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가 낙점됐다. 그간 거론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비둘기파인 파월 이사가 바통을 이어받게 되면서 시장도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이미 빈자리가 2개나 있는 연준 이사 자리에 또 공석이 생기면서 변수가 추가됐다. 연준의 긴축 속도를 좌우할 수 있는 세제개편안으로도 관심이 일부 이동하는 모습이다.
◇ 비둘기 성향 파월 낙점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파월 연준 이사를 지명키로 했다고 전했다. 공식 발표는 현지시간으로 2일, 한국시간으로는 3일에 있을 예정이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파월 이사가 의회 인준을 통과하면 앞으로 4년간 연준을 이끌게 된다. 파월 이사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재무부 차관을 지냈고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대표로 일하다 2012년부터 연준 이사를 맡고 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는 재닛 옐런 의장과 함께 매파 성향이 강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와 파월 이사가 거론됐다.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등 경제 지표에 맞춰 기계적으로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테일러 준칙(Taylor rule)'으로 유명한 테일러 교수는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후보군 가운데 가장 매파적으로 분류됐다.
반면 파월은 점진적인 완화정책을 지지해온 비둘기파다. 2%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과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 지지가 필요하며 자산 축소도 현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온건한 성향에 더해 사모펀드를 이끈 경험과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공화당원이란 점에서 트럼프의 눈에 들었다는 평가다.
◇ 시장 가장 만족할만한 시나리오
파월 이사가 지명되면서 증시로서는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게 됐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가운데 파월 이사 지명이 긴축 속도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해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파월 이사가 옐런 의장과 달리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 규제 완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반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대신증권은 "현 연준 의장이 주도했던 정책 결정과정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4개로 늘어나게 되는 연준이사 공석이 어떻게 채워질지는 지켜봐야 할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2명의 연준 이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13일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물러나고, 파월 이사의 자리도 비게 된다. 이들 자리가 매파적 인물로 채워진다면 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파월 이사 지명 보도에도 금융시장이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것은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는 세제개편 내용에 따라 연준의 긴축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세제개편 내용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