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오너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무려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통 큰' 베팅을 했다. 이는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카카오가 국내 1위 음악 사이트 '멜론'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음악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독 해외서 힘을 못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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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인수키로 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은 방문자수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 사이트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멜론의 월평균 순방문자수(UV)는 637만명으로 CJ E&M의 엠넷(155만), KT뮤직의 지니(272만), NHN엔터테인먼트 벅스(88만) 등 경쟁 서비스를 크게 앞서며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다. 작년 3분기말 기준 유료 가입자수는 33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 2010년부터 음악포털 부문 '브랜드파워 1위'를 5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로엔의 사업 성과도 양호하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3분기 누적으로 각각 2576억원, 454억원에 달한다. 전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233억원, 585억원이며 영업이익률은 18%로 수익성도 좋다.
카카오는 자체 음악 서비스인 '카카오 뮤직'을 선보이고 있으나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음악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아예 국내 1위 서비스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관련 콘텐츠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멜론의 음악 콘텐츠를 카카오톡에 실어 모바일에 최적화한 음악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일찌감치 스마트폰의 킬러 콘텐츠로 음악을 꼽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벌여 왔다. 애플은 지난 2014년에 '비츠(Beats) 뮤직'이란 음악 서비스 업체를 무려 30억달러(한화 3조624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6월부터 자체 음악서비스 '아이튠스 라디오'를 결합한 '애플뮤직'을 서비스하고 있다. 구글도 같은해 맞춤형 음악 서비스 제공업체 '송자(Songza)'를 인수하며 애플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 외 네이버의 자회사 일본 라인주식회사는 지난 2014년 12월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스트리밍형 라디오 음악 서비스 '믹스라디오(MixRadio)' 사업을 인수, 라인의 글로벌 음악 서비스를 키워오고 있다.
IT 기업들이 음악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것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음악 청취 방식이 바뀌고 있어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선 관련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식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기존 다운로드 방식에서 장르별로 채널을 선택해 듣는 이른바 '스트리밍' 방식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관련 음악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얘기다.
현재 글로벌 스트리밍 기반 음악 서비스 업체로는 스포티파이(Spotify)와 판도라, 아이허트라디오(iHeartRadio), 스트랙스(Stracks), 송자(Songza) 등이 있다. 이 가운데 2014년 연매출 13억달러를 기록한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기업 가치는 85억달러(한화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멜론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접목, 새로운 방식의 음악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사용자 이용 패턴에 기반한 큐레이션 서비스나 아티스트 중심의 모바일 창작 커뮤니티 제공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카카오톡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포화에 이르면서 해외로 눈을 돌린 바 있으나 네이버 라인과 중국 텐센트 위챗, 페이스북의 왓츠앱 등 강력한 경쟁 서비스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글로벌 MUA는 지난 2013년 4분기(5061만명)를 고점으로 꺾인 상태다.
이번 인수에 대해 임지훈 카카오 대표도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이 가진 음악 컨텐츠의 결합을 통한 무한한 시너지 창출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격적인 M&A를 추진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단일업체 인수 금액으로는 이전 M&A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액수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작년 한해 내비게이션 '김기사' 운영업체 록앤올 인수 등 총 7건의 기업 인수와 2건의 사업양수를 위해 총 1634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로엔 인수에 들인 자금은 작년 전체 M&A 비용보다 무려 11배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