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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공모주 '환불원정대' 정말 가능한가요

  • 2020.10.23(금) 09:00

BTS소속사 빅히트 주가하락으로 '환매청구권' 관심
빅히트는 해당없지만, 특례입학한 상장회사는 해당
투자자 보호장치… 공모가의 90%로 환불요구 가능

빅히트엔터테인먼트(a.k.a BTS소속사)가 주식시장 상장 이후 연일 주가부진을 보이면서 환매청구권이란 용어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어요.

환매청구권= 풋백옵션이라고도 부름. 일반청약자가 기업공개 주식(공모주)을 인수회사(기업공개를 주선한 증권사 또는 주선한 곳과 계약해 공모주를 함께 판매한 증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 매도가격은 공모가격의 90%. 단 시장흐름(지수)에 따라 일부 줄어들 수 있음.(이 부분은 뒤에 자세히 설명해요)

먼저! 그동안 많은 언론 보도처럼 빅히트 공모주는 환불, 즉 환매청구권 행사를 할 수 없어요. 카카오게임즈나 SK바이오팜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환불 가능한 공모주도 엄연히 존재한답니다.

자신이 투자한 공모주가 환불 가능한 주식인지 아닌지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해당 기업이 상장 전 공시한 증권신고서(또는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는 것이에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해당 기업의 증권신고서를 찾아 '환매' 두 글자만 검색하면 곧바로 알 수 있어요.

아래 그림은 지난 9월 1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압타머사이언스, 10월 15일 코스피에 상장한 빅히트 증권신고서에서 각각 '환매'란 단어를 입력해서 나온 화면이에요.

보시는 것처럼 압타머사이언스는 일반청약자에게 환매청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있는 반면 빅히트는 환매청구권이 부여되지 않으니 유의해달라는 내용이 있어요. 완전 180도 다른 내용!

이처럼 간단하게 환매청구권 여부를 알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고 좀 더 알아보기로 해요. 이번 기회에 공모주 환매청구권이란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또 어느 경우에 환불이 가능하고 어느 경우는 안되는지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도록 해요.

# 공모주 환매청구권 = 특례입학한 상장사의 투자자 보호장치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면 상장요건 심사라는 시험을 통과해야해요. 그런데 시험방법이 모두 똑같지 않아요. 농담같지만 정말이에요! (사실 대학입시도 그렇잖나요.)

우선 직접 상장하는곳과 다른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하는 사례있어요. 우회상장은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루지 않고 돈만 있음 다 되는 기여입학같은 제도니깐 논외로 보더라도, 직접 상장하는 회사들도 시험 방법이 달라요.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성과라는 시험 과목이 중요한데요. 한마디로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걸 숫자로 증명해야해요. 하지만 테슬라처럼 상장 전에는 돈을 잘 못벌지만 나중에 돈을 왕창 벌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회사도 상장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례입학제도가 있어요.

다만 이런 방법은 남들처럼 시험문제를 다 풀고서 입학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의무도 이행해야해요. 그런 의무 중 하나가 바로 환매청구권이에요.

주식시장 상장의 문턱을 낮춰준 만큼 투자위험은 커질수 있으니 환매청구권이란 제도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취지. 다만 기관투자자는 일반투자자에 비해 풍부한 정보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손실위험 예측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판단, 환매청구권을 주지 않아요.

다시 정리하면 환매청구권은 일반투자자(개인 또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법인)에게만 해당하는 보호장치이자, 상장예정기업과 인수회사에게는 일반투자자 보호에 더 신경써야한다는 의무를 주는 장치이죠. 
 
환매청구권은 자본시장법의 하위규정인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나오는 개념인데요. 이 규정은 증권사들이 기업들의 주식이나 채권 매매를 주선할때 꼭 이행해야하는 규칙을 담은 것이에요.

(*참고로 최근 공모주가 인기를 끌면서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는 공모주 비율(전체 물량의 20%)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았죠. 20%란 숫자를 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규정 제9조(주식의배정)에요. 일반청약자에게 공모주식의 20%이상을 배정한다고 되어있어요. 규정은 '20%이상'이지만 사실상 모든 회사들은 딱 20%만 배정하죠)
 
아무튼! 이 규정에는 빅히트와 같은 신규상장기업의 공모주를 환불받을 수 있는지 기준을 설명하는 문구가 들어 있어요. 근데 법률이나 규정 같은건 어려운 용어가 많죠?

그래서 오늘 [공시줍줍]에서는 그 원문이 뜻하는 의미를 한줄씩 풀어보는 방식으로 살펴봐요.

#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10조의3(환매청구권) 해석하기

먼저 환매청구권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이 대상이에요. 해외에 상장하는 회사는 우리나라 감독기관 소관이 아니니깐 그쪽에서 할 일! 또한 환매청구권이 있더라도 공모주를 청약받은 사람이 해당 주식을 모두 팔아버리면 더이상 환매청구권이 없어요. (일부를 팔고 다시 사고팔 경우 '후입선출법'이란 계산식이 적용되는데 복잡하니깐 패쓰!)

환매청구권은 다음과 같이 5가지의 사례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면 가능! 반대로 5가지 사례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으면 환매청구권이 없어요. 빅히트 공모주가 환불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

① 공모예정금액(공모가격에 공모예정주식수를 곱한 금액)이 50억원 이상이고, 공모가격을 단일 가격으로 정하는 경우

해석: 공모예정금액이 50억원 이상이란 조건은 대부분의 상장예정기업이 해당해요. 하지만 뒤에 나오는 조건이 중요! 공모가격을 상장예정회사와 증권사가 협의해서 단일 가격으로 딱 정하는 방법. 예컨데 '우린 1만원으로 팔기로 결정했어' 이런식으로 미리 정해놓으면 환매청구권이 있어요.

교촌치킨 상장을 다룬 지난 20일자 [공시줍줍]에서 이런 얘길 했어요.

[공모가격을 마음대로 정할수도 있어요. 다만 이렇게하면 상장이후 주가가 공모가 90% 밑으로 떨어졌을 때 투자자들이 사간 공모주를 주관사가 되사줘야하는 의무가 발생해요. 이 내용은 다음번 [공시줍줍]에서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바로 이러한 경우를 얘기해요. 다만 교촌치킨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상장예정기업은 이런 식으로 공모가격을 정하지 않아요. 단일 가격이 아닌 1만원~1만5000원 식으로 대략적인 범위를 설정해놓고, 나중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검증(수요예측)을 거쳐서 최종 가격을 결정해요. 이렇게하면 단일가격으로 정하는게 아니니깐 환매청구권이 없어요.

②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격을 정하더라도 창업투자회사나 학교법인 등을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경우

→해석: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서 공모가격을 결정하더라도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학교법인 등을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면 환매청구권이 있어요. 왜?!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란 개념은 기업평가에 전문성을 갖춘 금융회사를 의미해요. 상장예정기업에 대한 분석능력을 갖춰서 신뢰성있게 적정 공모가를 검증할 것으로 기대하는 곳. 그러나 창업투자조합이나 학교법인은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봐요. 그래서 이런 곳도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건 원칙적으로 가능! but 공모가 검증에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환매청구권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다만 이 역시 흔히 않은 사례에요. 최근 공모시장을 보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금융회사)가 1000여곳에 달해요. 따라서 상장예정기업을 도와주는 증권사들이 굳이 창업투자회사나 학교법인까지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 환매청구권 부담을 떠않으려 하지 않겠죠.

③ 금융감독원이 정한 기준에 따라 공모가격 산정근거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

→해석: 공모가격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설명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설명했을 경우 공모가격 산정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 환매청구권 의무를 주는 것이에요. 환매청구권은 엄밀히 말하면 상장예정기업의 의무가 아니라 상장을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은 증권회사의 의무에요. 증권회사가 아무리 수수료 욕심이 나더라도 이런 꼼수까지 쓰면서 자신들이 환매청구권 의무를 짊어지려하진 않겠죠.

결론적으로 ①~③에 해당하는 사례는 상장일로부터 무려 1년간 환매청구권 의무가 발생하지만 흔한 사례는 아니라는 점. 하지만 뒤에 나오는 사례는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꼭 알아둬야해요.

④ 성장성만 보고 증권사가 추천해 특례입학하는 경우

→해석: 앞서 주식시장 상장 심사때 모두 똑같은 시험을 치루지 않는다고 했어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방법 중에는 상장주선인(증권사)이 해당기업의 성장성만 보고 추천하는 방법이 있어요. 물론 이 경우에도 적정 감사의견을 받고, 자기자본 10억원. 시가총액 90억원 등 최소한의 요건은 갖춰야 하지만 어려운 시험(경영성과 평가)을 면제받는 엄청난 혜택이 있다는!

이런 방법을 성장성추천 특례라고 불러요. 2018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벤처 셀리버리가 성장성 특례로 상장한 1호기업이고, 지금까지 총 10개 회사가 이러한 방법으로 현재 코스닥에서 거래중이에요. (상세한 명단은 기사 아래에)

성장성추천 특례는 상장을 도와주는 증권회사의 추천서 한장 믿고 상장심사를 통과시켜주기 때문에 추천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환매청구권 의무가 있어요. 상장일로부터 6개월동안 주가가 하락하면 추천한 증권사는 공모가의 90%로 일반투자자의 주식을 사줄 책임이 있는 것.

⑤ 한국형테슬라요건(이익미실현 기업)으로 특례입학하는 경우

→해석: 코스닥상장 입학 시험의 종류에는 우리나라도 테슬라 같은 기업을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한국형테슬라요건(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이란 것도 있어요. 지금 당장 이익은 못내는 적자기업이지만, 미래에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벤처기업에게도 상장 기회를 주는 방법. 2018년 2월 코스닥에 상장한 인터넷쇼핑몰 솔루션업체 카페24가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한 1호기업이며, 지금까지 5개 회사가 이 방법으로 코스닥에 상장했어요.(상세한 명단은 기사 아래에)

이 방법으로 상장하려면 다음 중 어느 한가지만 충족하면 되요.

-시가총액(총발행주식*공모가의 합계) 1000억원
-자기자본 250억원
-시가총액 500억원&PBR(주가를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 200%
-시가총액 300억&매출액 100억원 이상(벤처기업은 50억원 이상)
-시가총액 500억원&매출 30억원+최근 2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 심사기준에는 이익을 내야한다는 요건이 있지만, 테슬라요건에는 '이익'이란 단어 자체가 없죠?

이 방법 역시 상장을 옆에서 도와주는 증권회사의 분석을 믿고 상장시켜주는 것이어서 증권사의 책임 강화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환매청구권 의무가 주어져요.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일반투자자가 보유중인 공모주를 90% 이상 가격에서 되사줄 의무가 있어요.

다만 A회사를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하도록 도와준 증권사가 최근 3년내에 다른 B회사의 테슬라요건 상장을 도운 경험이 있는데, 당시 B회사는 환매청구권 행사요건에 해당할 정도로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면? 이 경우 A회사에 대한 환매청구권 의무를 면제해줄 수 있어요. 즉 A회사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에는 '환매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적힐 수 있다는 뜻.

이건 테슬라요건 기업 상장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우수한 실적이 있는 증권사의 부담을 줄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예외조항이에요. 물론 투자자 입장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지죠. (내가 투자한 곳은 A회사인데 왜 나랑 무관한 B회사 사례를 들먹이며 환매청구권을 안주는 것이냐?!!) 아무튼 지금은 규정이 그렇답니다.

#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마지막으로 몇가지 더 알아보기

지금까지 환매청구권이 주어지는 기준을 살펴봤어요. 이제 거의 다왔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환매청구권은 일반적인 상장시험보다 더 간편한 시험을 보고 입학한 회사에 한해서! 상장이후 주가가 하락했을때 6개월(성장성추천) 또는 3개월(테슬라요건) 동안 공모가의 최소 90%로 되팔수 있는 권리를 일반투자자에게 주는 것이자, 의무를 증권사에게 주는 것.

그런데 90%라는 환매청구권 행사가격은 절대 변하지 않는 값이 아니에요. 만약 해당 기업은 별탈없이 사업을 잘 했는데 불운하게도 때를 잘못 만나서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시기에 상장했다면?

이때는 해당 종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문제도 있다고 판단, 시장지수가 떨어진 만큼을 감안해서 환매청구권 행사 가격도 낮춰요.

예컨데 공모가격이 2만5000원인 신규상장기업의 환매청구권 행사가격은 기본적으론 2만5000원의 90%인 2만2500원. 상장이후 주가가 2만원이든 1만원이든 쭉쭉 빠지더라도 일반투자자들은 정해진 기간내에 2만2500원에 환불해달라고 요구해서 손실폭을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 이 기간 코스닥지수의 하락폭이 정상적인 환불 범위인 10%를 넘어섰다면 환불 가격이 낮아져요. 예를 들어 상장일 전날 코스닥지수가 800이었는데 환매청구권 행사직진 지수는 640으로 하락률 20%를 기록했다면, 이때 환매청구권 행사가격은 2만2500원이 아닌 2만250원이 된답니다. 다소 복잡하지만 계산 방법을 살펴보면요.

환매청구권 계산방법(상장일 직전 코스닥지수 800p, 공모가 2만5000원 가정)

①정상적인 경우
= 공모가 * 90%
= 2만5000원 * 90%
= 2만2500원

②코스닥지수 20% 하락시
= 공모가액 * 90% * [1.1 + (행사일 직전 코스닥지수 - 상장일 직전 코스닥지수) ÷ 상장일 직전 코스닥지수
= 2만5000원 * 90% * [1.1 + (640.00p - 800.00p) ÷ 800.00p]
= 2만250원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어요! 으랏차차!

한국거래소에 문의한 결과 현재까지 성장성추천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곳은 셀리버리, 라닉스, 올리패스, 라파스, 신테카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제놀루션, 셀레믹스, 이오플로우, 압타머사이언스 총 10곳이에요. 이 회사들은 모두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환매청구권이 있어요. 다만 제놀루션, 셀레믹스, 이오플로우, 압타머사이언스 4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상장한지 6개월이 지난 상황이어서 환매청구권이 소멸됐어요.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곳은 카페24, 제테마, 리메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티에스아이 5곳이 있는데 모두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환매청구권이 있지만 지금한 상장한지 3개월이 지났어요.

취재한 내용을 최대한 충실하게 담으려다보니 어김없이 내용이 길어졌네요. 아쉽게도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환매청구권이 없지만, 두가지는 꼭 기억하도록 해요.

앞으로도 성장성추천 특례 또는 테슬라요건으로 상장하는 곳은 환매청구권을 살펴봐야한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투자하려는 공모기업의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에서 꼭 '환매'란 단어를 검색해서 권리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오늘의 [공시줍줍]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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