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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0원에서 1조까지..SKT, 영업권 뜯어보니

  • 2015.01.12(월) 15:32

신세기통신·SK브로드밴드, IFRS 도입후 상각 중단
20%대 지분 보유 하이닉스는 '관계기업'..영업권 `제로`

SK텔레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한국이동통신, 신세기통신,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테레콤) 등 통신업체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삼켰다. SK텔레콤 회계장부엔 M&A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M&A 방식으로 인수한 기업들이라도, 회계 처리 방식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회계기준이나 지분율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①신세기통신, 15년 묵은 ‘영업권’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지분 51.19%)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2조7472억원. SK텔레콤은 2002년 신세기통신과 합병하며, 단숨에 국내 최대 통신자로 올라섰다.

인수과정에서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간판 값’을 톡톡히 치뤘다. 2000년 신세기통신의 순자산가액(자산에서 부채 차감)은 972억원에 불과했다. 순자산가치가 1000억원이 안되는 회사를 2조7472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SK텔레콤은 비싸게 산만큼을 회계장부에 ‘영업권’으로 처리했다. 영업권은 M&A에서 순자산가액을 넘는 ‘웃돈’이다. 브랜드나 영업력 등에 대해 프리미엄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신세기통신 합병관련 영업권은 2조6500억원에 이르렀다.

영업권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란 얘기다. 과거 한국회계기준에서 영업권은 매년  상각을 처리해야 했다. 일정기간 동안 비용으로 털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합병관련 영업권을 20년간 매년 1300억원 씩을 상각하기로 했다.

인수 당시 2조6500억원에 이르던 영업권은 10년간의 상각을 거쳐, 지난 2010년 말 1조3062억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2011년부터 영업권 상각을 중단했다. IFRS는 영업권을 상각하지 않는 대신 뚜렷한 손상 징후가 있을 때만 손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신세기통신 합병관련 영업권은 4년째 1조3062억원 그대로 남아있다. 손상 징후가 없었다는 얘기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연간 1300억원의 상각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②SK브로드밴드, 고객가치 4790억

SK텔레콤이 2007년 말 인수한 SK브로드밴드는 신세기통신과 같은 듯, 다른 방식이다. 당시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38.8%를 1조877억원에 인수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인수 때도 웃돈을 냈다. 2008년 SK브로드밴드 취득관련 영업권은 3928억원. 회사 측은 이 영업권을 20년에 걸처 상각하기로 했지만, IFRS가 도입되면서 상각은 중단됐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SK브로드밴드 취득관련 영업권 3584억원은 그대로 남아있다. 여기까지 SK브로드밴드의 영업권 처리 방식은 신세기통신과 비슷하다.

차이점도 있다. 신세기통신과 달리 SK브로드밴드 인수 때는 영업권외에 ‘고객가치’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는 점이다. 한국회계기준에선 영업권과 고객가치 등 무형자산은 한 몸이었다. 하지만 IFRS가 도입되면서, 사업결합 시 영업권에서 ‘식별가능한 무형자산’은 분리하도록 했다. ‘식별가능한 무형자산’에는 상표권, 인터넷도메인명, 고계계약 등이 있다.

 

SKT 관계자는 “IFRS 도입 전이지만, SK브로드밴드가 집전화와 인터넷 등 가입 고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라며 “고객이 향후 어떤 부가가치를 낼수 있는지를 계산한 뒤, 고객가치 무형자산을 먼저 계상하고 나머지 부분을 영업권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2008년 SK브로드밴드 인수관련 고객가치(무형자산)로 4790억원을 계상했다. 고객가치가 영업권(3928억원)보다 큰 것이다. 1조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SK브로드밴드 인수했는데, 이중 눈에 보이지 않은 자산(무형자산)이 8374억원(고객가치+영업권)이나 됐다.

 

IFRS에서 상각이 중단된 영업권과 달리, 고객관련 무형자산은 IFRS 기준에서도 매년 상각 처리해야 한다. SK텔레콤은 2008년 고객관련 무형자산의 상각을 시작해, 지난 2013년 9월 상각을 끝냈다. 고객가치 무형자산 4790억원을 6년에 걸쳐 모두 비용으로 처리한 것이다. 현재 SK브로드밴드 인수관련 고객가치 무형자산은 0원이다.   

③SK하이닉스 영업권(무형자산)은 0원

 

2012년 SK 품에 안긴 SK하이닉스의 영업권 처리방식은 위의 두가지 경우와 성격이 다르다. SK텔레콤은 2012년 3조3747억원을 들여 SK하이닉스 지분 21%를 인수했다. 다른 M&A와 달리, 영업권은 발생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의 `관계기업`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분 21%를 확보한 SK하이닉스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관계기업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면서 재무와 영업 정책에 대해 영향력은 있는 투자기업을 말한다. 대신 종속기업과 달리 지배력은 없다.

IFRS에서 관계기업과 관련된 영업권은 해당 투자자산의 장부금액에 포함시킨다. SK텔레콤이 지불한 인수대금 속에 영업권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즉 관계기업으로 인수된 M&A에선 회계상 영업권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투자 자산을 관계기업투자(비유동자산)에 계상했다. 영업권은 따로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관계기업투자는 2011년 1조3846억원에서 2012년 4조6325억원으로 확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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