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왔다. 이번 포럼엔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단초를 제공한 짐 로저스(로저스 홀딩스 회장)가 초대됐다. 짐 로저스는 “남북이 통일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 교수는 "통일은 갈라진 남북의 통합을 뛰어넘어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을 통해 그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그는 1994년 인천대 교수가 됐다. 인천시를 동북아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며, 인천대에 '동북아국제통상대학'이라는 단과대가 만들어졌던 첫 해다. 박 교수는 '유럽연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모네 초대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총재의 회고록을 4년에 걸쳐 번역하며, 아시아 통합의 꿈을 키웠다. 박 교수는 '장 모네 회고록'(세림출판)을 "바이블"이라고 빗댔다. 이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던 2001년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 전신인 동북아지식인연대가 출범하면서, 현재 포럼의 틀을 마련했다. 

 

박 교수는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은 하나의 수단”이라며 “궁극적으로 아시아 통합체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 세계 석학·전문가 한자리에...

2014년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에 초청된 연사는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기조연설은 짐 로저스 회장이 맡는다. 주제는 ‘아시아경제통합의 전망과 남북통일’이다. 두 번째 기조연설은 박세일 한반도재단 상임고문이 ‘동아시아공동체와 남북통일’을 주제로 발표한다.

박태호 서울대 교수(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가 사회를 맡은 토론에는 토론에는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 국제금융전문가인 페리 멀링(Perry Mehring) 컬럼비아대 교수, 원희룡 제주도지사(TBC) 등이 머리를 맞댄다. 다케나카 치하루(Takenaka Chiharu) 릿쿄대 교수(일본 아시아학회장), 첸 펑(Chen Fung) 삼국협력사무국 차장 등도 만나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올해 주목해야 할 행사는 신경제사고연구소(INET)에서 주관하는 YSI(Young Scholars Initiative) 워크샵"이라고 추천했다. INET은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설립한 싱크탱크다. 그는 "워크샵에는 전 세계 대학원생들이 모여 논문을 발표하고,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대가 마이클 그루브(Michael Grubb) 캠브리지대 기후변화완화연구소 연구위원과 '경제추격'이론으로 슘페터상을 받은 서울대 이근 교수가 YSI 워크샵에 연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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