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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부동산펀드, 냉정과 열정사이

  • 2017.04.25(화) 14:38

요즘 부동산펀드에 대한 시선이 뜨겁습니다. 부자나 기관들만 투자했던 부동산펀드가 공모형으로 잇따라 선보이면서 일반인들도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인데요. 부동산펀드의 잇단 완판 행진이 그 열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선이 뜨거운 이유가 또 있습니다. 뭔가 불안하다는 우려 섞인 시선입니다.

 

 

지난해부터 펀드 시장에서는 국내외 대형 오피스 빌딩과 호텔 등에 투자하는 공모 부동산펀드가 잇따랐고 대부분 매진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삼성역 바른빌딩에 투자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바른빌딩 공모펀드가 330억원 어치 팔려나갔고, 신한금융투자의 명동나인트리호텔 공모펀드(465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호주 캔버라 교육부청사 빌딩에 투자하는 1410억원 짜리와 하나자산운용의 미국 워싱턴 DC 나사(NASA) 빌딩에 투자하는 1540억원 짜리 공모펀드도 모두 모집이 완료됐습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49조2435억원을 기록하며 50조원에 육박했는데요. 지난해 3월말(33조8870억원)보다 15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물론 이 가운데 상당 비중이 사모펀드 형태인데요. 올해 1분기 동안 공모 부동산 펀드에도 1조5000억원의 적지 않은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부동산펀드의 인기는 저금리 시대와 맞물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의 수익률이 좀처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린 데서 기인합니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연 4~6%대의 매력적인 수익률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 부동산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요즘 대체 투자가 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나침은 언제나 화를 부릅니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논리도 단순합니다. 지금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는 부동산펀드들이 과연 만기 시점에서도 안전하게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돌려줄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설사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해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죠.

 

먼저 국내 금융사들이 앞다퉈 해외 부동산을 인수한 후 펀드로 내놓으려다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점이 우려를 샀습니다. 해외 부동산을 산 후 다시 재매각하는 것을 '셀다운(Sell-down)'이라고 하는데요. 셀다운이 초기만큼 쉽지 않아진 것입니다. 여기에는 기관들이 어느 정도 물건을 담았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금리가 오를 것을 우려해 예전보다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유야 어쨌든 물건이 남아돈다는 것은 수급상 좋은 신호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셀다운 적체 물량이 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부동산펀드에 내재한 위험도 따져봐야 합니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폐쇄형 구조이기 때문에 일단 장기간 돈이 묶입니다. 거래소에 상장돼 중도환매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사려는 주체가 없다면 매매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또 부동산펀드는 회계 기간마다 분배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분배금은 기대수익일 뿐 예금이자와 같이 확정된 수익은 아닙니다. 부동산 임차인의 사업 성과 등 영업 환경과 신용도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분배금 지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명동 상권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일례가 될 수 있습니다.

 

대상 부동산을 매각할 때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정해진 펀드 만기까지 매각되지 않거나 지연될 경우 투자원금 상환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부동산 펀드 투자설명서에도 상세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통상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은 임대료 상승보다 매매가격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받는데요. 투자 기간이 5~7년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한 시점임에는 분명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부동산펀드 설정 후 미국 금융위기 등이 터지면서 손실을 본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당장 위기를 예측할 수 없더라도 지난해부터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선 점도 해외 부동산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펀드가 투자한 부동산의 경우 매각하는 시기가 이미 정해진 셈이어서 매각 시 가격 조건이 유리하기 힘들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환율 위험도 고스란히 녹아듭니다. 공모형 펀드의 경우 헤지를 아예 하지 않거나 원금의 절반가량을 헤지하는 상품이 많아서 환 차익을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환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2012년 나온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펀드는 25일 현재 3년과 5년 수익률이 각각 마이너스 48%와 마이너스 53.81%에 달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호샤베라 타워에 투자한 펀드인데 설정 당시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익률도 변변치 않은 상태인데요. 이 펀드의 계약기간은 2018년 12월 31일까지입니다.

 

수수료도 따져봐야 합니다. 부동산펀드는 납입금액의 2% 정도를 선취판매 수수료로 일단 떼어가고 여기에 매입 수수료와 펀드운용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펀드 판매 시 제시하는 수익률보다 실제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펀드에 대한 열기만큼 리스크에 대한 우려 또한 지나칠 수 있습니다. 실무 관계자들도 공모펀드의 경우 특히 더 엄선해 만든 상품임을 재차 강조합니다. 당분간은 무리 없이 수익을 안기며 일부의 우려 섞인 시각을 무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꼼꼼히 따져본다고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열풍을 몰고 온 부동산펀드가 만기 즈음에도 계속 열풍으로 남아 있을지는 시간이 흐른 뒤 확인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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