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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롯데 이어 SK가 리츠 만든 까닭

  • 2021.09.06(월) 06:10

대기업, 리츠시장 '큰손' 부상
세제혜택에 유동화 이점 노려

기업들이 자산 유동화에 나서는 건 현재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고 있던 자가를 팔아 월세를 내고 살면서 그 돈으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한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최근 자산 유동화에 열심인 SK와 롯데, 신세계는 새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SK는 정유·화학 등 탄소 경제와 통신 인프라 기반 사업 중심에서 2차전지와 수소 등의 그린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변하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신세계와 롯데 역시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실탄 확보를 위해 가지고 있던 부동산 자산들을 현금화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자산 유동화 과정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SK와 롯데가 리츠 상장을 통해 유동화에 나선 데 반해 신세계는 리츠 설립 대신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데요. SK와 롯데는 왜 리츠 상장에 나섰을까요? 신세계가 자산 매각에 나선 이유는 또 뭘까요?
 

롯데·SK '리츠'…신세계는 S&LB 차이는?

SK리츠는 얼마 전 국내 상장 리츠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일반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과 증거금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흥행 대박을 터뜨린 것이죠. 특히 증거금은 NH프라임리츠가 가지고 있던 종전 기록에 비해 2배나 많았습니다. 그야말로 리츠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죠.

상장 전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SK리츠는 오는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대기업이 가진 자산을 리츠에 담아 상장하는 건 롯데그룹의 롯데리츠에 이어 SK그룹의 SK리츠가 두 번째입니다. SK그룹 계열인 SK디앤디의 디앤디플랫폼리츠도 대기업이 만든 리츠지만 SK디앤디는 부동산개발회사라 롯데리츠나 SK리츠와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SK리츠는 앞으로도 SK그룹 내의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담을 예정입니다. 지금은 그룹 계열사의 본사가 몰려있는 종로구의 서린빌딩과 자(子)리츠인 클린에너지리츠를 통해 SK에너지의 주유소 116곳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밖에도 을지로 T타워, 분당 U타워, 판교 SK플래닛 사옥 등 그룹사 사옥의 우선매수협상권을 활용해 꾸준히 자산을 늘려간다는 계획입니다. 향후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리츠, 신에너지 리츠, ICT(정보통신기술) 리츠 등 다양한 자리츠를 통해 주유소와 사옥 외에도 다양한 그룹 내 자산을 편입할 예정입니다. 

SK그룹이 단순히 리츠라는 상품을 팔기 위해 SK리츠를 만든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자산 유동화가 더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죠. 신도철 SK리츠 대표는 "리츠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의 리츠 활성화 취지는 일반 국민에게 안정적인 부동산 간접 투자를 널리 제공한다는 점과 기업이 보유한 우량 부동산을 유동화해 신성장 미래 산업에 투자해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점"이라며 "SK의 리츠 추진 역시 그와 맥을 같이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부동산을 유동화해 미래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SK리츠에 앞서 지난 2019년에는 롯데그룹이 롯데리츠를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롯데리츠도 SK리츠와 마찬가지로 롯데그룹의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롯데그룹은 롯데리츠를 통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등 롯데쇼핑의 전국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했습니다. 지분 절반을 지닌 롯데쇼핑이 책임 임대차계약을 바탕으로 롯데리츠에 매넌 1.5%씩 상승하는 고정 임차료를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한때 리츠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던 신세계그룹은 현재 리츠 사업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이마트 점포 등 보유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세계리츠' 설립을 추진한다고 전해졌으나 당시 시장에서는 마트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 탓에 리츠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롯데나 SK와 달리 지주사 없이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와 마트를 운영하는 이마트로 나눠진 지배구조도 리츠 설립을 가로막은 요소 중 하나였죠. 

신세계는 결국 리츠 설립 대신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방식을 통해 자산 유동화에 나섰습니다. 지난 2019년 매장 13곳을 매각해 9524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스타필드를 지을 예정이었던 서울 마곡 부지와 이마트 가양점을 매각해 약 1조50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본사 매각에 나서기도 했죠. 이를 통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 확보해 신사업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신세계는 이미 올 들어서만 이베이코리아와 W컨셉, SK와이번스 등 다양한 매물을 사들이며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습니다.

신세계에 앞서 리츠 설립을 추진하다 중단한 국내 2위 대형 마트 홈플러스의 실패 요인 역시 마트로만 구성된 자산 포트폴리오라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홈플러스 점포를 묶어 리츠 상장을 시도했는데요. 당시 상장에 실패하자 일부 점포를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리츠의 가치가 오르려면 임대수익 혹은 자산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마트는 성장동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제 혜택은 물론 유동화도 쉽다

대기업들이 자산 유동화에 리츠를 활용하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지난 2018년 정부가 시행한 공모 리츠 활성화 방안이 있습니다. 리츠의 상장 규정과 부동산 한도, 신용등급 부여 등 다양한 조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건데요. 그전에는 대부분의 리츠가 사모형으로 운용돼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활성화 방안이 시행되면서 2019년부터 상장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공모 리츠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리츠 시장으로의 러시가 이어지는 또 다른 이유로는 절세 혜택이 꼽힙니다. 현재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공모 리츠에 현물 출자할 경우 발생하는 법인세 납부를 미뤄주는 과세 특례가 적용 중인데, 정부가 이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자산 유동화가 쉽다는 점 역시 매력적입니다. SK리츠에 포함된 116개 주유소를 개별적으로 유동화하기 위해서는 각 주유소를 개별적으로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를 리츠에 담아 하나로 묶으면 한 번에 유동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리츠를 이용해 리츠를 구성하면 향후 분리 상장하거나 자리츠 지분만 따로 떼어내 매각할 수도 있죠.

재무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산 유동화 수단으로 흔히 사용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이용하면 보유 부동산 가치가 줄어 재산세가 감소하고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단 임차료 발생에 따른 비용이 고스란히 부채가 된다는 점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리츠는 이런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수단입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이 자산을 외부에 매각했을 때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SK리츠, 롯데리츠와 같이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리츠에 자산을 매각한 후 재임대하면 개별 기준으로는 부채가 발생하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모두 상쇄돼 부채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의 리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국내 리츠 시장의 몸집 역시 갈수록 불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국내 리츠의 대형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국내 상장 리츠·인프라 펀드의 내년 말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코스피 시장의 0.7%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매년 2조~3조원의 신규 상장과 시가총액의 10%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가정하면 2026년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2% 규모로 비중이 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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