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다. 물가 전망을 상향하며 긴축 우려를 높이는 듯했지만 여전히 점진적 인상 기조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모처럼 만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 긴장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 물가 전망 상향과 '대칭적 '문구 추가
2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1.5~1.75%의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로 시장이 주목한 것은 물가 전망 상향이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물가 관련 문구를 '2%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에서 '2%에 근접하게 움직였다'고 수정했다.
'최근 몇 달간 고용 증가세가 강화됐다'는 표현도 '평균적으로 강화됐다'로 바뀌었고 '기업 고정투자 증가세도 4분기 대비 완화'에서 '강한 증가세가 유지됐다'로 변경됐다. 그만큼 경기와 물가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물가에 '대칭적(Symmetric)'이란 표현을 붙이면서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과거에도 연준은 물가 목표에 대해 같은 표현을 쓴 바 있는데 물가 목표치인 2%를 소폭으로 넘나드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물가가 2%를 넘더라도 곧바로 긴축 스탠스를 강화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아직은 비둘기에 더 가까워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매파적인 듯하면서도 비둘기 시각이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리 인상 전망도 추가 2~3회 인상이 유지되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은 "오랜 기간 동안 물가가 2%를 밑돈 것을 감안하면 연준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2%를 상회하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시장 우려보다는 중립적인 회의였다"고 밝혔다.
DB금융투자도 "물가의 2% 도달과 맞물려 바로 추가 액션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가속화를 예상할 만한 추가 시그널이 없었다"고 말했다.
SK증권도 "언뜻 매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비둘기"라며 연내 추가적으로 2회 더 인상할 수 있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했다. KB증권도 물가 상승률이 2,3분기에 2%를 상회해도 금리 인상 기조는 기존대로 점진적일 것이라며 6월과 9월 두 차례 금리 인상 전망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 달러 강세·금리 상승 예의주시
연준의 긴축 우려에도 꿈쩍 않던 달러가 과거와 다르게 FOMC 회의 이후 강세를 보인 것은 부담으로 지목된다. 이날 회의 이후 달러인덱스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간 미국의 긴축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뿐 아니라 신흥국들에도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아직 달러화의 본격적인 강세 베팅 시각이 관찰되지 않는다며 단기 마찰음은 있겠지만 추세적인 달러화 강세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도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리 동결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했지만 6월 회의에서 추가 인상 경로가 나올 때까지 긴장감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현재 선물시장에서 예측하는 6월 금리 인상 확률은 100%에 이르고 있다며 미국 경기가 견조함을 이어간다면 6월 FOMC 회의에서는 확고히 매파적 스탠스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연준의 물가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6월 추가 금리 인상과 더불어 올해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며 총 4회 인상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시장금리의 3%대 재진입 시도와 더불어 미 달러 약세 전망에 대한 다소간의 쏠림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