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아시아나 그룹 계열사들의 상장이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IDT가 2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내달 말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 에어부산도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증시 여건이 그다지 양호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상장을 시도하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줄이기' 주력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아시아나IDT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아시아나IDT는 IT컨설팅 서비스 및 IT시스템통합(S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1991년 9월 설립됐다. 최대주주는 아시아나항공으로 지분율은 76.2%다.
상장 시초가는 1만4300원이다. 이는 공모가 1만5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모가도 공모희망밴드 1만9300원~2만4100원 하단에 미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업공개(IPO)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 셈이다. 아시아나IDT는 최근 증시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꺼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IDT IPO 흥행 부진이 아쉬운 쪽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4월 산업은행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 평가에서 심층관리대상기업으로 지정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 3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599.9%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단기차입금 규모 줄이기에 주력해왔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약 2조1000억원. 올 들어 금호 사옥과 CJ대한통운 주식을 매각하고 전환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하는 한편 자회사 상장을 통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운 배경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현재 단기차입금의 86% 가량이 상환됐지만 유동성 자금 확보 차원에서 아시아나IDT의 IPO 흥행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다. 아시아나IDT는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자 공모주식을 330만주에서 264만주로 줄였고 아시아나항공 구주매출 규모도 함께 감소하면서 자금 유입 규모가 기존 425억원에서 231억원 수준으로 약 194억원 쪼그라들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상장 자회사가 상장을 하게 되면 모회사 부채비율 개선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아시아나IDT 상장은 2년 간 준비해온 것으로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지 모회사 부채비율 축소만을 가지고 해석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저비용항공 에어부산 세번째 상장 도전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흑자 전환 이후 영업이익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759억원으로 2014년 981억원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여객수요와 화물영업이 저유가 저환율 기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둔 결과다.
하지만 전체 차입금 규모를 줄일 만큼은 아니었다. 아시아나항공 총차입금(연결기준)은 2014년 4조1902억원에서 지난해 4조7007억원으로 증가했다. 항공기 투자가 이어진 데다 LCC 업체들이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면서 차입금까지 줄이기엔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내 LCC 업체들은 상장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섰다. 2015년 말 제주항공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등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상장 항공사는 기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 두 곳에서 다섯 곳으로 늘어났다. 국내 LCC 업체 6곳은 지난해 매출 3조6309억원, 영업이익 2783억원을 냈다. 각각 전년 대비 35%, 92.7%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마련한 방책 중 하나가 계열사 에어부산의 상장이다. 에어부산은 부산에 거점을 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은 46%다. 2007년 설립돼 이듬해 첫 취항했다. 지난해 매출은 56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5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에어부산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시장 연말 상장을 목표로 절차에 진입한 상황이다. 상장 시도는 2014년,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항공기 도입과 항공훈련센터 구축, 정비고 확장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공모주식수는 총 520만7000주다. 신주모집으로 207만주, 구주매출로 313만7000주를 배당했다. 희망공모가는 3600~4000원, 공모금액은 187억~208억원이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지난 두 번의 상장 시도 때 상장 후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서 손을 털고 나갈 거라는 우려가 있어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이번엔 공모가 산정 등보다는 상장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