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극찬하고, 수출입은행이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했던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매출 1조원-영업이익 1000억원이 넘는 알짜 회사가 갑자기 쓰러지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몇 년전부터 이상 징후가 재무제표에 포착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기가 감지되는 상황 속에서도 경영진은 지난해 70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모뉴엘은 손익계산서(이하 연결 기준)만 보면, 우량회사다. 실적은 무서울 정도로 증가했다. 2007년 삼성전자 출신인 박홍석 대표가 아하닉스를 인수, 사명을 모뉴엘로 바꾸면서부터다. 2007년 241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지난해 1조2737억원을 찍었다. 6년만에 매출이 52배 커진 것. 아울러 영업이익은 2007년 18억원에서 2013년 1104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현금이 원활히 도는 것은 아니다. 현금흐름표는 현금 상황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재무제표다. 모뉴엘은 6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에서 현금은 한 푼도 유입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였다.
현금흐름표는 크게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재무활동 현금흐름 등으로 구성된다.
모뉴엘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3억원(2011년), 16억원(2012년), –15억원(2013년)으로 악화됐다. 당기순이익이 199억원(2011년), 355억원(2012년), 602억원(2013년)으로 급증했던 것과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익을 냈지만, 회사는 현금 부족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흑자도산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가장 큰 이유는 늘어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모뉴엘 현금흐름표 상 매출채권이 증가하면서 413억원의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이는 물건을 팔고도 현금회수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 현금흐름표 상의 재고자산이 증가되면서 631억원이 묶였다. 물건이 안 팔려, 재고가 누적된 것을 뜻한다. 이익이 600억원이 넘었지만, 늘어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탓에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이다.
한 회계사는 “매출채권이 늘어났다는 것은 현금회수가 원활하지 못해 대손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재고재산도 부실 재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모뉴엘은 손익상 60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에선 현금을 창출하지 못했다. 대신 모뉴엘은 재무활동을 통해 596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모뉴엘 갖고 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738억원)의 대부분이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이란 뜻이다.
아울러 단기차입금이 자금 조달의 주요원천인 경우도 부실의 징후로 볼수 있다. 2012년 모뉴엘은 재무활동에서 유입된 현금 중 단기차입금은 1613억원이다. 반면 장기차입금은 1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차입금으로 조달된 현금은 2012년 1614억원에서 지난해 264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현금 상황이 악화됐지만, 모뉴엘은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은 70억3000만원. 이 배당금의 대부분은 현재 행방이 묘연해진 박홍석 대표(지분 94.7%)에게 흘러갔다. 배당 자원은 이익잉여금(1410억원)을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