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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전쟁]①데이터 달라는 구글의 속내

  • 2016.06.28(화) 15:41

구글, 지도 반출 요청에 인터넷서 '갑론을박'
갈라파고스화 우려…"조세 회피 차원 꼼수"

세계적인 검색업체 구글이 우리나라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면서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도 데이터의 반출은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빗장 걸기식 규제로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길 안내 서비스를 기반으로 위치기반 광고나 무인자동차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한 차원이다. 그만큼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선 지도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국내 업체들도 지도를 기반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편집자]

구글은 이달초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 지도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반출이 금지되어 있으나 관계 부처간 협의체에서 합의하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구글 요청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외교부와 통일부 · 미래창조과학부 등과 지난 22일 비공개 실무회의를 열고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를 논의했다. 우리 정부의 답변 기한은 오는 8월25일까지다.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국정원을 통해 지도 데이터 반출 가능 여부를 타진해왔다가 이번에 처음 공식적으로 요청서를 제출했다.

 


◇ 구글맵, 국내선 반쪽짜리 서비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는 이유는 지도 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키우기 위해서다. 길 안내부터 위치기반 광고나 요즘 뜨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를 비롯해 구글이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는 무인자동차에도 지도 데이터가 필수다. 최근 글로벌 인터넷 업계에서 뜨고 있는 우버(차량 공유)나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등은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다.

 

그동안 구글은 국내법에 막혀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자사 서버에 저장하지 못했다. 대신 구글은 SK텔레콤의 T맵 지도 데이터를 가져다 쓰고 있으나 축척이 2만5000분의 1 이하라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맵은 현재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등 일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구글맵은 세계인이 널리 사용하는 지도 서비스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반쪽짜리'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구글측 주장이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해외 인터넷 기업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구글을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구글이 국내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없으며, 이는 곧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고립되는 '갈라파고스화'로 이어질 것이란 비난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군사시설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상세한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부처별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국방부와 통일부, 국정원 등은 '안보'를 내걸고 반대하는 반면, 산업부와 외교부 등은 서비스 경쟁 차원에서 반출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규제·과세 피하기 위한 의도"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지도 서비스를 놓고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구글이 지금의 기술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나 엉뚱한 이유를 대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바이두와 미국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구글과 같은 외국 업체임에도 지도 반출없이 국내에서 길찾기 서비스를 아무 불편없이 제공하고 있다"라며 "구글이 진정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길 안내 서비스를 하고 싶다면 국내 지도 업체들과 제휴를 통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규제와 간섭을 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구글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국내에 서버 시설을 갖추고 제대로된 지도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해외 서버를 고집하는 것은 정부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는 지도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사전, 사후 심사를 받고 있으나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은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글은 자체 인공위성을 띄우고 한반도를 훑어 위성사진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 영역도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서버 시설을 갖춘다면 국내 업체들처럼 다양한 규제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과세 당국이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도 한다"라며 "구글이 서버를 설치하지 않으려는 진짜 이유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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