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쇼핑'과 'O2O'를 핵심 키워드로 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 상품·서비스 역시 중요한 정보라고 보고 이를 기반으로 검색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외부 O2O(Online to Offline) 사업자를 끌어안으며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얼핏 사업 방식은 다르게 보이나 인터넷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 모바일 시대의 패권을 가져가겠다는 목표는 같다.
◇ 네이버, 쇼핑 정보에 주목
24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2일 연례 비즈니스 전략 발표 행사인 '커넥트(CONNECT) 2017'를 개최,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쇼핑 등 소상공인 창업과 창작 생태계 조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내정자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7'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아울러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자사 쇼핑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약이나 결제, 메신저 기능 고도화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기술 및 콘텐츠 분야에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개했다.
이날 한성숙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네이버의 기술 플랫폼으로 변신은 차세대 첨단 기술을 광고주, 스몰비즈니스 분들과 창작자들 누구나 손에 쥐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친숙한 도구로 잘 바꾸어 내는 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내건 총 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쇼핑이다. 비즈니스 파트너, 즉 콘텐츠 제작자나 쇼핑몰 운영자, 스타트업 등이 판매하는 상품 및 서비스 자체도 정보로서 가치가 높다고 판단, 이러한 쇼핑 정보를 더 많이 축적·유통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 육성과 첨단 도구 개발 등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기존에 추진해왔던 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 네이버는 '매년 1만명 이상 신규 쇼핑 창업자 양산'을 목표로 지난 4월부터 '꽃'이란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매출 1억원 이상 사업자를 1500명 키우겠다'는 수치까지 제시했다. 연말을 앞둔 현재 네이버에서 1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는 사업자는 1500명의 3배 이상인 5500여명에 달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카페와 블로그, 지식인(iN) 등에 이용자들이 스스로 정보를 쌓게 하고, 이러한 내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찾아주는 방식으로 검색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쇼핑에 역량을 모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검색 결과를 풍부하게 만들어 플랫폼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카카오, O2O 접근법 달라진다
네이버가 쇼핑에 집중한다면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O2O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기존 접근 방식과 달라졌다. 직접 진출하기 보다 외부 업체들이 입점해 사업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개최한 카카오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신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
카카오는 지난 15일 개최한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개방형 O2O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주환 O2O사업부문 부사장은 "새로운 개방형 플랫폼을 도입해 실물경제 주체들간의 효과적 연결을 가능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콜택시앱 '카카오택시' 성공을 발판으로 대리운전과 헤어샵 등으로 O2O 영역을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업에 카카오가 직접 뛰어들었는데 앞으로는 외부 사업자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준 것은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등에 진출할 당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사업주들의 강한 반발로 서비스를 안착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들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심차게 추진한 가사도우미 O2O '카카오홈클린' 사업 계획을 중단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IT 투자 전문가 출신의 임지훈 대표체제 출범 이후 홈클린을 비롯한 다양한 O2O 서비스를 쏟아내기로 했으나 전략을 선회, 직접 진출하기 보다 플랫폼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O2O 서비스를 키우기로 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카카오 입장에서는 중소상권들과 충돌하면서까지 O2O 사업에 직접 진출할 필요가 없고, 다양한 업체들이 들어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서 시장 전체 파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