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에도 이머징 증시가 기세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중 연중고점이 기대될 정도다. 이머징 시장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는 견조한 펀더멘털에 더해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이 꼽힌다. 유럽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예고돼 있지만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이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여전히 유망한 이머징 지역 물색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 이머징, 브렉시트 직전보다도 '펄펄'
지난주 상하이 증시는 지난 4월19일 이후 처음으로 3000포인트를 재돌파했다. 주초 영국 부동산펀드 환매중단 조치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주춤하는 사이 상하이 지수 역시 3000선을 다시 밑돌았지만 브렉시트가 발생했던 지난달 24일(2854.29)보다 높은 3000선 근방에 머물러 있다.
브라질 증시도 브렉시트 발생 이후 오히려 6% 올랐고 헝가리가 5%이상, 태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은 3% 안팎으로 상승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지수 역시 브렉시트 충격으로 지난 27일 795까지 밀리며 800선을 밑돌았지만 지난 11일 현재 847포인트까지 오르며 840선을 돌파했다. 이는 브렉시트 발생 직전인 수준(23일, 835P)보다 더 높은 수치다.
상반기 흐름을 놓고 봐도 MSCI 이머징 지수는 5%나 상승하면서 브렉시트가 랠리를 전혀 막지 못했다. 상반기 상승률을 보면 브라질이 44%에 달하고 러시아가 19%,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18%와 14%에 이른다.
◇ 브렉시트가 준 기회, 유동성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증시의 강세는 최근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된 상황에서 도드라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가 만들어내는 불확실성 자체보다 이로 인해 이머징 증시의 동력이 되는 유동성 장세가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기대감이 압도한 결과다.
브렉시트는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기대는 물론 영국과 유럽의 통화완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고 안전자산에 따른 일본 엔화 강세로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크로스보더캐피털을 인용, 신흥국 경제의 유동성 상황이 5년만의 최대치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국가들의 정책확대 명분이 형성되면서 실물 경기보다 유동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흥국 증시 특성상이런 정책 기대감이 신흥국 증시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예상대로 선진국들의 통화완화가 나타날 경우 신흥국 증시가 3분기 중 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 본래 그림도 나쁘지 않았다
브렉시트와 별개로 이머징 국가들의 펀더멘털에 대한 관심도 높다. 브렉시트 이전까지도 신흥국 증시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에도 불구, 강세를 보였는데 여기에는 신흥국들의 성장성이 담보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신흥국 경기는 지난 2014년 이후 인도와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성장성이 양호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시선이 모아진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6월 제조업 지표가 경기 확장을 나타냈다.
반면, 러시아나 브라질은 반등폭이 워낙 컸던데다 유가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유럽 신흥국들도 브렉시트 여파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 상반기 상승률을 놓고 보면 그리스 증시는 25%나 빠졌고 폴란드 증시는 7% 하락했다.
중국도 올 상반기 7% 하락했고, 경기반등이 제한되고 있지만 바닥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렉시트 여파로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머징 투자의 중기적 자산배분에서 아세안, 중남미, 인도, 중국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아세안 증시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유망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