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1조8700억원에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MelOn)’ 인수키로 한 것 못지 않게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이하 ‘어피니티’)가 화제다. 이 딜로 2년여 만에 투자원금의 4배가 넘는 1조2100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이에 반해 본의 아니게(?)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곳도 있다. SK그룹이다. 어피니티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 줄 지분 거의 대부분은 SK그룹 계열 플랫폼 업체 SK플래닛이 5분의 1 값에 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플래닛이 챙기게 될 실속이 평가절하될 수는 없다. 10년만에 그래도 들인 돈의 8배인 5600억원 ‘남는 장사’를 했다.
◇ 2005년 5월 SK ‘품으로’
SK그룹이 로엔엔터테인먼트, 당시 YBM서울음반의 경영권을 사들인 때는 2005년 5월이다. SK텔레콤이 최대주주 민영빈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43.3%(489만주)를 인수한 것.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대한 자체 라인업 확보를 위한 것으로 인수금액은 127억원(주당 2600원)이다.
SK텔레콤이 로엔에 들인 공은 적지 않았다. 자금지원 측면에서 보더라도, 계열 편입과 함께 2005년 8월 165억원(발행주식 470만주·발행가 3520원), 3년여 뒤인 2008년 12월 300억원(647만주·4640원) 등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자본확충을 해주기도 했다.
로엔의 주인이 현재 보유지분 15.0%로 2대주주로 있는 SK플래닛으로 바뀐 때는 2011년 10월.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부문을 떼내 SK플래닛을 설립하면서 로엔 지분 63.5%(1610만주)를 SK플래닛으로 옮긴 데서 비롯된다.
SK플래닛은 이후 로엔 지분이 한 때 67.6%(1710만주)에 달했다. SK텔레콤으로부터 넘겨받은 것 외에 2011년 12월 103만주를 148억원(주당 1만4400원)을 주고 사들인데 기인한다. SK플래닛이 로엔 지분 67.6%를 보유하기 까지 소요된 자금이 총 741억원이었던 셈이다.
◇ 동반매도청구권 15%의 향배
로엔은 2013년 9월 주인이 또 한 차례 바뀐다. SK플래닛이 지분 15%만 남기고 52.6%(1330만주)를 어피니티 계열의 에스아이에이치(SIH)스타인베스트홀딩스에 판 것.
로엔의 성장을 고려하고, SK플래닛의 글로벌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게 당시 SK플래닛이 밝힌 매각 배경이다. SK플래닛은 플랫폼 회사를 목표로 하는 만큼 온라인 음악서비스인 멜론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로엔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지배구조 측면의 이유도 있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100% 자회사만 보유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이로 인해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인 SK플래닛은 2011년 10월 SK텔레콤에서 분할된 뒤 2년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3년 9월 말까지 로엔 지분을 100% 사들이거나 합병 또는 매각해야 했다.
매각 배경이 어떻든, SK플래닛으로서는 당시 지분 매각으로 2080억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매각대금이 2570억원으로, 주당 4330원 정도인 주식을 5배에 가까운 2만원에 팔 수 있었던 까닭이다. 게다가 현 지분을 카카오에 넘기면 얻게 되는 수익이 3520억원으로 이 보다 더 많다.
SK플래닛은 로엔 매각 당시 어피니티와의 계약에 따라 향후 어피니티가 투자회수에 나설 경우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동반매도’ 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Tag-Along Right)을 갖고 있다.
카카오의 이번 로엔 인수 지분 76.4%(1930만주)의 주당인수가는 9만7000원. SK플래닛 15%의 경우 청구권을 행사키로 결정한다면, 이번 딜이 종료되는 내달 29일 9.0%(227만주)는 현금으로 2200억원을 받고, 나머지 6.0%(153만주)는 카카오에 현물출자를 통해 1480억원 상당의 카카오 주식 136만주(제3자배정 유상증자·발행가 10만9121원)를 갖게 된다. SK플래닛이 총 3680억원을 받고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