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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필수지만 능력은 아직

  • 2017.11.15(수) 18:02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확대 정책 토론회
국민연금과 상장기업, 운용사 모두 변해야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확대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필수적이지만 이에 앞서 국민연금의 전문성 강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명확한 ESG(환경·사회적책임·기업 지배구조) 평가 기준 및 데이터 마련과 함께 국민의 노후와 직결되는 수익률과 이에 따른 투자 과정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할 전망이다.

 

 

◇ 국민연금 책임투자 확대·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필요

 

15일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및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진단했다. 이 토론회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활성화 및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를 공유하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주제 발표에서 강윤식 강원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이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책임투자를 구현할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며 "의결권 행사지침, 위탁운용사 선정 및 평가지침, 책임투자 위원회 운용지침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책임투자 전략과 조직 및 시스템, 책임투자 위탁 운용 확대, 벤치마크 지수 개선과 함께 ESG 정보공시 개선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세계적 추세로 해외 주요 연기금 상당수가 이미 참여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이행, 주주 활동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와 이행은 관치 등 이해 상충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국민연금은 대규모 장기투자자로서 적극적인 주주 활동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 인프라 부족…수익성 확보 관건

 

이날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 수준에서는 제대로 된 사회책임투자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의 경우 6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지만 현재 운용인력은 300명에 불과해 다른 해외 연기금보다 턱없이 적은 편"이라며 "대체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힘든데 현재 인력과 전문성으로 사회책임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수익성 문제로도 연결된다. 국민연금의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는 물론 적극적인 운용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책임투자 운용의 핵심은 결국 성과이고 그 책임이 위탁운용사에 있게 된다"며 "도식적인 운용을 지양하고 수익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도 "국민연금은 축적된 자본을 효과적으로 배분해 성과를 내야 한다"며 "과거엔 패시브 운용만이 요구됐지만 액티브한 운용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그만큼 철저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는 "사회책임투자 수익률의 경우 고민이 많다"며 "1990년대엔 ESG 투자가 좋은 성과를 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주가에 반영되면서 오히려 사회책임투자 기업이 아닌 곳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 연기금의 경우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고 직접 관여해 고쳐나가는 밸류 애드업 전략으로 ESG 투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기업, 운용사와 소통 필요…ESG 데이터 축적 조언도

 

사회책임투자를 결정할 때 기업과 위탁운용사와의 소통은 물론 ESG 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 축적도 필요할 전망이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기업 평가에서 재무적인 요소와 달리 비재무적 요소에 대해서는 과연 깊게 들여볼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일방적인 기준 제시가 아니라 기업과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이해하고 중장기적 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의결권 자문 회사에 대한 어떤 규제도 없다"며 "극단적인 경우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왜곡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홍래 대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소위 주파수가 맞아야 한다"며 "외부 위탁운용사 점검 활동에 대한 평가체계 수립 등은 첨예하게 맞설 수 있는 문제이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사회책임투자의 핵심은 ESG 데이터"라며 "이를 생산하는 리서치 기관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ESG 데이터를 요구해야 양질의 데이터가 생산된다"면서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데이터 기관 간 공정거래 관행을 통해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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