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모태기업인 롯데제과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이 지난 10여년간 유지해온 힘의 균형이 깨졌다.
1일 롯데제과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은 지난달 말 롯데제과 주식 519주(0.04%)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3.96%(5만6237주)로 늘었다.
신 부회장의 지분율은 동생인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5.34%,7만5850주)에 비해 1.38%포인트(1만9613주) 낮다. 그러나 신 부회장과 신 회장이 2003년 이후 유지해온 1.40%포인트(1만9900주)의 지분격차를 처음으로 깼다는 점에서 승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당장 식품계열사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제과의 지분을 늘리는 것은 결국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등 롯데그룹사 전반에 대한 지배권을 확대하는 셈"이라며 "롯데그룹의 식품회사와 유통회사간 계열분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식품 계열사가 없어도 그룹의 외형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한국 롯데의 뿌리인 롯데제과 등 식품사업은 장자 몫으로 남겨질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일본에서 성공한 신 총괄회장이 1967년 국내에 처음 진출할 때 세운 법인이다. 롯데칠성(19.3%)과 롯데푸드(9.3%) 등 식품유통 계열사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다.
신 부회장의 행보는 동생인 신 회장이 지난해 6월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6500주(0.46%)를 사들이면서 부각됐다. 지난해 1월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의 합병으로 법으로 금지한 상호출자관계가 형성되자 신 회장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들여 상호출자를 해소했다.
그 뒤 신 부회장은 매달 10억원 안팎씩 롯데제과 주식을 사들여 동생과의 지분격차를 좁혔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10여년간 형제간 암묵적으로 유지해온 1.40%포인트의 균형관계마저 깨 승계구도가 점점 안갯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