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지난해 삼성증권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직권으로 착오 주문을 취소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아울러 공매도 인프라를 구축하고 매매거래정지를 개편하는 등 시장 인프라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24일'유가증권시장 2019년 주요 사업계획' 발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은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여러 시장 관계자들이 올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며 "여러 제도 중 특히 시장 구조를 교란하는 요소를 막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대표적인 방안이 '거래소 직권 취소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거래소는 착오 주문과 업무 실수 등으로 인한 매매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 증권거래소는 이미 채택하고 있다.
최근 증권 거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주문 매체가 다변화하고 고빈도매매(초단타매매)가 늘어나면서 착오 주문에 따른 피해 발생 시 파급력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작년 삼성증권 사태가 대표적으로 재발을 막기 위해 공론화 절차를 거쳐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착오 주문과 업무 실수 등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즉각적이고 증시 신뢰도도 떨어뜨린다"면서 "한맥증권과 삼성증권 사건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 이은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유가증권시장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돈섭 기자] |
이와 관련해 공매도 제도도 손 보기로 했다. 거래소는 한국예탁원과 코스콤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공매도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매매거래정지 제도도 개편한다. 현행 규정상 기업에 중요정보공시와 답변 의무가 생기면 거래소 매매를 30분간 정지할 수 있는데 이를 10분이나 15분으로 줄이는 것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사안의 경중을 따져 제재 방안을 차별 적용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 일변도 정책이 반드시 옳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여러 관계자들의 이해를 충족시킴으로써 선진형 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는 상장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상장 평가 항목에 시가총액 요건을 추가하고 현행 주식분산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기업이익 측정기준을 세후이익에서 세전이익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등으로 당장 이익을 못 내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올해 코스피 기업공개(IPO) 예상규모는 약 5조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 특례상장제도와 차별화를 가질 수 있도록 세부내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이밖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활성화 지원 및 투자자보호 강화 ▲글로벌 투자정보제공 활성화 ▲신사업 발굴 등을 주요 사업계획으로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시장을 어둡게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금융소비자 중심의 증시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선진 증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