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급등세에 가려 소외됐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상반기에 신규 자산을 대거 편입하면서 질적 성장을 이뤄내더니 하반기엔 새로운 리츠들을 속속 등장시키면서 양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올해 리츠 시장이 외형 확대와 내실 다지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편집자]
한동안 잠잠했던 리츠 상장이 재개되면서 리츠 시장이 하반기엔 몸집 키우기를 본격화한다.
최근 상장한 디앤디플랫폼리츠에 이어 이달에는 또 하나의 대형 리츠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SK그룹의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SK리츠가 그 주인공이다. SK리츠는 앞선 기관 수요예측에서 73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흥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SK리츠에 이어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NH올원리츠 등도 줄줄이 연내 상장을 노리고 있다.
'SK리츠' 리츠 대장주 등극?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리츠는 이날까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실시한다. 지난달 23~24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선 4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 금액은 2363억원에 불과했으나 증거금으로 73조5000억원이 들어왔다. SK리츠는 사흘간의 공모 청약을 마친 뒤 오는 3일 납입 및 환불을 거쳐 이달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SK리츠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지분 50%를 보유한 자회사로, 매입가 기준 1조원 규모의 SK서린빌딩과 116개 SK주유소를 보유한 자(子)리츠 클린에너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클린에너지리츠)의 지분 100%를 편입했다. SK그룹의 계열사들이 책임 임차해 임대료를 각 리츠에 지급하고 이를 재원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SK리츠는 현재 편입한 자산뿐 아니라 향후 담을 자산들을 섹터별로 자리츠화해 멀티섹터 리츠로써 장기 성장 플랜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최근 다양한 섹터의 자산을 담는 멀티섹터 리츠가 늘고 있는 흐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자리츠에는 우선매수협상권을 보유한 U타워, SK플래닛 사옥 등의 오피스와 IDC센터, 전기차·수소플랜트 등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자산, 통신·반도체 등의 ICT 자산 등을 편입할 계획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장기 책임 임차를 통해 확보한 안정성은 SK리츠의 강점으로 꼽힌다. SK서린빌딩은 SK주식회사가 5+5년 장기 책임 임차를 보장하고, 자리츠에 편입한 주유소는 SK에너지가 10+5년간 책임 임차한다. 임차인인 SK주식회사와 SK에너지가 임대료와 관리비, 보험료 및 보유세 등을 모두 부담하는 '트리플넷(Triple Net)' 계약을 통해 비용 책임 부담도 덜었다.
상장 리츠 최초로 분기 배당을 하는 점 역시 눈에 띈다. SK리츠는 향후 3년간 연 5.45%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기적인 배당에 대한 수요가 있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와 연금으로 활용하려는 개인 등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목 중에서 분기 배당을 지급하는 6곳 중 SK리츠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곳은 쌍용C&E가 유일하다.
하반기 새 얼굴 등장…시장 확 커진다
하반기에 다수의 리츠 상장이 예정돼있는 만큼 리츠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디앤디플랫폼리츠와 SK리츠에 이어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NH올원리츠 등이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상장을 준비했던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올해 다시 한번 상장을 노린다. 서부티엔디가 운용하는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쇼핑몰 '스퀘어원'과 서울 용산구의 그랜드머큐어 호텔을 담는다.
기존에 자산으로 편입할 예정이었던 이비스 호텔의 업황이 코로나19 여파로 악화하면서 비교적 상황이 나은 레지던스 유형의 그랜드머큐어 호텔로 방향을 돌렸다. 이에 국내 최초로 호텔을 담은 상장 리츠가 될 전망이다. 자산규모는 약 5600억원, 시가총액은 2800억원으로 예상된다. 11월 내 공모 청약을 거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도 연내 출격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미국 텍사스주의 아마존 물류센터와 플로리다, 인디애나폴리스주의 페덱스 물류센터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한다. 해외 물류센터를 담은 리츠는 국내 최초다. 자산은 5430억원 규모로 상장 시 시가총액은 19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NH프라임리츠를 상장한 NH리츠운용이 두 번째 상장 리츠로 준비한 NH올원리츠도 올해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NH올원리츠 역시 신한서부티엔디리츠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상장을 계획했으나 연기된 바 있다.
운용자산은 5000억원 수준으로 모(母)리츠에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분당스퀘어를, 자리츠인 NH 제3호 리츠를 통해 서울 영등포구와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 에이원타워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자리츠인 NH 제5호 리츠에는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도지물류센터를 담아 멀티섹터 리츠로 분류된다.
올해 상장할 리츠 5개 중 4개가 멀티섹터 리츠인 만큼 향후 리츠 시장에서 멀티섹터 리츠의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오피스나 리테일 등 특정 섹터에 치중한 자산을 담으면 자산 편입에 제약이 있어 리츠의 대형화가 어렵고 경기에 따른 위험도 역시 커지는 탓에 멀티섹터 리츠의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K-리츠는 싱가포르식 '복합형 리츠'의 모습을 띨 것"이라며 "싱가포르 리츠는 리테일 중심의 특화 리츠로 성장했으나 최근 들어 대부분 복합 리츠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