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레벨(Another Level)'.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표현처럼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실적과 행보를 두고 하는 얘기다. 그만큼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딱 1년 전 세웠던 분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반기 기준으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순이익 디펜딩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 고지를 돌파하면서 5년 전 KDB대우증권 인수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공언했던 자기자본 10조원 목표를 현실화했다. 자타 공인 국가대표 증권사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한 것이다.
지금의 기세라면 2분기 실적 왕좌 타이틀은 물론 연간 순이익 1조원 달성과 실적 챔피언 2연패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실적 새 역사…연간 순익·영업익 1조 가능
지난 5일 발표된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연결 순익은 3565억원. 창사 이후 첫 3000억원대 분기 순익을 달성한 작년 2분기보다 17.2% 늘어나면서 분기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20.1% 증가한 수치다.
지배주주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각각 14.3%, 18.0% 늘어난 3437억원으로 증권가 평균 추정치를 27%나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43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전분기보다 12.2%, 3.6%씩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는 순익 6533억원과 영업익 8534억원으로 역대급 성적을 과시했다. 상반기 실적을 고려하면 미래에셋증권이 자신하는 연간 순익 1조원과 2년 연속 영업익 1조원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프리 IPO와 해외법인 성과 통했다
기대를 웃돈 프리 IPO(Pre-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과와 해외법인 성장세가 2분기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2018년 투자한 중국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400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평가익이 인식됐고 네이버파이낸셜 비상장주식의 공정평가로 추가 이익이 발생했다.
해외법인은 자기자본투자(PI)를 주로 하는 홍콩과 런던, 미국, 인도 법인을 필두로 1115억원에 달하는 세전순익을 벌어들였다. 양호했던 전분기와 비교해도 61.1%나 늘어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은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세전순익 1709억원, 2010억원을 달성한 바 있으며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1800억원을 돌파하면서 큰 변수만 없다면 작년에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주식 거래가 다소 둔화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줄었지만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등 다른 본업의 성과는 탄탄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총 고객자산은 전분기보다 38조5000억원 늘어나면서 400조원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고객은 11.5% 늘어난 3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공을 들이는 해외주식 잔고는 전분기보다 2조7000억원 증가한 21조3000억원, 연금잔고는 20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업계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섰다.
IB부문에선 전분기보다 20.5% 늘어난 1137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둬들였다. 잡코리아와 SSG.COM의 소수지분 인수금융, 완주 테크노밸리 제2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삼영에스앤씨 기업공개(IPO) 등 다수의 우량 딜을 주선 또는 주관한 덕분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지표 둔화로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 대비 23% 감소했다"며 "하지만 이자이익 규모가 높게 유지된 가운데 운용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외 연결법인 합산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호실적을 뒷받침했다는 판단이다.
자기자본 10조·ROE 10%대 동시 달성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 가장 고무적인 것은 자기자본 10조원과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의 동시 달성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연결기준 지배주주 자기자본은 전분기 대비 4222억원 늘어난 10조50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ROE는 13.15%로 가볍게 10%를 넘어섰다.
자기자본 10조원과 10%대 ROE는 박현주 회장이 지난 2016년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확정 직후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며 영업익 1조원 달성과 더불어 야심 차게 내걸었던 목표다. 지난해 영업익 1조원 목표를 이룬 데 이어 청사진 제시 후 채 5년이 되지 않아 3가지 목표를 다 달성했다.
특히 10조원대 자기자본은 단순히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IB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원으로 시작해 약 20년 만에 몸집을 200배 넘게 불리면서 명실공히 국내 최고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글로벌 IB로 도약 중인 회사를 바라보는 박 회장과 미래에셋증권 임직원들의 감회가 남다를 법하다.
게다가 자기자본 10조원은 발행어음을 비롯한 미래에셋증권의 신사업에도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최종 인가받았다. 자본금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은 20조원이 넘는 여력이 있는 셈이다. 아울러 자기자본 8조원 이상, 발행어음업 인가라는 자격을 갖추면서 업계 최초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기자본 10조원 돌파와 두 자릿수 ROE는 지난 수년간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린 결과"라며 "과거와 비교해 두드러지게 개선된 해외법인의 수익성과 비상장 주식투자 성과는 여타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이라고 호평했다.
하반기도 몸집·수익성 좋아진다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전분기 한국투자증권에 내줬던 순익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실적 전망은 밝다.
보유 투자자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는데다 디디추싱에 이어 그랩과 조마토, DJI 등을 비롯한 글로벌 프리 IPO 투자자산의 평가이익 반영 및 증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디디추싱의 지분법 평가익 발생과 해외법인의 투자 성과가 가시화하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향후 프리 IPO 성과가 지속되면서 자본효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초와 비교하면 못하지만 영업환경도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달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26조3000억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고 금리 또한 단기적으로 쉬어가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설사 영업환경이 지금보다 악화하더라도 미래에셋증권이 버틸 힘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자기자본 10조원 돌파로 에쿼티와 부동산 등 투자목적자산을 통한 알파(α) 수익 여력이 확대됐다"며 "증권업종의 운용환경이 위축되더라도 미래에셋증권의 운용성과는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발행어음업의 향후 조달 규모에 따라 운용손익 기여도도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배승 연구원도 "IB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며 업황 둔화에도 우수한 이익창출역량을 보이고 있다"면서 "해외주식과 금융상품잔고 확대를 바탕으로 리테일 지배력 또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의 선순환 효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고수익성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