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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 도는 상장 리츠…오히려 지금이 진입 시점?

  • 2020.07.21(화) 16:49

돌변한 투심에 시장 분위기 침체⋯주가 부진에 상장 연기
유동성 양극화·인식 변화 원인⋯안정성 높은 종목 '매력적'

지난해 한껏 주목받았던 상장 리츠 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반등한 국내 증시와 달리 리츠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진행한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결과가 예년같지 않은 데다 상장 일정을 연기한 회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과 관련해 위험자산 선호심리 확대에 따른 유동성 쏠림현상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리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점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다만 상장 리츠 자체엔 문제가 없는 만큼 저가 매수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 '투심' 얼어붙은 리츠시장

21일 마스턴투자운용에 따르면 마스턴프리미어1호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정이 미뤄졌다. 당초 회사는 내달 주식시장 입성을 계획했지만 연내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정 조정에 대한 이유로 회사는 유동성 쏠림현상을 꼽았다. 시장 관심도가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탓에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로 보답하고 시장의 발전도 모색하기 위해 상장 일정을 미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김종민 마스턴투자운용 해외부문대표는 "상장일정을 잠시 연기하더라도 리츠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약속된 배당수익 뿐 아니라 좋은 주가 흐름을 제공하는 것이 결국 잠재 투자자들의 이익에 부합하고 리츠시장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리츠 시장에 대한 낮아진 기대감에 따른 균열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앞서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 밸류 플러스 리츠'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87.09대 1, 일반청약에서 26.86대 1의 결과를 받아 들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한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의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인 358.01대 1711.65대 1과는 차이를 보이는 경쟁률이다. 일반 공모청약 결과(63.28대 1, 1317.62대 1)를 대입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상장 첫날 부진한 출발의 복선이 됐다. 이달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개시한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의 시초가는 4800원으로 공모가 5000원을 밑돌았다. 종가는 이보다 더 하락해 4410원으로 거래 첫날을 마감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도 상대적으로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76.2대 1,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2.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 쏠림현상·시각 조정이 원인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달리 리츠 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는 원인으로 특정 분야에 쏠린 유동성과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투자자들의 인식을 꼽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2차전지 등 신산업 관련 IPO(기업공개) 주식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중 유동성은 이들 산업으로 쏠리는 상황"이라며 "고위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인컴형 상품에 대한 관심 저하돼 상장 리츠 주가의 급락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굴지의 IT 및 5G(세대) 관련 기업들이 포진한 KRX정보기술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소속된 KRX헬스케어 지수의 시가총액은 각각 484조원, 191조원(21일 장중 기준, 시황지수 제외) 등으로 다른 섹터들을 크게 앞지른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더 집중된 유동성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투자자들의 달라진 시각도 리츠에 대한 호응도를 낮추는 요소로 거론된다.

지난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상장 리츠들의 주가가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이후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여파와 시기적으로 겹쳤던 게 투자심리에 마이너스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상장 리츠의 주가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총 8개 종목이다. 이 중 이달 상장한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를 제외한 7개 종목은 지난 3월 증시 폭락기 당시 하락한 후 이렇다할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나란히 저점까지 떨어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반등 폭은 약 52.7%, 86.4%로, 이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지수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리츠의 안정성이나 상품 자체의 문제는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전반이 악화되고 리스크가 가중된 게 투자자들이 리츠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배당 매력을 상쇄하면서 선호도를 떨어 뜨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무르익은 진입 시점

다만, 상장 리츠의 주가가 조정 이후 더딘 복원력을 보이면서 진입 시점이 됐다는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상품 자체에 배당금 미지급 등의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주가가 하락한 게 아니라 시장 상황과 같은 대외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크게 미치면서 주가가 빠졌기 때문에 저가 매수도 노려 볼 만하다는 얘기다.

다만, 옥석을 가릴 필요는 있다. 일단 비교적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고 배당 안정성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상장 리츠의 주가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지표로 'P/FFO'가 활용된다. 이는 현재 주가(Price) 대비 사업 운용 수익(Fund From Operation)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으면 수익 창출 규모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7월 현재 글로벌 오피스 리츠의 P/FFO가 미국 15배, 일본 21배 수준이며, 국내에서는 신한알파리츠가 21배,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15배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비교적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츠의 가장 큰 매력인 배당에 대한 안정성을 챙기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선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발표하는 배당결정과 같은 공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동안 지급한 배당 히스토리에 대해 챙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평균 배당 수익률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추가 자산 차입과 같은 공시 등은 더욱 비중 있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통해 배당 안정성, 리츠의 성장성 및 지속성 등을 파악할 수 있어서다.

조윤호 연구원은 "상품 마다 다르긴 하지만 배당에 대해 안정성이 높은 상품들의 경우 현재 매력적인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며 "여타 주식 종목들의 경우 향후 경제 및 관련 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반영되면서 주가 회복의 동력이 됐지만 코로나19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리츠는 이런 부분이 아직 완벽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관심을 가져도 좋은 시기가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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