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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케이카, 회사가 가질 수 없는 공모자금

  • 2021.09.30(목) 08:00

대규모 구주매출, 공모자금 대주주 사모펀드 몫
흥행 참패한 기관 수요예측…성장 동력은 무엇?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오늘(30일)부터 이틀간 국내 중고차시장 매출 1위 사업자 케이카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해요. 

케이카가 공모 청약 전에 공시한 증권신고서(주식이나 채권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고 할 때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투자설명서(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이후 제출하는 문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과거 SK 계열사였던 케이카
 
케이카가 걸어온 길은 다소 복잡해요. 독자들에게 'SK엔카'란 과거의 이름이 더 익숙한 곳이에요. SK엔카는 1999년 SK 사내벤처로 시작, 2000년 12월 엔카네트워크란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SK 계열사가 된 곳. 

2007년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에너지가 엔카네트워크의 최대주주가 됐다가 2012년에는 SK C&C로 최대주주가 바뀌었어요. 이듬해 2013년에는 SKC&C가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하면서 독립법인 생활을 끝내고 SK C&C 중고차 사업부로 들어왔죠.

그러나 같은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사업을 2019년까지 6년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대기업인 SK그룹은 중고차 사업 정리에 들어갔어요. 

중고차 사업을 온라인 부문과 오프라인 부문으로 나눠서 온라인 부문(SK엔카닷컴)은 합작파트너였던 호주회사 카세일홀딩스, 오프라인 부문(SK엔카 직영사업부)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각각 팔았죠. 한앤컴퍼니는 인수를 완료한 2018년 회사 이름을 케이카로 바꿨어요.

이번에 상장하는 케이카는 바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사들인 SK엔카 직영사업부의 바뀐 이름.

케이카는 올해 7월 기준 전국 41개 오프라인 매장과 경매장 1개를 가지고 있으며, 2015년부터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사고파는 이커머스 플랫폼(내차사기 홈서비스)을 시작했어요. 현재 케이카의 중고차 시장점유율은 3.4%, 온라인 시장에선 점유율 79.9%를 차지해요. 작년까진 중고차 매출이 전부였으나, 올해 초 조이렌트카를 흡수합병해 법인과 개인 대상 렌터카 사업도 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 기준 사업 부문별 매출은 오프라인 중고차 5522억원(60%), 온라인 중고차 3323억원(36%), 렌터카 224억원(2.5%) 수준. 연도별로 보면 온라인 중고차 부문 매출 증가세가 눈에 띄네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성장하는 온라인 중고차 매매 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네요.

구주매출 비중 91%... 회사는 쳐다만 보는 공모자금

케이카의 상장 공모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어떤 주식을 파느냐는 것인데요. 통상 3가지의 방법이 있어요.

①신주모집: 새로운 주식(신주)을 발행해 파는 방법
②구주매출: 기존 주주의 지분 일부를 파는 방법
③신주모집과 구주매출 섞어서 파는 방법

신주(새로운 주식)를 판 돈은 회사로 들어가지만, 구주(기존에 있던 주식)를 판 돈은 회사가 아닌 주주에게 입금되는 것. 

자동차 매매시장에 비유하면, 신차를 팔면 완성차 회사로 판매대금이 들어가는 반면 중고차를 팔면 중고차 매매상 또는 자동차 주인의 계좌로 입금되는 것과 같은 논리. 따라서 구주매출은 신규상장기업에게 새로운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전혀 할 수 없어요. 

케이카는 이번 상장 공모로 총 1346만4231주를 판매할 예정. 이 가운데 91.07%(1226만2067주)가 중고 주식인 구주매출이고, 회사로 들어가는 몫인 신주모집은 8.93%(120만2164주)에 불과해요.

애초 상장 계획을 발표할 때 구주매출 비중은 92.8%에 달했는데 공모 청약 직전 구주매출 주식을 조금 줄이긴 했어요. 그래도 90%가 넘는 공모 자금은 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 들어간다는 점. 여기서 말하는 기존 주주란 현재 케이카의 최대주주이자 유일한 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정확히는 한앤컴퍼니의 특수목적법인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유한회사)를 말해요. 

통상 기업공개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투자심리에 좋지 않아요. 특히 케이카처럼 구주매출이 90%를 웃도는, 다시 말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의 투자자금 회수 목적이 매우 강한 방식은 투자자의 호응을 얻기 쉽지 않아요. 이는 일반투자자 공모에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도 증명됐어요. 

공모청약 하루 전 29일 오후 케이카가 발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올해 공모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40:1을 기록.

보통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자 유망한 기업이라고 판단하면, 공모주를 더 배정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장후 일정 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는 약속(의무보유확약)을 하죠. 그러나 이번 케이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371개(청약 건수 기준) 가운데 이런 약속을 한 곳은 단 3개뿐. 

나머지 368개는 굳이 매도 금지 약속까지 하면서 공모주를 더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어요. 수요예측에서 국내 기관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외국계 기관조차 단 한 곳도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았어요. 

이처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흥행이 저조하다 보니 케이카는 공모가격을 애초 희망가격범위(3만4300원~4만3200원)의 하단에 못 미치는 2만5000원으로 결정했어요. 

수요예측 흥행 참패의 반대급부로 공모가는 싸진 것처럼 보이긴 해요.

다만 케이카는 애초 희망가격범위를 정할 때 주가매출액비율(P/S Valuation)을 사용했다는 점. 이익 변수를 배제하고 매출로만 기업가치를 따지는 공식이에요. 또한 국내에는 아직 온·오프라인 통합 중고차 매매 업체가 상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의 중고차 매매 플랫폼들과 비교했다는 점. 특히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Carvana)가 현재 뉴욕증시에서 평가받고 있는 주가 수준이 케이카의 희망공모가격을 결정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도 참고할 내용이에요. 

아무튼 케이카의 공모가가 2만5000원으로 결정나면서, 이번 상장 공모로 파는 주식의 전체금액(공모총액)은 3366억원으로 확정됐어요. 이 가운데 3065억원은 구주매출의 주인공 한앤컴퍼니의 몫, 반면 케이카는 신주발행 금액인 301억원만 가져가죠. 이마저도 주식 발행 비용을 빼고나면 287억원으로 줄어요.

케이카의 상장 이야기를 전하는 많은 언론은 "이번 기업공개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회사 측 입장을 기사에 담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장 과정에서 들어오는 공모자금의 90% 이상은 회사 성장을 위한 종잣돈이 아닌 최대주주 한앤컴퍼니가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목적이라는 점.

케이카는 회사로 들어오는 공모자금 287억원을 가지고 중고차 약 1000대 정도를 매입하고, 신규지점 개설을 위한 임차보증금과 IT인프라 구축 등에 쓰겠다고 설명했어요. 이러한 계획이 회사의 성장을 획기적으로 높일 동력이 될수 있을 지는 이제 투자자가 판단할 몫. 

정인국 케이카 사장(대표집행임원)/ 사진=케이카

상장 직후 유통물량은 적어... 결국엔 대주주 손바뀜

케이카의 최대주주 한앤컴퍼니는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파는 주식을 제외하고도 지분율 65%를 보유해요. 공모주를 받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과 우리사주조합, 기관투자자를 제외하면 여전히 한앤컴퍼니가 유일한 주주이죠. 

한앤컴퍼니는 상장후 1년간 본인들의 잔여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상장 규정상 최대주주의 매각 제한(의무보유등록) 기간은 6개월이지만, 자발적으로 6개월 더 매각 제한을 약속한 것인데요. (매각 제한=락업(Lock up)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공시줍줍]락업에 관한 거의 모든 것(feat. 카카오뱅크)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따라서 상장 초반에는 공모 주주를 제외하면 유통 가능 물량이 없다는 점은 다른 공모주에 비해 케이카가 가지는 장점이죠. 다만 결국에는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지분 구조상 또 한 번 최대주주 손바뀜은 예정된 미래라고 할 수 있어요.

SK엔카 출신으로 현재 케이카 경영을 담당하는 정인국 사장을 비롯한 회사의 주요 임원들이 올해 1월 행사가격 1만원에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은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모두 주식으로 바꾼다면 총발행주식의 4.05%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물량. 

이는 사모펀드 최대주주가 전문경영인들에게 쥐어준 강력한 동기부여 인센티브라고 할 수 있어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은 2023년 1월부터. 따라서 전문경영인들이 자신의 스톡옵션을 현실자산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회사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점. 

높은 구주매출 비중 탓에 새로운 자본공급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는 상태로 상장하는 케이카가 앞으로 회사 가치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주목되네요.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 관련 내용]

NH 281만194주 (온라인수수료 무료)
대신 18만5288주 (온라인수수료 2000원)
삼성 18만5288주 (온라인수수료 2000원)
하나 18만5288주 (온라인수수료 2000원)

청약기간 9월30일~10월1일 10:00~16:00
청약증거금 환불 10월 6일
거래소 상장 10월 13일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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