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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잠자는 숲속의 '퇴직연금 법안들'

  • 2019.11.08(금) 17:03

2016년부터 올해까지 개정안 쏟아져
기금형 도입부터 교육 의무까지 여럿
향후 소관위 통과 일정 불투명 '답답'

퇴직연금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DB)형이든 기업이 책임지는 확정급여(DC)형이든 수익률을 높여 연금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죠. 하지만 업계 자체 노력만으로 투자 인식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관련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까닭입니다.

정부와 국회도 업계만큼이나 퇴직연금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령화는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민연금 고갈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고요. 민간 차원의 연금 재원 확보가 시급한데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개인이 노후자금을 모으는 것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한 국회의원이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쳐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190조원. 규모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퇴직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별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8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관위에 접수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15건에 달합니다. 이 중 11건이 실질적 제도 개선안을 담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안도해야 할까요.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관련 법안들의 일면들을 주제별로 살펴보겠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가장 많아

11건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법률안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주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쉽게 말해 개별 기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 재원을 한데 모아 큰 기금을 만들어 운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DB형 퇴직연금의 운용주체는 기업입니다. 연금 자원을 운용하다 직원이 퇴직하는 시점에 맞춰 직전 3개월 월급 평균치에 근속연수를 곱해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연금 지급 시까지 고정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직원들 연봉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매년 오르기 마련입니다. 연봉이 오르는 만큼 퇴직연금 산정에 적용하는 월급 평균치도 높아지게 되는데, 연금 수익률이 낮아 월급 인상률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면 기업이 비용을 들여 간극을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합니다. 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합니다.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이지만요. 무엇보다 투자는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데 직원들 연금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책임질 사람이 애매합니다. 오너 기업이라면 오너가 장기 운용을 책임지면 된다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기 실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그러면 결국 예·적금 상품을 찾게 되고 이것은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월급 인상률을 따라잡지 못해 기업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당장 내후년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비율을 100%로 맞춰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당장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기금형 퇴직연금입니다.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퇴직연금 재원을 한데 모아 국민연금과 같은 거대 기금을 조성하자는 겁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도 있고요, 투자 전문 인력을 확보해 수익률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특히 운용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9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부터 올 6월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까지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금형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업계 내 조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따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결국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가 하고 있는 연금 관리 사업을 별도 법인에 맡기겠다는 의미이니까요. 밥그릇 싸움이 되지 않도록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운용 교육 의무화에 디폴트옵션 도입도

퇴직연금 운용 교육을 의무화한 개정안들도 눈에 띕니다. 유관기관 지원 등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퇴직연금 운용 교육이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내실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올 6월 김동철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퇴직연금 운용에 투자 기본 지식은 필수적입니다. 퇴직연금 운용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본인이 운용에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의 경우는 더 그렇겠죠.

전문가들은 교육 의무를 명시한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양질의 교육이 실시되는 여부를 감독할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제도를 마련해도 지키는 곳이 없다면 제도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요.

디폴트옵션 도입을 명시하고 있는 개정안도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운용지시가 없어도 사전에 설정한 상품에 가입토록 설정해 연금을 운용토록 한 제도입니다. 미국 펀드시장은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서 활성화가 됐다고 할 만큼 놀고 있는 돈을 움직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따릅니다.

이 밖에 1년 미만 단위로 계약을 경신하는 기간제 근로자가 퇴직연금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안도 있습니다. 이번 회기에서는 2016년 6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초 발의했고요.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7년 6월 발의한 법안에서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는 퇴직연금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국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업계 임원은 "제도 마련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민들의 노후 자금 마련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을 정치권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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