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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슈퍼리치 경쟁 빅뱅 시작됐다

  • 2020.09.16(수) 14:44

삼성증권 독주 속 미래·한투 새 브랜드 론칭
안정적 수익원 매력…증시 활황 속 유치 호기

'동학개미' 유치를 두고 격렬한 1차전을 치른 증권사들이 뒤이어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결 주제는 금융자산만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큰손' 모시기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은행 자산관리 서비스에 흥미를 잃어 가는 슈퍼 리치들을 국내외 증시 랠리를 기회 삼아 끌어오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고액자산가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회사 이름을 건 자존심 대결로 격화될 분위기도 감지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액자산가 유치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자타 공인 삼성증권이다. 10년 전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 'SNI(Samsung & Investment)'를 출시해 일찌감치 큰손 고객 유치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 30억원 이상 고객 수 2600여명, 자산 80조원을 확보하며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투자 파트너형 '멀티 패밀리 오피스'도 선보였다. 패밀리 오피스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기업체 규모의 자산가들이 개인 자산관리 회사를 설립하는 '싱글 패밀리 오피스'에서 시작된 자산관리 특화 서비스다. '석유왕' 록펠러가 자신의 가문 자산을 전담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빌 게이츠 같은 부호들이 자산 승계, 사회공헌 설계 등을 위해 주로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의 멀티 패밀리 오피스는 최소 10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 최소 가입 기준이 10억~30억원 수준인 경쟁 증권사들과는 상당한 차이다. SNI를 통해 자산가 네트워크를 탄탄히 다져놓은 만큼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서비스 개시 첫 달 만에 6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투자·가업승계 특화 컨설팅 외에 삼성증권의 IB딜에 파트너로도 참여할 수 있다.

삼성증권의 여유 있는 독주 속에 후발 증권사들의 추격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기존 고액자산가 서비스 브랜드 '오블리제 클럽'을 정리하고 예탁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대상 VIP 브랜드 '미래에셋세이지클럽((Mirae Asset Sage Club)'을 새롭게 론칭했다.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강점이 있는 글로벌 IB 네트워크를 활용해 맞춤형 글로벌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가업 상속과 증여 계획 등에 대한 컨설팅도 해준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들어 10억원 이상 예탁자산 고객이 33% 넘게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매우 적극적이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전담 조직인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GWM)'를 공들여 새로 만들었다. 경쟁사인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 각각 가업승계·자산관리, 부동산 분석을 맡았던 유성원 상무와 김규정 자산승계연구소장을 데려온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 전문가와 함께 세무, 부동산, 회계, 글로벌 자산배분을 입체적으로 종합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고 가업 승계를 위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각각 '프리미어 블루 멤버스'와 '에이블 프리미어 멤버스'라는 VVIP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인 자산관리 컨설팅 외에 각종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 KB증권의 경우 KB금융그룹 전문가 집단의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액자산가들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확실한 VIP 고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NI 고객 중 10년 이상 거래한 고객 비율은 76%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이들로부터 올 상반기에만 5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증권사들은 고액자산가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안정적인 자산관리 수익을 기반으로 다른 사업 부문의 성장을 꾀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근래 계속되는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들을 불러모을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보고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보수적인 자산가들조차도 턱없이 낮은 은행 이자율에 불만을 가지는 상황"이라며 "국내외 주식 투자는 물론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컨설팅과 가업 승계, 법률 세무 자문까지 전문적으로 프라이빗하게 받을 수 있는 증권사 VIP 자산관리 서비스는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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